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대에서 바라본 캐시트럴 코브(Catherdral Cove)의 전경

바다와 온천이 만나는 곳에서 특별한 경험을 했다. 숙소를 찾아야 한다. 가까운 캠핑장을 찾았다. 입구부터 사람으로 붐비는 큰 캠핑장이다. 유독 젊은이들이 많다. 주로 유럽에서 온 관광객이다. 특히 독일어가 자주 들린다. 뉴질랜드는 관광 수입이 많을 것이라는 짐작을 쉽게 할 수 있다. 자연을 있는 그대로 간직하려고 노력한 결과라는 생각이 든다.   

다음 날 아침, 평상시와 다름없이 느긋하게 일어나 캠핑장을 나선다. 가까운 곳에는 캐시드럴 코브(Cathedral Cove)라는 볼거리가 있다. 뉴질랜드를 홍보하는 사진에도 자주 나오는 유명한 관광지다. 느긋하게 캠핑장을 나선다. 바다가 한눈에 내려 보이는 경치 좋은 도로를 따라 10여 분 운전해 작은 해안 마을에 도착했다. 

도로 한복판에 있는 ‘캐시드럴 코브’라고 쓰인 이정표를 따라 가파른 언덕을 오르니 전망대가 나온다. 그런데 주차할 곳이 없다. 다시 왔던 길을 따라 천천히 내려가는데 개인 집에서 앞마당을 주차장으로 빌려준다. 가격은 10달러(8,000원)라고 쓰여 있으며 시간제한은 없다. 이미 대여섯 대의 자동차가 주차해 있다. 주인과 인사말을 나누면서 주차비를 주고 나온다.   

대성당(Cathedral)이라고 불리는 자연의 조각품. 사암으로 되어 있다.

조금 전에 왔던 전망대에서 바다를 본다. 섬들과 조화를 이룬 잔잔한 바다 풍경이 돋보인다. 전망대를 떠나 캐시드럴 코브로 향한다. 흔히 보기 어려운 경치에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산책길이다. 안내판에는 30분 정도 걸린다고 쓰여 있다. 그러나 카메라 셔터를 계속 누르며 걷느라 시간이 오래 걸린다.   

캐시드럴 코브라는 바닷가에 도착했다. 대성당이라는 이름을 가진 아치형의 커다란 바위가 관광객을 맞는다. 검은 바위가 아닌 하얀 사암이라 성당의 모습을 떠올리기에 안성맞춤이다. 백사장에 자연이 만든 대형 조각을 사진에 담느라 관광객들은 분주하다. 이곳에는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 관광객이 유난히 많다. 풍광이 뛰어나기 때문일 것이다.

대성당에서 바라본 바다 풍경

섬으로 둘러싸인 바다에는 파도 한 점 일지 않는다. 수영하기에도 좋은 해변이다. 바닷물이 차갑지만, 젊은이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수영을 즐긴다. 단체로 온 그룹은 해변을 걸으며 주위를 즐긴다. 아이들과 물놀이에 정신이 없는 가족도 있다. 백사장에서 조금 떨어진 바위에는 남녀가 정겨운 모습으로 앉아 있다. 

해변 근처에서는 관광객들이 카누를 저으며 섬과 섬 사이를 돌아본다. 물안경을 쓰고 바닷속을 구경하는 그룹도 있다. 여유롭게 바다를 떠다니는 큼지막한 요트들도 보인다. 나는 무릎까지 바다에 적시며 작은 동굴에 들어가 본다. 희귀한 암석을 사진에 담기도 한다. 다시 올 기회가 생긴다면 먹을 것도 가지고 와서 온종일 지내고 싶은 곳이다. 

이곳에는 자연이 오랜 시간 걸려 만든 조각품이 많다.

점심시간이 가까워진다. 돌아갈 시간이다. 왔던 길을 다시 걷는다. 같은 길이지만 다른 길을 걷는 기분이다. 오른쪽으로 병풍처럼 둘러싸인 바위가 올 때와는 다른 모습으로 다가온다. 바위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는 작은 나무들의 생명력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샛길로 들어가 다른 해안도 들러 보았다. 조금 전에 보았던 해변과는 다른 분위기를 자아내는 작은 해변이다. 사람은 많지 않으나 물이 맑고 아늑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백사장에서 윗몸을 드러내고 햇볕을 즐기는 여자도 보인다. 이곳을 잘 아는 사람들이 찾아오는 장소라는 생각이 든다.  

카누를 타고 섬과 섬 사이를 다니는 관광객들

또 다른 샛길에는 보석 해안(Gemstone Bay)이라는 팻말이 있다. 보석이라는 이름에 궁금증을 가지고 5분 정도 걸리는 샛길로 들어선다. 또 다른 해변이 나온다. 그러나 이곳에는 모래사장이 보이지 않는다. 크고 작은 조약돌로 가득한 해변이다. 조약돌을 보석이라 부르며 관광객의 발길을 끌고 있다. 파도가 오랜 세월에 걸쳐 조각한 조약돌들이 보석처럼 해안에 널려 있다. 

산책로에서 바라본 풍광

산책길을 되돌아가 다시 전망대에 도착했다. 태양이 떠 있는 각도가 달라서일까, 아침과는 달라진 풍경이다. 이곳의 풍경은 시시각각 바뀐다. 한번 스쳐 지나가는 관광객으로서의 아쉬움이 남는다.

아침에 주차했던 집에 들어서니 10대 정도의 차가 빼곡하게 주차해 있다. 우리가 차를 빼자 다른 차가 들어온다. 수입이 꽤 많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땅 짚고 헤엄치는 것처럼 쉬운 비즈니스다. 세금도 내지 않을 것이다. 주위에서는 앞마당을 주차장으로 제공하는 집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요트를 타고 찾는 사람도 자주 보인다.

작은 가게가 모여 있는 동네 중심가에서 피자를 주문한다. 바로 옆자리에 있는 아이는 쉴 새 없이 엄마와 이야기를 건넨다. 점심 식사를 끝낸 노부부는 아이스크림 하나씩 들고 가끔 한마디씩 주고받는다. 선물 가게에는 몇몇 사람들이 물건을 둘러보고 있다. 관광객이 먹여 살리는 전형적인 시골 동네의 모습이다.     

떠나기 전에 동네를 한 바퀴 자동차로 돌아본다. 시골 동네지만 해변에는 공원을 비롯해 편의 시설이 잘 갖추어 있다. 동네 골목으로 들어선다. 정원을 가꾸며 멋을 부린 주택이 줄지어 있다. 

집 앞에서 한가하게 이웃과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이 보인다. 강아지 한 마리가 사람 주위를 맴돌고 있다. 시골 마을에서 소박하게 나름의 삶을 가꾸는 모습이 정겹다. ‘적게 소유하고 풍요롭게 존재하라’는 어느 시인의 글귀가 떠오른다. 
가진 것과 풍요로운 삶은 비례하지 않는다는 평소의 생각을 확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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