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친한 친구와 점심을 먹었다. 지난 번에 내가 점심 값을 내자 이번엔 자신 차례라며 본다이 근처의 유대인들의 정결(Kosher) 음식 카페에서 만났다. 이곳은 벌써 여러번 친구를 만나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과도 여러 메뉴를 맛본 적이 있어서 유대인들이 주로 손님인 곳이지만 스스로 이방인이라고 느끼는 나로서도 그다지 어색하지 않은 곳이다. 

한식처럼 맵고 짠 음식을 매번 먹어야 하는 것이 아니면 어렵지 않게 즐길 수 있는 메뉴가 많다. 오히려 간이 덜하고 자극적인 맛이 없는 대신 새콤하고 고소한 드레싱과 소스들은 평소에 맛보지 못한 새로운 맛의 흥미가 솟아나게 한다. 낮 시간에 유모차에 아이를 태우고 친구나 가족을 만나러 나온 여성들과 틈틈히 머리에 키퍼를 쓴 남자들이 편안한 표정으로 창가에 봄 햇살을 즐기며 커피나 티를 마시는 한가로움이 이 카페의 대표적 인상이다. 

파란색 페인트로 목조 창틀을 칠한 실내는 햇볕이 늘 가득하고 작은 테이블을 붙여 고급스럽지 않은 일반 가정에서 보는 흔한  나무의자는 화려함이 주는 격조를 포기한 대신 오히려 긴장의 불편을 덜어주는 배려를 제공하고 있다. 요란하지 않은 음악과  소곤거리는 사람들의 대화는 같이 있어도 방해 되거나 부담스럽지 않은 원래 내가 속한 자리 같은 신기한 안이함이 배어있다. 

거의 접시를 비워 갈 무렵 친구가 내가 들고간 책을 보더니 그 저자가 쓴 다른 책을 소개하며 책 이야기를 들려 준다. 이 책은 ‘차이와 틀림’에 관한 책이며 다른 문화와 종교간의 대화에 관한 책이라고 그의 박식한 지식을 쏟아 놓는다.  저자는 템플턴 상을 수상한 영국의 유대인 최고 랍비를 지낸  조나단 삭스(Rabbi Lord Jonathan Sacks)이다. 

그는  “다른 사람들을 살해하면서 천국에 들어 갈 수있다고 믿는 자살 테러범을 우리가 무슨 수로 반대할 수 있는가?” 하고 반문했다. 

 "우리는 단독으로든 집단적으로든 자연을 소유하는 게 아니라 단지 잠시 관리하고 있을 뿐이다. 우리는 이 지구라는 별의 세입자일 뿐이다. 그리고 지구는 우리의 후손들이 전세로 입주할 터전일 뿐이다." 
그는 창조주가 만든 이 땅을 후손들에게 물려 줘야하며 이 땅 가운데 서로 평화와 행복을 함께 추구하며 살아야 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내가 책에서 들은 얘기와 친구의 풍성한 지식과 진지한 호기심은 차이가 많은 우리에게 무엇이 진리인지를 고민하게 하는 흥미로운 대화로 빠져들게 한다.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 집단인 IS는 요즘 많이 소탕됐는지 끔찍한 이슬람 테러 소식이 덜하다. 그들은 ‘알라가 통치한다 (Alah Akbah)’, ‘ 알라를 믿지 않으면 모두 척결의 대상’이라고 외치는 자들이다. 자신들만 옳다고 고함을 치지만 정작 그들은 진정한 진리와는 오히려 거리가 멀다. 왜냐하면 그들은 살상을 통해서 평화를 말하기 때문이다. 요즘 사회 정의와 개혁을 외치는 한국의 정치를 보면 진리를 외치는 그들의 외식과 포악함이 IS를 닮았다. 그들은 자신은 깨끗하고 남은 모두 척결 대상이고, 부패했다고 외친다. 신문 보도는 그들 역시 못지 않은 가식과 드러나지 않은 범죄로 점철된 흔적들로 빼곡히 지면을 채운다. 남을 정죄한 그의 과거의 구설들은 오히려 수많은 국민의 분노와 여러 대학들의 연합 촛불 집회와 2500여명에 육박하는 교수들의 ‘장관 사퇴’를 촉구하는 시국 선언 서명을 이어지게 하고 있다.  

"차이 때문에 다툰다면 서로 망하는 것이요, 차이 때문에 서로 풍요롭다면 서로 승리자가 되는 것이다." "세상에는 수많은 문화와 문명 그리고 종교가 있지만 하나님은 함께 살아갈 한 개의 세상만 주셨다. 그 세상이 작아지고 있다." 책에서 읽혀지는 작가의 탄식이다.

친구가 자리를 일어나며   웃으며 “ 도서관에서 빌려 온 책은 돌려줘야 하기 때문에 읽지만 내가 산 책은 책장에 꽂혀있지만 잘 읽지 않는다”고 말했다. 나도 옆에선 친구를 바라보며 서로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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