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거스 테일러(Angus Taylor) 연방 에너지장관이 사실과 전혀 다른 수치를 인용하며 클로버 무어 시드니시장(Lord Mayor Clover Moore)을 정치적으로 공격한 것에 대해 NSW 경찰청이 ‘서류 위조(forged document)’ 여부에 대한 수사에 착수하자 스콧 모리슨 총리가 믹 풀러 NSW 경찰청장에게 전화를 한 것과 관련해 정치권의 공방이 커지고 있다. ‘압력성 전화’라는 의구심 때문이다. 만약 청탁성 전화였다면 모리슨 총리는 하지 말았어야 하는 정치 개입을 한 것으로 스캔들이 더 커질 수 있다.

테일러 장관은 지난 9월말 “무어 시드니 시장이 항공 여행 경비로 무려 1500만 달러 이상을 지출했다”고 황당한 주장을 하면서 “이런 빈번한 항공여행으로 탄소가스 배출에 기여하지 말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사실 확인 결과, 무어 시장의 여행경비는 6천달러에 불과했고 ‘1500만 달러’는 허위 주장으로 밝혀졌다. 테일러 장관이 어디에서 이런 ‘가짜 뉴스’를 받았는지 출처가 알려지지 않았는데 그 자신이 서명한 서류의 수치를 인용했다가 망신을 당했다.
    
노동당은 10월부터 경찰 수사를 의뢰하며 압박했고 테일러 장관은 무어 시장에게 조건 없이 사과한다(apologising unreservedly)는 내용의 편지를 보냈다.
NSW 경찰이 최근 공문서 위조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는데 모리슨 총리가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풀러 경찰청장에게 이 문제에 대해 전화를 하고 논의를 했다고 밝히자 정치권에서 거센 비난 공세가 이어지고 있다.
    
앤소니 알바니즈 야당대표는 ABC와 대담에서 “이런 행동은 총리가 수사 결과에 직접적인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암시하기 때문에 전화를 하지 말았어야 했다. 모리슨 총리가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었다”라고 비난했다.
스카이 뉴스와 대담에서 말콤 턴불 전 총리도 “전화가 아무런 해가 없다(innocuous)고 하더라도 안 한 것이 좋았다. 경찰 조사가 독립적(independent)이어야 한다는 점이 중요하다”라고 쓴소리를 전했다.  
렉스 패트릭 상원의원도 스카이 뉴스와 대담에서 “모리슨 총리와 풀러 경찰청장은 과거 라디오 대담에서 친분이 두터운 이웃 관계였다고 말했다. 따라서 그들은 매우 신중해야 한다. 그런 친분 관계 때문에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총리의 사적인 전화는 더욱 부적절(even more inappropriate)하다”라고 비난했다. 

테일러 장관은 경찰의 조사가 진행되는 기간 중 장관직에서 임시 물러나라는(step aside) 압력을 받고 있지만 응하지 않고 있다. 모리슨 총리는 26일 의회에서 “NSW 경찰청장과 논의를 했고 테일러 장관이 장관직을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풀러 경찰청장도 “총리와 전화 통화에서 부적절한 질문은 없었다. 나는 총리와 사적인 친분 관계가 없다. 수사가 다음 주 종료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오이 밭에서 신을 고쳐 신지 말고, 오얏나무 아래서 갓을 고쳐 쓰지 말라’는 한국 속담이 있다. 의심받을 짓은 처음부터 하지 말라는 거다. 지금의 공방은 ‘총리의 괜한 전화 한 통’에서 비롯됐다. 전화를 한 것 자체가 의혹(청탁성 당부)의 빌미를 주었기 때문에 어떤 명분을 내세워도 합리적인 설득은 불가능해 보인다. 판단 착오였다면 빨리 실수를 인정하고 넘어가는 것이 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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