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 상하이’ 멜번의 박스힐.. 주민 1/3 중국계 
허스트빌(시드니), 써니뱅크(브리즈번)도 비슷한 상황 

‘미니 상하이’로 불리는 멜번의 박스힐 상권. 중국어 간판이 압도적이다.

중국 상하이의 거리와 흡사한 멜번의 박스힐(Box Hill). 상점들은 중국어로 도배돼있고 아시안 음식점들이 즐비하다. 부동산 중개업자들은 만다린(중국 표준어)과 광둥어(Cantonese)를 구사하고 영어 한마디 못해도 아무 문제 없이 은행 업무를 볼 수 있는 곳이다.

하지만 이러한 연유로 많은 호주인의 비난의 대상이 되곤 한다. 시드니 남부의 중국인 밀집지역인 허스트빌(Hurstville), 브리즈번의 써니뱅크(Sunnybank)도 마찬가지다. 과거 시드니의 라이카르트/파이브독/하버필드 일대가 ‘리틀 이탈리아’로 불렸다. 

한 때는 ‘호주인을 찾아라’(Spot the Aussie)라는 안티 박스힐 소셜미디어 페이지도 존재했다. 추후 사회적으로 논란이 돼 현재는 폐지된 상태다.

23년 전 중국에서 호주로 이주해 박스힐 인근에 거주하는 릴리옌은 “박스힐은 이민자들이 새로운 사회로의 전환을 더욱 쉽게 도와준다”며 “고국과 친근한 환경에서의 정착이 수월하기 마련이다. 주위를 보면 일단 이곳에서 2년여간 살면서 언어 장벽이 다소 극복되면 점차 다른 지역으로 이동한다”고 밝혔다.

주민의 3분의 1이 중국 출신인 박스힐에 거주하는 이민법무사 션동은 “특정 커뮤니티가 아닌 다문화주의가 호주 사회에 가져온 이익과 혜택에 더 집중하는 것이 마땅하다”라며 “호주인, 중국인, 한국인, 원주민 등 그 어느 문화나 민족도 포용해야 한다. 그것이 이 땅이 지닌 가치”라고 주장했다. 

‘다문화주의, 동화’의 의미는? 
호주는 세계에서 문화적으로 가장 다양한 국가 중 한 곳으로 인구의 3분의 1이 외국 태생이다. 다문화주의가 호주 사회의 가치를 보다 풍요롭게 했다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이민자들의 ‘호주사회 적응법’에 대한 의견은 극명하게 갈린다. 

ABC 방송이 호주인 5만4,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대국민설문조사(Australia Talks National Survey)에서 ‘이민자들이 호주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 충분히 노력한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응답자 50%는 ‘그렇다’, 33%는 ‘그렇지 않다’고 답변했다.

릴리옌은 사람들이 무엇을 우려하는지 이해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호주사회의 일원이 된다’는 것의 의미를 깨닫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과거 혈혈단신으로 호주에 첫발을 내디뎠을 때 가장 혼란스러웠던 점은 “내가 바비큐를 좋아하지 않거나 크리켓을 이해하지 못하면 호주인이 될 수 없는 걸까?”였다며 “호주인이 된다는 것의 정확한 뜻은 누구든 정의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대부분의 이민자들은 호주에 적응하길 원한다. 그것이 그들이 이곳에 오는 이유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장벽이 늘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공통점과 차이 모두 존중해야”
호주의 화교 인구는 120만 명을 넘어섰다. 그중 10%가 대학 유학생이다. 과거 유학생으로 호주에 왔다가 현재 직원 30명 이상의 유학•이민사업을 운영하는 션동은 “서로 다르다고 잘못된 것은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그는 “무엇에 어울린다는 게 반드시 똑같아지라는 의미는 아니다. 중국에는 ‘공통점을 찾으려 노력하라. 그러나 차이점 또한 존중해야 한다’(you try to find similarities but also respect the difference)는 속담이 있다”며 “중국인들이 호주사회로의 적응을 원치 않는 게 아니다. 단 호주식 방법을 모를 뿐 늘 노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치솜에서 글래디스 리우 자유당 후보(왼쪽)가 노동당의 제니퍼 양 후보를 간발의 차이로 물리치고 호주 첫 중국계 여성 연방하원의원이 됐다

자유당 글래디스 리우, 
호주 첫 중국계 여성 연방하원의원 당선

중국계 주민이 집단 거주하면서 정치적인 파워가 커지고 있다. 
지난 5월 연방총선에서 자유당과 노동당은 박스힐 일대와 블랙번, 버우드 지역을 포함하는 멜번의 치솜 (Chisholm) 연방 지역구에 모두 중국계 후보를 공천했다. 홍콩 출생 이민자인 글래디스 리우(Glays Liu) 자유당 후보가 당선돼 호주 최초로 중국계  이민자 출신의 여성 연방 하원의원이 배출됐다. 노동당은 중국계(대만 출신)인 제니퍼 양(Jennifer Yang) 후보를 공천해 두 중국계 여성 후보들이 대접전을 펼쳤다. 선호도를 반영한 양당 구도에서 리우 후보가 불과 1천여표 차이로 신승을 거두고 당선됐다. 득표율은 50.57:49.43의 초박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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