“매춘부냐?” “당신도 혹시 개고기 먹느냐?” 

멜번의 한 의료기관으로 이주해 일을 하고 있는 캐나다 출생의 한국계 여성 산부인과 의사 겸 부인과 전문의인 앨리스 한(Dr Alice Han)이 최근 NSW 지방 도시를 여행 중 당한 인종차별 사례(5월 중순)를 고발한 것이 뒤늦게 일부 호주와 한국 언론에 보도됐다. 

▲ 관련 기사: 한호일보 8월 9일자
http://www.hanhodaily.com/news/articleView.html?idxno=60971

하버드 출신의 한국계 의사가 호주 정착 초기에 당한 ‘호된 인종차별 사례’를 보면 호주의 지방 소도시나 농촌 지역에서 아직도 아시아인에 대한 편견이 여전함을 여실히 드러냈다. 

아시아계 여성이 혼자 밤에 모텔(NSW 그라프톤 소재)에 투숙하려고 하자 모텔 주인(백인 중년 남성)은 “매춘부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신분증을 보여주며 의사라고 했고 타이어가 고장 나서 모텔에 투숙하려고 한다는 설명을 했지만 다른 지엽적인 태도(인터넷 사용 등)를 빌미삼아 결국 모텔 숙박을 거부당했다. 
다음날 그녀는 코프스하버로 가기 위해 그라프톤 기차역으로 가던 중 길거리에서 한 백인 중년 남성으로부터 “성매매를 하러 그곳에 가려고 하는가?”라는 질문을 받았다. 불과 24시간 사이 이런 ‘황당한 질문’을 두 번씩 받았다.  

모텔 주인은 방송 기자에게 “최근 한 아시안 여성이 비슷한 핑계를 대고 투숙한 뒤 매춘을 해서 쫒아냈다”면서 그런 이유 때문에 매춘부냐는 질문을 두 번씩 했다고 설명하고 “나도 투숙객을 골라 받을 수 있다”고 항변했다. 경찰에 인종차별이라며 불만을 제기했지만 아무런 소득이 없었다. 
 
이 해프닝이 인종차별인지에 대해서는 찬반 논쟁이 있을 수 있다. 보다 근원적인 문제는 닥터 한이 지적한대로 주류 사회(백인들, 앵글로계)가 인종적으로 낮선 사람들에게 갖는 ‘암묵적 편견(implicit bias)’에서 드러나는 간접적인 인종차별 행위다. 특히 원주민, 흑인, 중동계, 아시아계가 공격 대상이다. 

닥터 한은 “잠시 이들을 만났을 뿐인데 불구하고 무례한 질문(매춘부인가?)을 던진 것은 이들(백인 중년 남성들)이 나의 외모(아시아 여성)를 기준으로 ‘인종적 프로파일링(racial profiling, 인종에 따라 부정적인 혐의를 두는 행위)’에 근거한 선입견을 가졌기 때문이다. 이것도 명백한 차별 행위”라고 주장했다. 
그는 토론토에서 멜번으로 이주해 살면서 내가 한국계라는 점과 관련해 ‘개고기를 먹는가?’라는 질문을 자주 받았다. 또 캐나다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영어를 잘 한다는 말을 듣곤 했다”면서 이런 암묵적 편견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은연 중 몸에 밴 암묵적 편견은 누구나 가질 수 있다. 교육과 삶의 경험, 또 배려하는 자세를 통해 적나라하게(naive) 드러내지 않는 훈련이 필요하다. 특히 다문화사회인 호주에서는 더욱 그렇다. 비영어권 이민자들이 주류사회를 대상으로 이런 점을 지적하는 것이 때론 거북하거나 피곤할  수 있지만 매체를 통하거나 직간접적으로 주류사회에 꾸준히 불만을 제기할 필요가 있다. 그런 시정 노력이 없으면 암묵적 편견은 당연시(고착)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싸우지 않고 방치할 경우, 그 다음은 “그런 편견이 싫으면 네 출신국으로 돌아가!”라는 공격을 받을 것이다. 미국에서 대통령이 그런 짓을 하고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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