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색상의 조각보는 호주 다문화 상징”

호주디자인센터(Australian Design Centre) 입구 전면에 한국 조각보가 걸렸다. 한국전통 작품이 센터 입구에 걸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문화원에서 조각보 강의를 하고 있는 전태림 작가의 작품이다. 10월 3일부터 11월 13일까지 진행된 이번 전시에 맞춰 2차례 워크숍도 열렸다. 10월 26일에는 전통 바느질 수업 그리고 지난 11월 9일에는 천연염색 수업이 열렸다. 수업은 오픈하자마자 마감될 정도로 많은 관심 속에 진행됐다. 염색 워크숍을 진행하고 있는 전태림 작가를 만나봤다. 

조각보는 ‘동양의 몬드리안’ 
이번 전시는 시드니문화원을 통해 호주디자인센터와 함께 기획해 진행됐다. 전시될 입구를 봤을때 기존의 1:1 비율의 손수건 정도 사이즈로는 눈에 띄지 않을 수 있을 것으로 판단돼 전시를 위한 작품을 만들기 위해 3달 가량을 작업에만 몰두했다. 

작품명은  ‘Intergradation(상호이행)’으로 조각들은 호주의 천연염색과 한국의 천연염색 방식을 가미해 만들었다. 호주 토양에 한국 문화가 얹어져 하나의 문화가 만들어 지는 과정으로 그것이 나 그리고 우리 아이들이며 ‘이민의 삶’으로 표현했다. 다양한 색상이 모여 하나의 아름다운 조각보로 탄생하는 것이 호주 다문화의 조화일 것이다. 

조각보는 한국 전통 공예의 하나이다. 실크나 모시 등의 원단을 손바느질로 연결해 만든 작품으로 귀한 물건을 포장할 때 사용했다. 현대에는 인테리어 소품 혹은 패션 상품으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 

호주에도 K팝이나 K드라마가 점차 알려지면서 자연스레 나전칠기, 조각보 같은 한국전통문화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조각보에 대한 서양인들에 대한 관심은 공간 분할의 추상화가로 유명한 피에트 몬드리안(Piet Mondrian, 1872~1944)과 비교되면서 그들의 작품보다 백여 년 이상 앞서 제작된 공간 구성미를 가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조각보는 세련된 색상배치로 각 색상이 가진 느낌을 살렸으며, 동양적 정서가 담긴 ‘오방색’이라는 원색을 통해 강렬한 추상성을 지닌다.

또한 지구 온난화와 오염 등으로 인해 환경의 중요성이 대두되는 요즘 일회용품 대신 보자기의 쓰임을 비롯해 남은 천 조각을 모아 만든 선조들의 지혜와 정서가 담겨 그 깊이는 더욱 빛을 발한다. 

한약재료 사용하는 ‘전통 염색’
시드니한국문화원에서 전통 바느질 기법에 대해 강의를 하기 때문에 첫 강의는 바느질로 테마를 정했고 2차에서는 특별히 염색을 택했다. 사실 호주에서 동양의 천연염색하면 일본을 꼽는다. 특히 호주인들이 가장 매력적으로 생각하는 ‘인디고 블루’는 일본의 염색 기술을 최고로 여긴다. 염색 과정이 여러 차례 담금질을 해야 하는 등 복잡한 과정을 통해 색상을 내야 하기 때문에 단시간 내에 진행되는 수업에서 한다는 게 쉽지 않을 꺼라 판단됐지만 한국의 전통 염색에 대해 소개하고 싶었다. 

당일에는 소목과 치자 2가지 한약재료를 사용해 한국의 옥사 본견 실크 원단과 호주에서 주로 사용하는 텐셀 원단 두가지 천에 염색을 하는 과정을 준비했다. 

모든 참석자들은 1-4시까지 짧은 수업에서 노랑, 주황, 버건디, 녹색, 인디고 블루 등 염색을 통해 다양한 결과물을 가지고 놀라워했다. 치자는 노란색 염색에 가장 많이 사용되는 대중적인 염료이다. 치자는 붉은 색에 가까운 노랑(자황빛)으로 염색된다.  또한, 소목은 매염제에 따라 빛깔이 달라진다. 명반 매염인 경우는 붉은색, 석회나 동매염제인 경우는 자주색, 철인 경우는 검은 자주색이 나와 치자와 함께 적용할 때 다양한 색을 얻을 수 있다. 옥사 본견 실크 원단은 비침이 있고 약간 빳빳한 느낌의 천으로 봄 가을용 한복에 많이 사용하는데 호주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호주인들이 옥사를 처음 접해봤을 때 대체로 ‘이건 린넨이지 실크가 아닌 것 같다. 어떻게 실크가 이렇게 빳빳하고 얇게 나올 수 있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는 등의 반응이다. 

뛰어난 한국 원단과 기술에 대해 아직 호주에서 잘 모르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 호주에서 좀 더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을까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 

‘한국의 미’ 소개 통로
시드니한국문화원에 강의를 나간 지는 약 3년여 시간이 흘렀다. 용기를 내 강의를 하고 싶다고 문화원에 연락을 하게 된 것은 우울증 때문이었다. 

홍대 시각디자인 전공으로 일러스트레이터로 일을 하면서 결혼을 했고 아이를 낳았다. 쌍둥이를 비롯해 세 아이를 키우다 보니 마감일을 맞추기 어려워 일을 할 수 없게 됐다. 

답답한 가운데 우연히 바느질을 접하게 됐고, 강의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열중하기도 했다. 

치열한 삶 보다는 좀 더 여유로운 환경을 아이들에게 제공하고 싶어 호주를 택했다. 환경은 여유로웠을지 모르나 삶은 우울감이 커져갔다. 

언어적인 장벽으로의 답답함과 아는 사람 하나 없는 이곳이 아름다운 감옥과 같았다. 그러다 다시 바느질을 꺼내든 것으로 삶이 변화됐다. 알음알음 광고를 내 했던 첫 바느질 강의부터 감사하게도 수강생이 왔었고 그렇게 용기를 내 문화원에도 직접 찾았다. 

당시 인터뷰에서도 수강료도 적고 사실 준비하는 재료비나 시간 등을 생각했을 때 할 수 있겠냐고 되려 질문을 받았지만, ‘이게 아니면 안될 것 같다. 나의 삶을 위해 해야겠다’ 답했다. 

그렇게 아내 혹은 엄마가 아닌 전태림의 작품이 사람들과 소통하고 기쁨이 되고 아름다움이 되어 가고 있다. 

영어로 수업을 한다는 게 많은 부담이 있다. 200%를 준비해야 100%로를 전달할 수 있기 때문에 같은 수업일 지라도 언제나 치열하게 준비한다.  

많은 이민자들이 삶이 녹록치 않아 취미생활을 갖기 어려울뿐더러 자신의 전공을 살리면서 일을 할 수 있는 기회조차 갖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바느질을 통해 나만의 작품을 선보일 수 있는 것은 어쩌면 엄청난 행운일 것이다. 전시를 위한 조각보를 위해 3달동안 공을 들여서 만들었는데 위치가 정면으로 햇빛을 보는 자리라 망설이기도 했다. 화학적 염색은 빛이 바라지 않지만 천연 염색은 햇빛을 보면 색이 변하기 때문. 

작품이 망가지는 것보다 한국의 미를 그리고 나를 전할 수 있는 방식이라 최선을 다해 준비했다. 앞으로도 조금이나마 한국의 전통의 아름다움을 호주에 알리는 통로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영상 : https://www.youtube.com/watch?v=Pq-T0m85WMI&feature=you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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