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시대’ 불구 고용 현실은 준비 미흡
정부 ‘예산균형’ 지나친 몰두
실업자, 불완전 고용 등 3백만명 육박 
취약층 일자리 제공하는 경제성장은 외면   

조쉬 프라이든버그 재무장관이 19일(화) 호주경제개발위원회(Committee for the Economic Development of Australia)  초청 연설에서 “호주의 노령 인구는 보건, 노인복지, 연금 제도에서 새로운 수요를 만드는 경제적 시한폭탄(economic time bomb)”이라고 지칭했다. 
그는 “향후 40년 동안 65세 이상 노인인구 대비 소득세를 내는 호주 근로자수 비율이 4.5대 1에서 2.7대 1로 하락할 것”이라면서 “65세 이상 근로자가 상당히 늘어야 한다. 이들을 위한 재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임 케빈 러드 총리 시절 착수된 계획으로 노인 연금 수혜 연령도 현재 66세에서 2023년 67세로 늘어난다. 

자유-국민 연립은 집권하면서 조 호키 재무장관(토니 애봇 총리) 시절 노인연금 수혜 연령을 70세로 연장할 계획이었지만  스콧 모리슨이 총리가 되면서 이 계획을 폐지했다. 다분히 총선을 의식한 선거용 정책변경이었다. 그러다가 프라이든버그 재무장관은 경제성장이 부진해지자 노골적으로 노인인구를 경제의 부담(burden), 국가적 문제로 지칭하고 나섰다.  

지난 30년동안 호주인들의 조기 은퇴에 약간의 변화가 생겼다. 은퇴 연령이 남성 64세에서 65.6세로, 여성은 61.8세에서 64.2세로 늘었다. OECD 회원국은 평균 1-2세 늘었다. 현재 약 61만여명의 65세 이상 노인들이 풀타임 또는 파트타임으로 일을 하고 있다. 하지만 호주 정부는 이것으로 충분하지 않다. 
 
호주노인협회(National Seniors Australia)는 보험통계회사 라이스 워너(Rice Warner’s)의 최근 모델링을 인용하며 “점점 더 많은 자가-펀딩 퇴직자들(self-fund retirees)이 증가하고 노인연금 수혜자는 늘어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면서 프라이든버그 재무장관의 주장을 강력 반박했다.  
또 2038년 노인 인구 중 56.6%가 노인연금 수혜자가 될 것이며 29.10%는 전액 수혜자(full rate pension), 27.5%는 부분 수혜자일 것으로 예측했다.  
20년 전 노인연금은 GDP의 2.9%를 점유했고 2042년 4.6%로 예측됐다. 그러나 현재 점유율은 2.7%이며 2038년 2.5%로 오히려 하락할 전망이다.  

유명 경제학자인 미래근로연구소(Centre for Future Work)의 짐 스탠포드(Jim Stanford) 소장도 프라이든버그 장관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노인들을 대상으로 재훈련을 강조하며 더 오래 일을 하라는 제안은 매우 설득력 없는 유인책이다. 퇴직 연령이 크게 늘어나는데는 한계가 있다. 노인층에게 더 오래 일을 하라는 요구는 호주 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들을 위한 충분한 일자리가 없기 때문이다. 우리의 문제는 일자리 부족이지 사람이 부족한 것이 아니다. 노인들에게 더 오래 일을 하라, 70세까지 일을 하라고 요구하기보다 그들이 안전하고 품위 있는 펜션(노인 연금)을 받으며 은퇴하도록 권장해야 한다. 그들이 그럴 때 기술과 열정이 있지만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젊은층에게 고용 기회를 줄 것이다.” 
 
현재 호주에는 더 일을 하기를 원하는 인구가 무려 300만명에 달한다. 이에는 실업자(unemployed), 풀타임 직장을 원하지만 찾지 못해 파트타임 또는 임시직에 근무하는 불완전 고용자(underemployed), 일자리가 있을 것으로 생각하지 않아 아직 직장을 찾지 않은 사람 등이 포함된다. 등록 실업인구(약 75만여명)보다 월등히 많은 수치다.  

정부는 경제성장과 고용창출에 집중함으로써 시민들의 퇴직 비용을 충분히 조달할 수 있어야 한다. 정부와 호주중앙은행은 그런 정책을 집행할 책임이 있다. 경제운용에서 지출 권한을 활용해 더 일을 하려는 모든 근로자들을 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현정부는 다른 우선순위에 치중하고 있다. ‘균형예산(budget balance)' 달성에 올인하고 있다. 정치적 목적이 큰 균형예산 달성은 고용시장에서 소외계층인 3백만명을 외면한 고통의 대가로 이루어진 것이다. 
프라이든버그 재무장관의 촉구가 공허하게 들리지 않으려면 55세 이상 근로자를 차별하지 않고 이들에 대한 수요가 넘쳐나는 선제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고용주 태도 변화와 근무 시간 조절(플렉시) 등도 중요하다.

일제치하 조선 지식인들의 무기력을 다룬 현진건의 단편소설  ‘술 권하는 사회’가 1921년 출간됐다. 거의 100년 지난 호주는 노인들에게 일을 더 오래하라고 ‘일 권하는 사회’가 됐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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