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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1인당 1만불짜리 정치 모금 만찬..호주도 ‘엿 보내기 운동’ 필요할 듯
고직순 편집인 | 승인 2019.09.05 14:36

‘항상 독립적일 것(Independent, Always)'
호주에서 최고 유력지로 인정받는 시드니모닝헤럴드지(SMH)와 멜번의 디 에이지(The Age)의 제호 밑에 쓰여 있는 구호다. ‘영원한 논조의 독립(editorial independence)’은 신문이, 넓게는 언론의 지향점일 것이다. 

그러나 이번 주 이 모토가 흔들릴 수 있다는 에피소드가 발생했다. 지난해 30억 달러 통합으로 페어팩스 미디어(Fairfax Media)를 합병 인수한 나인 엔터테인먼트(Nine Entertainment)가 2일(월) 시드니 북부 윌로비의 방송사 건물인 TV 스튜디오(아침 뉴스쇼 투데이(Today) 녹화장)에서 자유당 모금 만찬 행사를 주최한 것이다. 총리와 여러 장관들, 정치인들과 재계 리더 등 약 50명이 참석한 이 모금 만찬은 1인당 참가비가 무려 1만 달러였다. 재계 지도자들을 상대로 70만 달러를 ‘가볍게 징수’했다.  

요즘 정당은 투명한 정치 후원금을 받아야 뒤탈이 없다. NSW 노동당이 2015년 선거 전 중국커뮤니티의 정치 후원금 스캔들(10만 달러 현금 전달)로 ICAC(독립부패방지위원회) 청문회에서 곤욕을 치르고 있다. 


나인의 초호화 만찬에는 정계에서 스콧 모리슨 총리를 비롯 폴 플레처 통신장관, 사이몬 버밍햄 통상장관, 댄 테한 교육부 장관, 알란 텃지 인구 및 도시 장관, 스튜어트 로버트 정부 서비스 장관, 제인 흄 재무서비스 차관, 주미 호주대사 내정자인 아서 시노디노스 상원의원 등이 참석했다. 재무장관 출신의 자유당 중진이던 피터 코스텔로 나인 회장은 참석이 예상됐지만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에서는 해리 트리거보프 메리튼 회장, 애나 블라이 호주은행가협회장, 헬렌 쿠난 미네랄 카운슬(광산기업 협의체) 회장, 마이클 포티오스 NSW 자유당 파워브로커 등이 참석했다.

재계 리더들과 정계 지도층의 만남을 목적으로 나인이 정치 모금 행사를 주최하자 그룹 소속인 전 페어팩스 신문사 기자들이 발끈했다. 시드니모닝헤럴드(SMH), 디 에이지, 오스트레일리안 파이낸셜리뷰(AFR)지 기자들은 공동 성명을 통해 호주를 대표하는 미디어 그룹사의 정당을 위한 모금 만찬 주최를 비난하면서 논조의 독립성 훼손에 대한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페어팩스 시절 SMH와 디 에이지는 정치적으로 공평한 (politically impartial) 전통을 간직했다. AFR은 경제지라는  속성상 친기업 성향이 강했지만 정치적으로는 중도적 입장을 취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이번 정치 모금 행사는 이런 언론의 독립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도록 했다. 

곳곳에서 거센 비난이 터져나오자 나인 엔터테인먼트의 휴 마크스(Hugh Marks) CEO는 뒤늦게 실수(a mistake)였다고 황급히 사과했다. 그러나 시청률과 광고 수익을 위주로 한 상업방송의 경영 지침에 180여년 전통의 신문 저널리즘과 자존심이 쉽게 묻힐 수 있다는 에피소드를 목격했기에 독자들의 우려는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1만불 가격의 정치 모금 만찬을 주최한 나인 엔터테인먼트에게 호주에서도 “엿 드시고 건강하세요!”란 의미에서 ‘엿 보내기 운동’을 전개해야 할 것 같다.    

고직순 편집인  editor@hanho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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