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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단상] 하늘과 바다 - 최정복
최정복 (엠마오대학 기독상담학과 교수) | 승인 2019.12.12 14:20

지난 주말까지12일 동안 남태평양 크루즈 여행을 다녀왔다. 90세  되신 장모님 중심으로 편한 것을 찾다 보니, 우리에게는 조금 단조로운 여정이 된 것 같다. 어쨌든 하늘과 바다를 바라보는 시간이 많았다.  사방을 둘러보아도 바다와 그 수평선에 맞닿은 하늘 만이 눈에 들어왔다. 얼마간 산불로 인해 볼 수 없었던 탁 트인 하늘과 바다의 정경이 시원했다.  마침 발코니가 있는 8층 캐빈이어서, 때로는 새벽이나 밤 시간에도 그곳에 앉아 하늘과 바다를 쳐다보기도 했다. 내게는 그런 시간이 좋았다. 

모든 일을 멈추고, 시간 모드를 ‘아주 천천이’로 바꿀 때 새로운 것을 볼 수 있었다. 처음으로 바다와 하늘이 계속 변하고 움직이고 있음을 가까이 지켜 보았다. 하늘의 구름과 빛깔도 아침과 저녁이 다르다. 수평선과 맞닿은 하늘빛은 또 다르다.  밤 하늘은 전혀 다른 세계다. 그렇게 많은 별들이 있었는지, 또 얼마나 아름다운지 알지 못했다. 아니 오래 잊고 살았던 그것을 다시 보았다. 바다의 색깔도 장소에 따라 옅은 소라색에서 짙은 코발트, 검푸른 색까지 다양하다. 밤 바다는 신비롭다. 은빛 여울로 넘실대는 밤의 파도는 감당 할 수 없는 두려움을 준다. 그 하늘과 바다를, 아니 지구와 우주를 지으시고 운행하시는 하나님은 얼마나 크신 분인지, 또 내 자신은 얼마나 작은 자인지를 절감한다. 

뉴칼레도니아에서는 기차 모양으로 제작된 긴 관광 자동차로 수도 뉴메아(Naemea)를 둘러보았다.  제임스 쿡 선장이 처음 발견했으나 프랑스 자치령이 된 것이며  2차 대전 때 일본의 침략을 저지하려는 미국의 남태평양 전략본부가 된 것등 역사 설명도 들었다. 아직 남아 있는 흔적들을 보았다.  다음 날의 정박지인 소나무 섬 (Isle of Pine)도 인상적이었다.  작은 섬이어서 30여명 탈 수 있는 셔틀 배 다섯척이 섬과 크루즈 선을 오가며 관광객들을 운송했다. 하늘을 향해 곧게 자라는 소나무들이 많아, 외부인들은 ‘소나무 섬’이라고 부른다고 했다. 그러나, 현지인들이 사용하는 이름은 ‘낙원에서 가장 가까운 섬’이라고 했다. 참 귀한 이름이다. 우리는 다른 관광대신에 천천히 해변과 그 주변을 걷기로 했다.  

해변이 완만해서 어린이들도 깔깔대며 신나게 놀았다.  바다 색깔이 눈이 부시도록 투명했고 백사장의 모래는 밀가루처럼 고왔다. 타즈마니아의 와인 글라스 해변이나, 시드니 본다이 해변, 골드 코스트의 해변들과는 또 다른 원시적인 매력을 느꼈다. 다른 상업 시설이 거의 없었다. 직접 따온 코코넛을 파는 것과, 원주민 형식으로 촘촘히 머리를 땋아 주고 얼마의 돈을 받는 정도였다. 관광객들을 위해서 대여섯명의 마을 주민들이 전통 춤을 추는데 내 눈에는 너무 단순해서 오히려 미소를 번지게 했다. 춤을 통해서도 저들의 심성이 느껴졌다. 맨발로 해변을 걸으며, 때로는 나무 그늘아래서 쉬며  하늘과 바다를 바라보았다.  그런 시간을 통해서 나의 속 사람이, 때 묻은 감정들이 어떤 씻김과 힐링을 경험했다.

