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빅토리아 고법의 조지 펠 추기경 판결은 호주 방송들이 생중계를 할 정도로 빅뉴스였다. 고법(항소심)도 1심의 유죄 판결을 유지했지만 만장일치 판결은 아니었고 유죄 2, 무죄 1의 다수결 심판으로 결정됐다. 
이번 판결에서 마크 웨인버그 판사(Justice Mark Weinberg, 71)의 소수의견(무죄 주장)이 법조계와 세간의 관심을 모은다. 

특히 항소심에서 1심의 유죄 판결이 뒤집힐 것으로 은근히 기대했던 조지 펠 추기경의 변호인단은 큰 실망 속에서도 웨인버그 판사의 소수의견을 토대로 대법원 상고(High Court appeal)에 필요한 승인을 받아 최고 법원에서 마지막 대결을 준비하고 있다. 28일 안에 대법원 상고가 필요하다는 특별 승인 신청(special leave application)을 해야 하며 타당성을 인정받으면 대법원의 상고가 허용된다.  

325쪽의 항소심 판결문 중 웨인버그 판사의 소수의견 이유가 거의 200쪽을 차지할 정도로 방대하다.   
펠 추기경측이 주장한 가장 중요한 법리 논쟁인 첫 번째 항소 이유는 지난해 12월 1심 배심원단이 만장일치로 펠 추기경의 유죄를 평결한 것은 실수였고 이 평결은 믿을 수 없으며(unsafe) 이치에 맞지 않았다(unreasonable)는 주장이다. 
재판장인 앤 퍼거슨 판사(고법원장)와 크리스 맥스웰 판사(항소심법원장) 2명은 생존 피해자(J)의 증언에 신빙성이 있으며 성폭행이 발생했음을 믿는다고 밝혔다. 반면 웨인버그 판사는 이 증언의 신빙성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범행이 일어나지 않았다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 펠 추기경이 무죄라는 소수의견을 냈다. 세 판사 모두 다른 2개의 항소 이유를 기각했다. 
따라서 가장 중요한 첫 번째 항소 이유에 대한 해석에서 2-1로 의견이 갈리면서 다수결로 1심 유죄 판결이 유지됐다.

이 소송은 사안의 중요성 때문에 처음부터 결국 대법까지 갈 것이란 예상이 컸다. 고법에서 만장일치 판결이 나오지 못했기 때문에 어떤 측면에서는 상고 명분이 더 커졌고 대법원의 최종 심판으로 종지부를 찍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판결로 펠 추기경의 가톨릭 사제 신분도 결정될 것이다. 바티간도 대법 판결이 나오면 그에 상응한 조치를 할 계획임을 시사했다. 속세에서 ‘최후의 심판’인 호주 대법원 판결에 국내외의 관심이 집중될 것이다.   
 
펠 추기경은 2005년 호주국민훈장(컴페니언(AC) 등급)을 받았다. 이것도 대법 판결로 결판나게 됐다. 형사법상 유죄 판결을 받으면 서훈이 취소되는 규정 때문이다. 스콧 모리슨 총리는 2심 판결 후 추기경의 호주국민훈장 서훈이 취소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데이비드 헐리 연방총독은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을 경우, 서훈 취소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분명히 했다.     

펠 추기경과 그를 고발한 증인(J)은 양심에 따라 이미 누가 유무죄인지를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국민들은 사법부의 재판 과정을 지켜보면서 판단을 할 뿐이다. 만약 펠 추기경이 성폭행을 하지 않았는데 억울하게 1, 2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면 당연히 대법에서 공정한 심판으로 명예를 회복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유죄에도 불구하고 추기경이라는 신분 때문에 끝까지 사법제도를 통해 불의를 덮으려고 한다면 최고 법원의 판결과무관하게 크리스천으로서 큰 죄를 짓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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