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절 괜찮다는 나쁜 메시지 전달” 비난 여론 커져

호주 사립 고교생들이 HSC 평가에서 부정행위를 저지르다 적발됐지만 학교에서 학생들을 감싸 처벌을 면한 것으로 드러났다.

시드니 노스파라마타 소재 유명 사립고인 더 킹스 스쿨(The King’s School)에서 올해 초 대규모 표절 행위가 적발됐다. HSC 영어 수업의 셰익스피어 연극을 주제로 한 발표문에서 수십 명의 학생들이 강의 노트를 표절한 것으로 확인된 것. 부정행위 관련 학생의 평가점수는 0점 또는 감점 처리됐다.

그러나 추후 학무모들과 면담을 한 필립 테일러 영어과 부장 교사가 해당 부정행위에 대한 처벌이 부적절하다며 에세이로 재평가 및 점수 대체를 주장했다.

그는 “문화•체계적 본질의 문제를 개인이 책임질 수 없다”며 “여러 학생이 수업 노트에서 다수의 문장을 베낀 것은 사실이다. 국가교육표준과 학교 정책에 따라 처벌을 내리는 것이 마땅하지만 주위의 많은 의견을 수렴한 결과, 학생들이 표절을 의도한 것이 아니었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HSC 응시생들은 학년 초 국가교육표준국(National Education Standards Authority, 이하 NESA)의 ‘모두 내가 독자적인 노력’(All My Own Work)이라는 표절 예방 교과를 의무적으로 이수하게 되어있다. 여기에는 부정행위의 정의를 설명하고 표절은 ‘윤리적으로 부정직한 행위’라고 명시돼 있다.

지난해 NESA 자료에 따르면 표절 등 부정행위를 한 학생은 대부분 0점 또는 감점을 받았다. 7%는 경고에 그쳤고 1%는 아예 처벌을 면했다.

한편 부정행위를 저지르지 않은 학생들의 부모들은 “학교는 애초에 내려진 처벌을 번복해선 안 된다”며 “그렇게 하면 학생들에게 부정행위를 해도 처벌을 피할 수 있다는 그릇된 믿음을 심어줄 수 있다”고 비난했다.

한 학부모는 “우리가 킹스 스쿨을 선택한 이유 중 하나는 학교의 ‘진실성 가치’(values of integrity)에 대한 교육관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NSW영어교사협회(English Teachers’ Association NSW)의 에바 골드 회장은 학부모들이 연간 수만 달러의 비싼 수업료를 낸다고 이들이 요구하는 모든 사항에 응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학부모는 고객이 아니고 학생은 그냥 학생이다. 교육은 사업(business)이 아니다”라며 “많은 부모가 교육에 사업적 사고방식을 적용하지만 이는 옳지 않다. 학교는 학생들에게 단지 배움에 대한 관심뿐만 아니라 정직함을 길러줄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NESA 대변인은 표절 행위에 대한 의무적 처벌은 없지만 각 학교는 발생한 모든 부정행위를 기록 대장에 작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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