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이익보다 나라 이익 위해 앞장섰던, 용기의 정치가"
팀 피셔(Tim Fischer) 전 연방 부총리 겸 전 국민당 대표가 10여년 동안 투병해온 백혈병(an acute form of leukaemia)으로 22일(목) 향년 73세로 사망했다.
호주 언론들은 오늘 일제히 “피셔 부총리가 사랑하는 사람들에 둘러싸여 앨버리 워둥가 암센터(Albury Wodonga Cancer Hospital)에서 평화롭게 잠들었다”고 보도했다.
호주 정치인 중에서 정파를 떠나 폭넓게 존경받고 사랑받는 정치인이었던 피션 전 부총리는 전국 농촌 지역의 강력한 저항에도 불구하고 타즈마니아에서 발생한 ‘포트 아서 참사 사건(Port Arthur massacre)’을 계기로 촉발된 존 하워드의 총기 규제법을 지지, 국민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존 하워드 총리 시절 부총리였던 존 피셔의 죽음에 대해 하워드 전 총리는 “당시 농촌지역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피셔는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강력한 총기 규제법 도입을 지지했다. 자신의 표밭이었던 농촌지역의 반대라는 정치적으로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지만 그는 흔들리지 않았다. 그 때의 총기 규제법으로 수 많은 호주인들의 생명을 구할 수 있었으며 나를 포함한 호주 국민들은 그에게 감사해야할 것”이라며 애도했다.
다렌 채스터 국민당 의원은 "당의 이익보다 나라의 이익을 위해 앞장섰던, 용기와 리더십이 무엇인가를 보여준 정치가"라고 말했다.
피셔 전 부총리는 NSW 와가와가 근처의 벽촌 보리 크릭(Boree Creek)에서 1946년 출생, 20세때 군에 입대해 장교로 월남전에 참전했다. 참전 후 24세에 NSW 주의원을 거쳐 1984년 연방의회에 입성했다.
이후 1990년부터 1999년까지 국민당 당수를 역임하면서 존 하워드 정부 하에서 연방부총리직을 수행했다.
피셔의 전기를 쓴 작가이자 저널리스트인 피터 리스(Peter Rees)는 "스타카토 스타일의 말투의 키가 큰 피셔 전 부총리는 호주의 고유 브랜드 아쿠브라 모자를 늘 쓰고 다니는 소탈한 사람이었다. 수 많은 곳을 방문해야하는 정치인이었지만 늘 기차를 타고 다녔던 풀뿔리 정치가였다"고 회고했다.
또 하워드 정부 시절 통상 장관으로서 3년 만에 60개국 이상의 국가를 방문했으며 중국, 인도, 심지어 이란까지 진출, 시장을 개척하는 등 경제분야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해내었다.
하지만 정치 경력이 절정에 다다랐던 2001년 피셔 전 총리는 갑자기 정치 은퇴 의사를 발표해 큰 충격을 던졌다.
그는 2001년 방영된 ABC 방송의 <오스트렐리아 스토리(Australian Story)>에서 "나는 인생의 후반기에 아내 주디(Judy)를 만나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는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그리고 자폐증을 앓고 있는 해리슨을 돌보고 싶다”라고 밝혀 정치계로부터의 은퇴사유가 아들 해리슨을 돌보는 등 가정에 헌신하기 위함인 것으로 밝혀졌다.
피셔는 정계은퇴 후 호주 정부 관광청 이사장과 케빈 러드 총리 시절 호주 최초의 로마 바티칸 주재 교황청 대사를 역임하기도 했다.
암으로 고통받는 가운데서도 사망 전까지 그는 농촌의 발전과 총기 규제를 옹호하는 활동을 지속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