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비월드컵 경기에서 잉글랜드 팬이 호주인 레디 존스 감독의 얼굴 마스크를 쓰고 응원하고 있다. 호주에서 외면한 존스 감독이 잉글랜드 감독으로 세계를 제패하고 있다

잉글랜드가 호주인 감독 2명을 영입 후 럭비(유니온)와 크리켓에서 세계를 재패하고 있다. 반면 호주 대표팀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일본에서 열린 2019 럭비월드컵(RWC)은 11월 2일(토) 결승전을 남겨 놓고 있다. 호주팀(월러비)이 8강전에서 잉글랜드에 지며 탈락해 호주에서는 열기가 많이 식었다. 

이번 대회에서 2가지가 단연 화제였다. 첫째, 주최국 일본의 변신이다. 일본은 놀랍도록 경기력이 향상되면서 8강 진출에 성공했다. 과거 약체로 항상 예선전에서 탈락했지만 이제 완전히 달라졌다. 아시아는 ‘럭비 불모지대’란 인식이 강했지만 여러 나라 출신(호주인, 한국인 포함)을 대표팀에 받아들여 팀의 전력을 대폭 보강한 일본의 선전으로 일본은 이제 국제 럭비무대에서 더 이상 우습게 보는 나라 신세를 면했다. 아쉽게도 한국에서 럭비는 여전히 비인기 종목으로 국제무대에 내놓을 실력이 안 된다.  
 
두 번째 화제는 럭비 등 여러 구기 종목을 고안한 잉글랜드의 럭비 부활이다. 잉글랜드는 2007년 이후 처음으로 2019 결승전에 올라 우승 후보 1위다. 지난 주말 4강전에서 전대회 우승팀 뉴질랜드(올 블랙)를 19-7로 격파해 세계를 놀래켰다. 세계 1위팀 제압은 운이 아닌 실력임을 입증했다. 올 블랙이 잉글랜드에 무릎을 꿇은 지난 26일은 뉴질랜드인들에게 ‘국가적 애도일(day of national mourning)’이라고 할만큼 실망과 충격이 컸다. 
앞서 8강전에서 호주(월러비)는 40-16으로 잉글랜드에게 완패했다. 한마디로 잉글랜드에게 적수가 못됐고 한 수 아래였다. 호주 럭비협회 관계자들이 부진한 결과에 다시 충격을 받고 절치부심하며 고민 모드에 들어갔다.    

잉글랜드의 화려한 부활에는 에디 존스(Eddie Jones)라는 호주인 감독이 주역을 맡고 있다. 그는 호주 대표팀 감독에서 밀려난 뒤 잉글랜드에서 맹활약을 하고 있다. 그는 이번 RWC의 부진한 성적으로 대표팀 감독에서 경질된 마이클 치카(Michael Cheika) 호주 감독과는 시드니 랜드윅에서 선수로 함께 뛴 동료였다. 
호주팀은 경기만 부진했던 것이 아니다. 호주 럭비협회 라엘른 캐슬(Raelene Castle) CEO와 치카 감독은 일본에서 노골적으로 불화가 폭발하며 충돌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월러비는 지난 몇 년 동안 국가 대항전에서 충격적인 패배가 이어질 때마다 약간의 변화를 시도했지만 그 결과는 전혀 만족스럽지 못했다. 이제 월러비는 새 감독 영입과 선수 선발의 전면 개편으로 팀 전체를 재건해야할 때가 됐다. 

‘포용적 파파 리더십’으로 베트남 축구를 완전 탈바꿈시킨 박항서 감독과 같은 리더십이 바로 호주 럭비팀 월러비 사령탑에 필요한 실정이다. 사기가 크게 떨어진 호주 대표 선수들을 새로 선발해 이들이 어느 위치에서 자기의 실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선수들을 성심으로 이끌어 성과를 내야 한다.

잉글랜드는 올해 크리켓 월드컵(ICC World Cup)에서 뉴질랜드를 물리치고 우승했다. 여기에도 호주(NSW 궐번) 출신의 트레버 베일리스(Trevor Bayliss) 감독이 큰 기여를 했다. 
2명의 뛰어난 호주인 감독들이 잉글랜드에서 더 좋은 대우를 받으며 그들 대표팀의 전성기를 이끌고 있다. 정작 호주 대표팀은 이런 감독들을 외면했으니.. 

축구에서 다양한 선수들 사이에 최적의 하모니를 찾아 조직의 목표를 이루는 것이 감독에게 가장 중요한 자질이다. 에디 존스와 트레버 베일리스 감독은 조직원들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이해하며 하나의 하모니로 이끌 수 있는 각자의 리더십을 보여주었다. 그 결과는 월드컵 우승, 결승 진출 등 국민들이 열광하는 호성적으로 나타났다. 
월러비가 다시 세계무대에서 포효할 수 있도록 ‘호주의 박항서’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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