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각으론 금융권 특검은 실패했다(banking royal commission failed). 문제의 핵심을 건드리지 못했고 은행 임원들의 연봉도 큰 변화가 없다. 호주 4대 은행은 하나의 카르텔이다. 카르텔은 소비자를 위해 당연히 제거해야 한다.”

재무장관 출신인 웨인 스완(Wayne Swan) 노동당 전국 당의장이 ‘호주 4대 은행’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케빈 러드와 줄리아 길러드 총리 시절 재무장관을 역임한 그는 경제학자로서 글로벌 금융위기(GFC)를 가장 성공적으로 극복하면서 세계 최고의 재무장관으로 선정된 바 있다. 그는 재무장관 시절인 2011년 홈론 해약 페널티(home-loan exit fees)를 금지시켜 다른 곳으로 이전을 용이하도록 제도를 개선했다. 은행권을 상대로 문제를 시정했던 경력이 있다.

그런 배경의 스완 의장이 ‘카르텔(a cartel)’이란 강경 표현으로 호주 빅4 뱅크를 비난하고 나섰다. 카르텔의 사전적 의미는 담합(談合) 행위를 통한 이윤 극대화를 추구하는 ‘이익 공동체’, 기업 연합이다. 소비자에겐 암적 존재다.   
이같은 비난의 배경은 호주중앙은행(RBA)이 침체에 빠진 호주 경제를 부양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6, 7, 10월 3회 인하(0.75%)했음에도 불구하고 호주 홈론 시장의 약 75%를 점유하는 빅4 뱅크가 인하 폭을 전면 반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불과 약 0.17%선의 하락에 그쳤다. 

호주의 기준금리는 RBA가 10월 3차 인하로 1% 벽을 깨며 0.75%로 내렸다. 사상 최저 수준이다. 필립 로우 RBA 총재는 “금리 인하 정책만으로 부족하다. 정부의 대규모 투자 등 경기부양책이 필요하다”고 촉구하면서 은행권에게 전면 인하를 당부했다. 그러나 빅4 뱅크는 보란 듯 이를 거부했다. 
전면 인하를 촉구했던 조쉬 프라이든버그 재무장관은 ACCC(호주 경쟁 및 소비자위원회)가 은행권의 홈론을 조사(home loan inquiry)하라고 요청했다. 스콧 모리슨 총리도 ‘이익 챙기기(profiteering)’라고 비난했다.  

빅4 뱅크의 이같은 ‘마이 웨이’와 관련, 스완 의장은 “기준금리가 6, 7월에 이어 10월 또 다시 0.25% 내려갔다. 재무장관과 중앙은행총재에 이어 총리도 은행권에 전면 인하를 당부했다. 그러나 빅4 뱅크는 이를 외면했다. 과거보다는 줄었지만 호주 4대 은행의 영업 이익은 국제 기준으로 여전히 세계 최고 수준이다. 호주 경제 중심에서 막대한 이익을 챙기며 카르텔처럼 떡 버틴채 정부와 RBA의 거시경제정책에도 협조하지 않고 있다“라고 비난했다. 그는 이어 “정부가 에너지기업을 대상으로 적용하려는 ‘큰 틀의 법규(big stick laws)’를 은행권에도 적용하라”고 촉구했다.  

‘큰 틀의 법규’는 에너지 기업들이 전기세 인하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경우, 에너지 기업의 자산 일부를 매각해 강제 분할하는 것을 의미한다.   
알란 펠스(Allan Fels) 교수는 ACCC 위원장 시절 “ACCC는 ‘마지막 수단(as a last resort)으로서’ 소비자법을 준수하지 않는 대기업들을 작게 분할할 수 있는 권한이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스완 의장이 언급한 ‘큰 틀의 법규’가 ‘마지막 수단’과 같은 의미다. 펠스 교수도 스완 의장의 은행권 적용 주장에 동의했다. 

요즘 호주 경제는 요즘 정말 심상치 않다. 소비심리 추락과 소매 지출의 사실상 불황 상태에서 기대된 감세 효과가 감감무소식인데 실업률이 악화될 가능성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프라이든버그 재무장관이 ‘욕심 많은’ 은행에 대한 조사를 하라고 주문한 것은 어쩌면 전형적인 ‘정치 쇼(political stunt)’일 수 있다. “정부도 나름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면서 유권자들의 환심을 사려는 목적 때문이다.    

빅4 뱅크는 사실상 수십년 동안 정부의 보호 막 안에서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비대해졌다. 통제 불능 상태의 호주 4대 은행은 은연 중 소비자를 우습게 보는 관행이 생겼다.
은행권 문제는 은행들의 ‘야비한 욕심(abject greed)’ 때문에 빚어졌다. 필요할 때 정부가 회초리를 매섭게 휘둘러야 한다. 정부의 의지가 확고하면 큰 틀의 법규를 충분히 은행권에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은행권과 친밀한 자유당은 처음엔 금융권 특검 출범에 강력 반대했었다. ACCC, APRA의 감독으로 충분하다는 논리를 앞세웠다. 그러나 결국 명분과 여론에 밀려 특검을 수용했고 부분 개선을 하고 있다. 

거대한 기업 조직의 힘을 믿고 소비자를 우습게 보는 횡포, ‘미 웨이’에는 매서운 회초리가 약이다.

저작권자 © 한호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