바누와투의  첫번째 정박지인 미스터리 아일랜드(Mystery Island)도 기억에 남는다.  바누와투 열도의 최남단에 위치한, 지도에도 표시되지 않은  작은 섬이다.  전통적으로 이 섬에 악령이 역사한다는 그런 미신 때문에 지금도 사람이 거주하지 않는 무인도라고 했다. 그러나 영국 여왕이 이 나라를 방문했을 때, 예정에 없던 이 섬을 들려 갈 정도로 특별한 섬이라고 한다. 지금도 마실 물이며 전기, 전화, 인터넷 등이 없는 곳이지만, 오히려 그런 이유 때문에 매년 65, 000명의  크루즈 관광객들과 로빈슨 크루소처럼 무인도 휴가를 즐기려는 소수의 사람들이 찾는다고 했다.

정작 이 섬에 도착해 보니, 환영의 노래를 불러주는 원주민 청년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나무 가지와 잎들로 지은 임시 가게들도 있었다. 모두 관광객들을 맞기 위해 이웃 섬들에서 온 주민들이라고 한다. 세멘트 블럭으로 지어진 서구식 화장실도 있었다. 우리 세 식구는, 배 밑 유리를 통해 바다속 산호며  물고기, 거북 등을  구경했다. 한 호주 관광객은  먼 바다 낚시를 위해 $180을 지불했는데, 현지에서는  $80 - $90이었다고 했다. 무엇보다 물고기를 한마리도 잡지 못했고 작은 배속에서 고생만 했다며 볼멘 투정을 했다.  크루즈 배에서 매일 발행되는 안내서에서, 이 나라는 팁이 없고  물건을 사고 파는데 흥정이나 할인도  없다고 읽었다. 그러나 이런 순박한 전통이, 몰려오는 상업주의 물결에 허물어져가고 있음을 보았다.  저들의 오래된 미신, 즉 이곳 미스터리 섬에는 악령이 역사 한다는 말은 그런 의미에서 맞는 말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바누와투 수도인 빌라 항구에 정박한 하루는 다른 관광을 하지 않고, 한국인 선교사 두 분과  만나기로 했다. 두 분 모두 첫 만남이었다. 정 선교사 내외가 가까운 선교지와 현지 교회 두군데로 안내해 주었다. 빈부의 격차는 하늘아래 어디에도 있지만, 이곳의 슬럼가는 보기가 민망스러워 고개를 돌려야 했다. 한 중국식당에서 김 선교사 내외까지 함께 만났다. 우리가 점심을 대접했다. 식사 후에는 김 선교사가 주관하는 영성센터의 건설현장을 둘러보았다. 장모님은 김 선교사님이 낯익은 얼굴로 시드니에서 뵌 분 같다고 하셨다. 아내는 다른 분과 착각하시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러자 그 분은  얼마전 시드니교회에서 설교한 적이 있다고 했다. 또한 머잖아 1월 6일에는 시드니교회 담임 목사님과 11명의 교우들이, 이곳으로 선교여행을 올 계획이라고 했다. 내가 그 교회 초대 목사였던 것을 알게 된 김 선교사는,  하늘아래 세상은  참 좁고, 바다를 건너서도 가까이 연결시킨다는 것이 놀랍다고 했다.

 나는 지금 하늘과 바다를 바라보며 이 글을 적고 있다. 직접 내 눈으로 하늘과 바다의 실상을 볼 수는 없다. 가득한 스모그가 하늘과 바다를 가리고 있다.  특히 어제와 오늘은 최악의 상태이다. 바로 앞 스타디움이며 바다와 하늘을 전혀 볼 수 없다. 그러나 마음의 눈으로 보고 있다. 때와 장소, 환경에 따라 우리 눈에 보이는 하늘과 바다는 각기 다르다. 그건 사실이다.  그러나 이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여전히 같은 하늘이고 바다라는 사실이 아닐까? 그 스모그 벽 건너편에 여전히 바다가 있고 하늘이 있다는 것을 믿음으로 보는 것이 아닐까? 

하늘과 바다와 만물을 지으시고 돌보시는 크신 하나님께 큰 비 주시기를 기도 드린다. 내 눈으로 바다와 하늘을 보기 원해서가 아니다. 오랜 가믐과 산불로 고통가운데 있는  모든 사람들과 동식물들과  메마른 땅을 위해서다. 주님, 저희 모든 피조물들이  큰 비의 소리를 듣게 하소서!

최정복 (엠마오대학 기독상담학과 교수)  jason.choi4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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