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와 한국을 비교하면서 가장 이해가 안 되는 부분 중 하나가 바로 지금 한국에서 난리법석인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조직인 ‘검찰의 개혁’이다.
 
호주가 포함된 영연방 의회민주주의 국가에서 Attorney-General(어토니 제너럴, AG)이 법무부 장관이며 내각에서 막강 실세 각료다. 연방 정부(내각)의 연방 법규 관련 모든 사안을 총괄한다. 일부 국가에서 법무장관을 뜻하는 Justice Minister는 호주에서는 교정, 테러방지 업무를 지원하는 장관으로 법무장관 보좌 역할의 하위 각료직이다.  

법무장관이 관장하는 여러 부서 중 하나가 검찰이다. 연방 검찰청(Office of the Commonwealth Director of Public Prosecutions, 약칭 CDPP)은 연방 법규와 관련된 독립된 기소 업무를 관장한다. 연방 검찰청은 법무장관 산하에 있지만(한국에서도 법무부 산하 외청) 장관과 정치적 프로세스와는 독립적으로 운영된다. 법무장관은 검찰청법 8조(section 8 of the DPP Act)에 의해 서면으로 의회 절차에 따라, 또 사전 협의를 거쳐 검찰청장에게 지시 또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수 있다. 연방 법규 관련 기소 문제에 대해 정치적으로 개입하지 말하는 의미다. 

호주에서 모든 수사는 검찰이 아닌 경찰의 역할이며 한국처럼 검찰이 수사권, 기소권을 모두 갖지 않는다. 한국 검찰은 수사권 독점, 경찰수사에 대한 지휘권, 공소유지권, 이미 진행 중인 형사재판까지 중단시킬 수 있는 공소 취소권, 기소권 독점, 기소편의주의라는 이름의 기소 재량권, 영장청구권 독점 등 많은 권한을 독점, 남용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비정상 상태다.
관할 대상도 연방 법규 관련 부분만 관여하며 다른 분야는 주/준주 검찰이 담당한다. 한국은 대검(검찰총장)이 총괄 지휘한다. 산하 검사장(차관급)만 40명이 넘는다. 마치 참모총장이 예하 군단, 사단을 지휘하는 것과 비슷한 조직이다. 

이렇게 방대한 조직이 집단 이기주의로 똘똘 뭉쳐 반세기 이상을 권력에 아부하며 지탱해 왔기에 오늘 우리가 목격하는 것처럼 개혁에 저항하는 ‘거대 괴물 집단’이 돼버렸다. 모든 권력의 원천이어야 할 국민의 통제까지 거부하며 국민 위에 군림해 온 ‘정치 검찰의 과도한 권한’이 항상 문제였다. 막강 권한을 휘둘러 오면서 취했던 달콤한 권력을 포기하지 않으려고 몸부림을 치면서 일부 여론을 등에 업고 합법을 가장한 추태를 벌이고 있다.  

호주에서 검찰은 경찰(형사 포함)이 수사한 사안에 대해 기소 여부를 법률적으로 검토해 재판 준비를 하는 것이 주역할이다. 매우 실무적인 직책이며 정치적인 사안에 개입할 이유도 그럴 명분도 없다. 
반면 한국의 검찰총장은 위에 열거한 과도한 권한을 행사하는 검사들을 지휘하면서 사실상 법무장관 역할까지 겸직하는 모양새다. 호주로 치면 Attorney General과 Commonwealth Director of Public Prosecutions의 직분을 합쳐놓은 것과 비슷하다. 엄연히 다른 직책이고 역할이 구분돼 있는데 수십년 잘못된 관행을 고치지 않은채 국민을 볼모로 잡고 계속 권력의 칼을 휘두르겠다고 억지를 부린다. 지금의 한국 검찰이야말로 선진 민주주국가에서 반드시 개혁해야 할 ‘대표적 적폐’이다. 

과거 한국의 독재정권 시절 인권유린, 간첩조작, 민주인사 탄압 등 수치스러웠던 사법부의 독재정권 부역행위에 대해 대법원장이 사법부의 과거사를 반성한다는 사과문을 발표했다. 
그러나 과거 사법부와 함께 부끄러운 법정의 공범이었던 검찰은 제대로 된 사과가 없었다. 문무일 전 검찰총장이 6월 퇴임 직전 과거 검찰의 권한 남용을 사과하고 정치적 중립과 공정한 수사를 약속했다. 그러나 최근 행태를 보면 개선 의지가 전혀 없고 ‘립서비스’에 불과함이 확인됐다. 

검찰은 정권이 바뀌면서 항상 새로운 권력에 아부, 기생하며 권력층의 수족 노릇을 하면서 위기를 넘겨왔다. 이제 국민들이 두 눈 부릅뜨고 검찰의 정치권력 종속과 권한 남용을 바로잡아야 한다. 노무현 정부 때 개혁 실패를 거울삼아야 한다. 이번에도 못하면 정말 앞으로 영영 기회가 없을 것이다. 
한국 사회의 고질적 병폐인 ‘집단(조직) 이기주의’를 앞세우며 적폐 청산을 계속 거부한다면 국민의 이름으로 죗값을 물어야 한다. 
한국 검찰은 법률적 기소 여부를 판단하는 직무에 충실한 국민을 위한 충복(법무 조직)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이 이슈는 정치적 진보, 보수와 상관없다. ‘국민 권리 되찾기’, ‘주인 대접 받기’ 차원에서 검찰 개혁이 조속하게, 제대로 진행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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