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을 방문하던 차에 촛불의 열기를 느끼고  대한민국 민주정치 역사의 현장에서 주인공이 되어보고 싶었던 작은 꿈을 이뤘다. 대검찰청과 서울지방 검찰청 가까이에서 진행된 검찰개혁을 바라는 시민들의 열망은 정말로 뜨거웠다. 

극도로 개인주의화 되어가는 한국 사회이지만 수 백만 시민들은 왜 토요일에 휴식을 마다하고 큰 길 한 복판에 앉아서 그 많은 군중들과 기꺼이 불편을 견뎌 냈을까? 그들은 뚜렷한 역사의식을 가지고 있으며 역사의 흐름을 관망하고만 있지 않겠다는 의지의 뚜렸한 반영이 아닐까?

현대 한국사회에서 나타난 세번의 중요한 혁명은 1960년의 4.19학생운동, 1987년의 6월 혁명 그리고 2016-17년의 촛불혁명이라고 학자들은 지적한다. 그러니까 30년을 주기로 시민들은 부패한 정권에 반기를 들고 혁명적인 변화를 요구한 것이다. 달리 말하면 프랑스 68혁명을 계기로 많은 나라의 시민들이 단지 부유하고 여유로운 삶을 넘어서 진정한 정치적 민주화, 그리고 공정한 경제 민주화를 통한 삶의 질과 공평한 인간관계가 향상되었다는 지적이 있다. 하지만 한국사회는 경제성장을 캐치프레이즈로 내건 군사정권 그리고 신자유주의 경제를 옹호하는 보수주의 정권의 정책들은 정치와 경제의 민주화를 지연시켰다고 볼 수 있다. 나는 여기서 박정희 정권이 나름 경제발전에 공헌 한 것을 폄훼할 생각은 없다. 문재인 정부를 비롯하여 어느 정권이든 과실이 있음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87혁명이래 한국은 경제와 정치가 꾸준히 발전하고 성장해 왔음은 물론이다. 과거 정권의 하수인 역할을 했던 중앙정보부와 같은 '호랑이'가 사라지니까, 토끼와 같이 힘없이 얌전히 있던 검찰이 하이에나와 같은 모습으로 등극을 하였다. 또한 아시아 경제위기 이후 정부와  IMF의 비호를 받은 재벌들이 ‘천민자본주의’를 추구하면서 벌어진 경제적 갑질은 많은 국민들을 위기로 내몰았다. 이러한 문제들의 폐해는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이른바 최근의 ‘조국사태’가 한국사회의 정치민주화에 아직도 발전의 여지가 많음을 여실히 보여줬다. 검찰은 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서 피의자를 수사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정치검찰로서 표적수사를 했다는 오점을 지우기는 어려울 것 같다. 그래서 보수냐 진보냐를 떠나서 국민들의 70%가 검찰개혁을 원하는 것이 아닐까?

조국 전 법무장관의 가족들의 행적으로 드러난 몇가지 부분들은 한 가족의 생존전략뿐만 아니라 한국사회가 가진 구조적 문제점들을 보여준다. 예를 들면,  학벌과 관계없이 개인이 노력하면 나름대로의 삶의 질을 누릴 수 있는 사회구조를 구축함이 중요한가,  아니면 완벽하게 공정한 입시제도를 구비하는 것이 중요한가? 물론 두가지 모두가 필요하지만 경제구조가 먼저 개혁된다면 현재의 입시지옥과 취직준비경쟁은 다른  모습을 보일 것이다. 특정의 몇개 대학을 졸업해야만 밝은 미래를 보장받는 시스템하에서는 대학입시사정 과정에서 한치의 불공정이 허락될 수 없다. 
호주사회에서는 어느 대학을 졸업해도, 아니 대학을 안다녔어도 개인의 노력과 재능에 따라서 나름의 보람있는 삶을 살 기회가 열려있다. 또한 각 대학은 입학생의 일정 부분을 독립적으로 평가하여 입학시킬 권리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또한 NSW의 고위공직자 독립 부패수사처 (Independent Commission Against Corruption)는 한국에 설치하려는 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에 해당하는 것으로 안다. 한국에 공수처가 설치되기를 가장 원해야 할 단체는 야당이다. 그런데 그들은 왜 사활을 걸고 그것을 반대하는가? 검찰,  전관예우를 누리는 전 법조인들, 국회의원들, 그리고 언론은 끈끈한 카르텔을 형성하여 막대한 기득권의 세력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필자를 포함한 대부분의 시민들은 이들이 얼마나 부패한 집단들인지 그동안 모르고 살았다. 더 이상은 못 참겠다고 서초동으로 여의도로 뛰어 나온 것이다.

서초동 촛불집회에 참석한 수백만의 시민들은 제각기 다른 정치이념을 가진 사람들일 것이다. 하지만 그들을 한자리로 부른 것은 검찰개혁에 대한 동일한 열망일 것이다. 삼삼오오 먹거리를 준비해와서 나눠먹으며, 그리고 생전 처음 만난 몇시간 짜리 '이웃', 그리고 다양한 모습의 자원 봉사자들을 찾아다니며 먹거리를 나눠주고는 검찰개혁을 힘차게 외치는 시민들은 나같은 '외부인'조차 절로 신나게 만든다. 이같은 시민들이 지난 과거에도 있었기에 오늘의 위대한 대한민국이 건설되었다. 2차대전이후 유일하게 민주화와 경제발전을 동시에 이룬 세계의 유일한 나라, 대한민국! 깨어있는 시민들은 이 위대한 대한민국을 끊임없이 가꿔나갈 것을 의심할 수 없다.

아마도 가장 부패한 집단 중의 하나가 여의도의 국회의원들이다. 여의도 사무실로 출근해야 할 때 조차 왜 자꾸 선거유세장으로 나도는가? 국민의 안녕과 복지를 위한 입법은 누가 감당하란 말인가?  그리고 최고의 권력을 누리는 그들이 꼭 머리를 삭발해서 관심을 끄는 그런 시대착오적인 행태는 이제 그만 하면 안될까? 이제는 국민의 목소리를 듣고 그들의 권익을 보호 할 줄 아는 국회의원들 만이 여의도에 입성할 자격이 주어져야 한다. 이제는 국민들로 하여금 주말이면 친구를 만나서 따뜻한 차 한 잔을 마시며 담소하고,  가족들과의 시간 그리고 홀로 성찰하거나 쉴 수 있는 시간을 갖도록 제발 그들을 내버려 둘 수 있는 자질있는 국회의원들이 2020년 4월에는 많이 배출될 수 있기를 간절히 기대한다면 지나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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