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의 대표적 대형 마트인 빅 더블유(BIG W)가 ‘욱일기 디자인 티셔츠 판매 중지’라는 결정을 내린 배경에는 ‘호주 동포들의 힘’이 결정적이었다. 이 사실은 KBS, 연합뉴스, JTBC 등 한국의 주요 언론사에서 연일 보도되며 한국은 물론이고 해외 동포들에게도 용기와 힘을 실어주고 있다. 

전국에 매장을 가지고 있는 빅더블유의 ‘욱일기 티셔츠’ 판매 중지의 시작은 호주 동포 양재현(Jay Yang)씨의 행동에서 시작된 셈이다. 

양씨는 지난 1일 시드니 톱라이드 쇼핑센터의 빅더블유 매장을 방문했다가 우연히 욱일기가 그려진 티셔츠를 발견하고 곧 바로 고객서비스 센터에 불만 접수를 했다. 
그는 또 카톡 단톡방을 통해 “호주에서 욱일기가 나치 깃발과 같은 의미라는 사실에 대해 인식이 부족한 것으로 생각된다. 빅 더블유 매장에서 해당 상품이 발견될 경우,고객 서비스에 금지 요청을 하길 바란다"면서 지인들에게 판매중단 노력에 동참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어 빅더블유 측에 직접 항의한 동포 조시현, 한준희 씨와 함께 다수의 호주 동포들도 인터넷 카페, 블로그, SNS 등을 통해 육일기 티셔츠 판매 사실을 접하고 빅 더블유에 거센 항의를 이어갔다.

다행히 빅 더블유는 “전 세계 도시들을 상징하는 티셔츠 시리즈 중 하나로 제작됐을 뿐 다른 의도는 없었다”라는 해명과 함께 전국 매장 판매 중단 및 웹사이트에서도 해당 상품 삭제 결정을 내렸다. 

욱일기는 메이지 유신 이후 일본 제국 시대에 사용된 일본군 군기이자 현재의 일본 자위대의 깃발이다. 침략, 수탈의 주체였던 일본 군부와 일본 제국주의의 상징이란 의미를 담고있다. 

'방사능 올림픽'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는 2020년 도쿄 하계 올림픽에서 도쿄 올림픽 조직위는 전 세계적인 욱일기에 대한 반감을 묵살한 채 "욱일기 자체는 어떤 정치적 의미를 담고있지 않다. 욱일기가 일본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기 때문에 막을 이유가 없다"라며 욱일기 응원과 욱일기 유니폼 제작 등을 허용할 방침임을 밝혔다.

두달 전 헬렌 칼디코트 박사(Helen Caldicott)는 채널 9 시사프로그램 '60분 '에 출연해  방사능 재앙을 겪고 있는 도쿄 올림픽의 위험성에 대해서 강력 경고했다. 이처럼 일부 전문가들의 지적이 이어지고 있지만 아직 호주 주류 사회에서는 방사능 올림픽이 가져올 위험성에 제대로 인식하고 있지 않는 듯 하다.

욱일기를 내세운 일본 제국주의의 신호탄이 될 것이며 무엇보다 우리의 건강에 치명적일 수 있는 도쿄 올림픽에 대한 문제 제기는, 날로 악화되고 있는 한일관계 때문에 나온 감정적인 대응이 결코 아님을 기억해야 한다.

이런 가운데 올림픽 홍보의 상징이 될 욱일기 상품 판매 중지를 관철시킨 호주 동포의 움직임은 호주 사회에 던지는 시사점이 적지 않다.
호주 한인 동포들 사이에서는 ‘욱일기 티셔츠 판매 중지’를 계기로 호주 노동당과 녹색당, 다른 소수민족들과 연대해 도쿄 올림픽의 방사능 위험성을 알리는 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치자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욱일기 깃발 아래 태평양 전쟁에서 수 많은 호주인 참전용사들이 희생됐고 수용소에 끌려가 인간 이하의 고초를 당했던 그 현장에 펄럭이던 일본 제국주의의 상징. 그 욱일기가 갖는 의미를 한국인들을 포함한 호주인 후손들도 잊지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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