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운동 100주년’ 의미 더해 
고아성. 김예은 배우 호주 관객들 만나
조민호 감독 “친일 잔재 때문에 계속되는 것 같다” 

영화 <항거>의 조민호 감독은 한국에서 여전히 일제 강점기 이야기를 다룬 영화가 끊임없이 나오는 이유에 대해 한국에 아직도 청산되지 않은 친일 문제에 대해 언급했다.

제10회 호주한국영화제 초청자로 유관순 이야기를 다룬 영화 <항거>의 조민호 감독, 고아성(유관순 역), 김예은 배우(권애라 역)가 호주를 찾았다. 

<항거> 관람 후 질문은 한국 영화판에 끊임없이 쏟아지고 있는 일제시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들에 대한 궁금증이었다. 아픈 역사이기도 하지만 여전히 한국 안에서 반복되는 ‘친일 잔재’가 이유인 것 같다는 설명이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기전 ‘17세 여학생 유관순을 고문하여 죽이는 데 가담한 정춘양이라는 이름의 총독부 하급관리는 해방 이후에도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았다’는 내용의 자막으로 영화 속에도 감독은 현재의 친일의 흔적에 대해서 언급했는지도 모른다. 

3.1운동 100주년이었던 2019년, 시드니한국영화제 10주년이라는 숫자가 주는 의미와 더불어 악화되는 한일관계로 인해 영화 <항거>의 개막작 선정과 감독 및 배우들의 호주 방문은 더욱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영화 <항거>는 1919년 3월 1일 서울 종로에서 시작된 만세운동 이후, 고향 충청남도 병천에서 '아우내 장터 만세운동'을 주도한 유관순이 서대문 감옥에 갇힌 후 1년여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유관순 열사의 이야기는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내용이다. 감옥에서도 만세운동을 했고 모진 고문을 받아 안타깝게 죽음에 이르렀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서대문 감옥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사실 잘 모른다. 독립운동가이기 전, 열일곱 소녀였던 유관순의 감정과 심리변화를 고스란히 담았다. 

“미세한 감정의 결 표현.. 흑백 선택” 
<항거:유관순 이야기>는 옥중 장면을 흑백으로 담아내 배우들의 표정과 마음을 오롯이 느끼게 하는 영상미가 특히 화제가 됐다.

영화는 전반적으로 흑백이며 과거 장면과 마지막 죽음에 이르는 장면은 칼라로 표현됐다. 

1919년 3.1 만세운동 후 세평도 안 되는 서대문 감옥 8호실 속 그 안에서의 이야기는 많은 대화나 에피소드가 펼쳐지지 않기 때문에 미세한 감정의 결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흑백이 더 잘 표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는 조 감독의 설명이다. 

흑백과 클로즈업 샷을 사용해 세세한 감정이 부딪히는 선을 섬세하게 표현했다.

서대문 형무소의 모습은 흡사 축사와 다름 없을 정도로 끔찍하고 열악했다. 피가 흥건한 그곳의 실상을 고스란히 관객에게 보여주는 것은 가학적일 수 있을 것 같았다고 그는 덧붙였다. 

사실 칼라로 빨간 피가 난무했다면 잔인한 고문에 집중해 인물의 세세한 눈빛과 태도 등을 놓쳤을 수 있다. 흑백으로 인해 관객들은 굳건하고 강인한 인물들에 더 집중할 수 있었을 것이다. 

마지막 장면에 대해서도 해석은 다양했다. 마지막 죽음에 이르는 장면에서 흑백에서 서서히 칼라로 변화되는 장면에 대해 관객들은 죽음으로 인해 드디어 자유를 찾았다 혹은 감옥속에서의 삶은 죽은 삶이었고 오히려 죽음으로 삶을 되찾는 과정이다는 등의 해석이 많았다.

조 감독은 “대본에 가장 맑고 순수한 모습으로 돌아가신다고 묘사했다. 비록 고통스러운 감옥의 삶이었지만 자유롭게 펼치며 살았던 과거의 모습과 운명 때의 순간이 닮아 있을 것 같았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영화는 좁은 감옥에 갇혀있는 삶이었지만 영혼만은 누구보다 자유로웠던 유관순과 8호실 여성들의 1년간의 이야기다. 

“죽음보다 삶으로 기억되는 인물로 남기를 희망”
유관순을 비장한 영웅 혹은 죽음으로 기억하는 것이 아닌, 열일곱의 순수한 소녀로 삶을 살아간 그의 발자취를 표현하고 싶었다고 고아성 배우는 역할에 대해 설명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역시 독립선언서 내용을 읊고 대한독립만세를 외치는 순간이다. 물론 대사가 무척 길었기 때문에 긴장을 하기도 했지만 한번의 NG도 허락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만세를 외치는 감정은 두번으로 표현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오디오에 심장 소리가 너무 크게 들려 마이크 위치를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바꾸기도 했고 촬영은 다행이 원 테이크로 진행됐다며 촬영 에피소드를 전했다. 

사람들은 묻는다. 
“왜 그렇게 까지 하는거요?”
“그럼 누가 합니까?”

영화 속 독방에서 모진 고문을 받아 쓰러져 죽어가는 유관순의 마지막 대사다. 

‘왜 한국은 유독 일제강점기에 대한 내용의 영화가 많이 나오는가’란 대답일지도 모른다. 

영상 : https://www.youtube.com/watch?v=52N6Ww89_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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