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사진 : 순간에 의미를 부여하는 포토그래퍼 이한결, : 인스타 그램 : handrew.photo >

2020 도쿄 패럴림픽 티켓이 걸린 지적 장애인 세계선수권대회에서 1주일간 사진을 찍었다.
선수들이 그간 노력했던 과정을 보지 못한 채
결과만을 찍어야 하는 자리인 줄 알고
개회식 아침까지 내심 불편했지만,
낯선 장르에 내가 가장 잘하는 것을 해달라는
한국 대표팀의 요청에 묘한 두근거림이 온몸을 달구었다.

대회 5일 차.
남자 4 X 100M 혼영 릴레이 게임.
결승점까지 10m.
릴레이 시작부터 감독의 눈가에 그렁그렁했던
눈물이 이제는 넘쳐 떨어지고 있었다.
경기장을 등지고 있어도 그들의 레이스가
감독의 표정을 통해 뷰파인더에 빨려 들어오고 있었다.
4번 주자의 마지막 스트로크가 제일 먼저 벽을 찍었지만
전광판엔 1등 대신 한국팀 3번 주자의 실격을 알리는 DQ(Disqualified)라는 글자가 올라왔다.
대표팀에 깊은 정적이 흘렀다. 자세한 상황을 알 수 없어
그 누구도 어떤 어필도 할 수 없었다.
3분쯤 지났을까. 누군가의 환호성이 침묵을 깼다.
순위표 맨 밑에 표시되었던 대한민국이 판정 번복으로
기적같이 1위에 당당히 오르던 순간이었다.
자신의 잘못으로 메달이 취소된 줄 알았던 선수가
금메달이 확정되자 무거웠던 마음을 이기지 못하고
주저앉아 안도의 눈물을 쏟아냈다.
대한민국 수영대표팀은 대회 수영 종목 마지막 날,
비로소 남자 4 X 100m 단체 혼영에서
세계기록을 5초나 단축하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폐회식을 마지막으로 그간 고생한 선수들을 한국으로 보냈다.
떠나는 버스를 보면서 한참이나
손을 흔들다 집에 돌아와 책상에 앉았다.
세계 각지에서 모인 선수들의 가능성과 진심을 치열하게 시험했던
순간을 담은 2만여 장의 사진을 정리하며 다시 한번 감동한다.

당신의 ‘감동점’을 무심코 지나는 작은 순간들에 맞추다 보면
삶의 그 모든 게 결정적인 순간임을 깨닫게 된다.
이는 사소한 것에 연연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이 지금이 되기까지 이루어진 모든 순간 속에
당신의 존재와 가능성 그리고 진심을 인정하는 매우 중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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