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 여성 중 첫 고백, ‘일본군 만행’ 사과 촉구

2007년 ’호주 위안부의 친구들’(Friends of Comfort Women of Australia) 초청으로 잰 오헌(호주), 길원옥(한국),황우슈메이(대만) 할머니가 시드니에서 열린 국제 여성의날 행사에 참석해 시티에서 가두 퍼레이드를 했다. 노란색 티셔츠를 입고 할머니들을 부축하는 동포 활동가 송애나씨 당시 FCWA 간사와 박은덕 변호사(오른쪽) 등이 함께 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인도네시아를 점령한 일본군에 의해 성노예 피해자가 된 네덜란드계 호주인 잰 러프 오헌(Jan Ruff—O’Herne) 할머니가 19일(월) 오전 향년 96세로 애들레이드 자택에서 별세했다. 

그녀는 1944년(21살 때) 일본군에 납치돼 스마랑시 '위안소'에서 강간과 폭행 등 성노예로 고초를 당했다.   

종전 후 영국군 장교와 결혼해 1960년 호주로 이주한 그녀는 1991년 한국인 위안부 피해자인 김학순 할머니의 최초 TV공개 증언에 충격을 받고 이듬해 자신도 피해자였다고 발표하고 일본 정부에게 사과를 요구했다. 서양 여성 중 커밍아웃 사례는 오헌 할머니가 최초이고 유일해 국제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오헌 할머니는 1994년 회고록 ‘침묵의 50년(Fifty Years of Silence)’을 발간해 피해 상황을 알렸다. 2000년 일본군 성노예전범 여성국제법정에 출석했고 2007년 2월 미 하원의 위안부 인권 보호 청문회에서도 증언했다. 

수십년동안 세계 곳곳에서 전쟁의 진실을 알리고 평화와 여성 인권을 지키는 활동을 꾸준히 전개해 네덜란드 여왕, 호주 정부, 교황 바오로 2세로부터 훈장을 받았다.

한편, 시드니 평화의 소녀상 실천위원회(대표 염종영)는 8월 27일 애들레이드에서 열리는 장례식에 조문단을 파견한다. 멜번에 거주하는 송애나씨(빅토리아주 공무원)가 조사를 전할 예정이다. 송씨는 2007년 미 하원 청문회에 오헌 할머니와 동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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