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결 작가는 한호일보 온라인판에 포토에세이를 싣고 있다. 빠르게 지나가는 거리의 풍경, 여러 장면을 연출하는 웨딩스냅을 전문으로 찍는 사진가다. 

최근 에이핑크 정은지의 첫 단독 예능 ‘정은지의 시드니 선샤인’의 현장 사진 및 화보 촬영을 진행했다.  

리얼리티 '정은지의 시드니 선샤인'은 라이프타임 브랜드 슬로건 '나를 위한 시간'에 맞게 데뷔 9년차 가수이자 연기자, DJ 등으로 활약중인 에이핑크 정은지가 홀로 호주 시드니를 여행하며 인간 정은지로서의 모습을 오롯이 발견하는 모습을 담았다. 
이한결 작가에게 촬영 뒷이야기를 들어봤다. 

‘베스트 컷’을 위해 ‘베스트 렌즈’ 선택
에이핑크 멤버 정은지가 시드니에 홀로 여행하는 컨셉으로 예능 촬영을 했다. 한명이 여행을 하는 그림을 위해 5명의 카메라크루를 포함해 연출팀, 진행팀 등 모두 20명이 동행했다.

이번 프로그램에서 사진작가에게 부여된 임무는 촬영현장을 담은 BTS (Behind The Scenes) 사진, 제작발표에 쓰일 포스터 소스 촬영, 프로그램 홍보에 쓰일 스틸컷 그리고 방송 분량에 쓰일 화보 촬영 컷이었다.

화보 촬영을 제외한 촬영에서 포토그래퍼가 지켜야할 가장 중요한 일은 영상을 위한 카메라 앵글에 걸리지 않는 각도로 움직이는 것이다.

실제로 20명의 스태프가 카메라 앵글에 걸리지 않는 곳으로 이동하며 촬영을 진행했다. 20명이 일제히 뛰어다니고 일사분란하게 흩어져 걷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정은지가 가장 예쁘게 나오는 앵글에는 메인 방송 카메라들이 자리 잡고 있어 포토그래퍼가 그 앵글을 피해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70mm 에서 200mm를 커버하는 망원렌즈를 사용해야한다. 멀리서 영상카메라를 피해 줌을 해서 찍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행 컨셉의 사진 컨텐츠가 주요한 내용이기 때문에 인물만 부각된 사진을 찍을 순 없었다. 그래서 조금 더 넓게 보이는 85mm 준망원 렌즈를 사용해 카메라를 적절히 피하는 동시에 인물과 배경을 함께 담았다. 이 렌즈는 조리개가 F1.4까지 열리는 렌즈인데, 어두운 곳에서도 충분한 광량을 확보할 수 있어 촬영이 진행된 여러 장소에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었다. 다만 줌이 되지 않는 단렌즈 85mm의 화각을 사용하기 때문에 역시 이리저리 각도를 달리하며 영상카메라가 담지 못했던 사진을 담으려 노력했다. 총 6일 정도 진행된 촬영이 끝나고 나니 목과 허리에 통증이 밀려왔다. 

이 사진에서는 캐주얼한 스트릿 패션을 선보인 사진도 털털하고 귀여운 정은지의 매력이 한껏 드러났다. 해를 뒤에 두고 찍는 사진은 보통 검게 나오기 마련인데, 역광을 적절히 피사체에 투과 시키고 카메라의 노출을 높여주면 아름다운 역광 사진을 얻을 수 있다. 촬영기간 내내 오던 비가 그치고 처음으로 보는 완전한 햇살이 반가워 잠시 쉬는 시간에 정은지에게 포즈를 부탁했다.인간 햇살이라는 별명을 가진 그녀가 고개를 젖히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오랜만에 보는 아름다운 시드니 오후의 햇살이 그렇게 반가울 수 없었다.

‘워스트 촬영 조건’으로 ‘워스트 결과’ 극복하기

<시드니 야경 속 정은지의 시원한 미소와 트렌디한 패션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정은지는 시드니 랜드마크 앞에서 화려한 패턴의 드레스와 힐을 신고 돌아보는 여유로움을 자랑하기도.  여유로움이 가득한 사진이 나오기까지 사실 한결 작가는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혼란스러운 상황이었다는 후문이다>

정은지가 드레스를 입고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투어를 하기로 했고, 투어 전 오페라하우스 앞에서 화보 촬영을 하기로 했다. 지난 3일동안 시드니에는 비가 내리고 추운 날씨가 계속 되었지만 그날 오후에는 거짓말처럼 햇살이 쏟아졌다.

방송 컨셉이 시드니의 선샤인이었기 때문에, 진행팀과 연출팀은 그날 최대한 많은 영상을 담기 위해 고군분투했고 그로 인해 여러 일정이 뒤로 밀리면서 화보 촬영에 주어진 시간이 사라지고 드레스 입는 것도 생략한 채 (메이크업을 새로 해야하기 때문에) 오페라하우스 투어가 진행됐다. 

새로운 화보촬영 시간표가 나왔다. 모든 촬영이 끝난 9시.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시드니 오페라하우스에서 방송촬영을 위해 미리 촬영팀과 협의 했던 시간은 저녁 7시 30분이었고, 미리 봐두었던 장소에서는 촬영을 할 수 없었다. 설상가상 비가 다시 내리기 시작했다.

촬영에 어려운 모든 요소가 한번에 밀려왔다. 비와 추운 날씨, 빛이 없는 밤 그리고 갑자기 새로운 촬영 장소. 주어진 시간은 1시간. 촬영에 안좋은 요소를 모두 극복해야하는 시간이었다. 오페라하우스 영내를 벗어나지만, 오페라하우스가 적절히 보이는 장소를 찾았다.

비로 인해 바닥이 젖어서 가로등이 로맨틱하게 반영이 만들어지는 부분도 추가했다. 조명팀에 자문을 구해 충분한 광량을 확보했다. 비가 내리는 상황에 정은지가 드레스를 입고 등장했다. 내 뒤로는 20명의 스텝이 내 촬영을 위해 대기 하고 있었다. 엄청난 압박이었다.

작가로서 셀럽을 비를 오래 맞게 할 수 없어 그동안의 노하우를 최대한 동원해 포즈를 디렉팅하며 진행했다. 정은지의 프로페셔널한 자세와 스텝들의 도움으로 촬영을 무사히 끝낼 수 있었다. 압박을 뚫고 좋은 장면이 나올 수 있어서 기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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