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세금.리더십은 연립, 환경은 노동당 앞서”
〈ANU 선거연구〉 유권자 2100명 설문조사
“빌 쇼튼 인기 부진.. 노동당 총선 패인 중 하나”
연립 지지자 3%만 “기후변화 중요해 투표”
“정치인들은 신뢰할 수 없다(politicians can't be trusted)”
호주 유권자의 상당수인 75%가 정치권을 불신한다면서 ‘불합격’ 판정을 내렸다. 5명 중 2명의 유권자들은 정당에 대한 환멸을 나타내면서 “민주주의에 만족하지 못 한다”고 답변했다.
호주국립대학(ANU)이 유권자 21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인 ‘호주선거연구(Australian Election Study)’에 따르면 2007년 이후 정치적 혼란(빈번한 당내 구테타)과 경제적 불안정으로 인해 호주인들의 정치 및 민주주의 신뢰도가 크게 흔들렸다. 정치인 신뢰도는 1969년 51%에서 2019년 25%로 크게 하락했다. 정치인들이 유권자가 아닌 사적 이익을 돌본다는 의견이 1969년 49%였는데 2019년 75%로 급증했다. 12%만이 정부가 국민을 위해 운영되고 있다고 밝혔고 56%는 소수의 대규모 이익집단에 특혜를 준다고 응답했다.
보고서 저자인 이안 맥칼리스터(Ian McAllister) 교수는 “민주주의 만족도가 59%로 하락한 것은 1975년 헌정 위기(휘틀램 정부 해임 사태) 이후 최저 수준이다. 나의 40여년 선거 연구에서 이같은 대중 신뢰도 하락은 처음이다. 민주주의가 제기능을 못하는(underperforming) 것은 상당히 우려할 일로 정치인들에 경종(wake-up call)이 울린 셈”이라고 지적했다.
경제관리(24%)가 유권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이슈였다. 그 뒤로 보건(22%), 환경/기후변화(21%) 순이었다.
연립 지지자들의 3/4이 경제 이슈가 가장 중요하다고 밝힌 반면 불과 3%만이 환경을 중요 이슈로 꼽았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노동당 지지자의 25%가 경제, 29%는 환경, 32%는 보건을 주요 이슈로 지목했다. 이처럼 호주 유권자들도 양극화(polarised)됐다.
2019년 총선 노동당 예상 밖 패배
역대 총리의 인기를 보면 10점 만점에서 모리슨(2019년) 5.1점, 말콤 턴불(2016년) 4.9점, 토니 애봇(2013년) 4,3점, 줄리아 길러드(2010년) 4.9점, 케빈 러드(2007년) 6.3점이었다. 모리슨 총리가 케빈 러드 총리 이후 가장 인기 있는 지도자였다.
빌 쇼튼 야당대표는 1990년 앤드류 피콕(Andrew Peacock) 이후 가장 인기 없는 지도자(least popular leader)였다. 이는 결과적으로 노동당의 주요 선거 패배 요인 중 하나가 됐다.
보고서 저자 중 한 명인 시드니대의 사라 캐머른(Sarah Cameron) 박사는 “쇼튼의 낮은 인기가 노동당에게 불리하게 작용했다. 유권자들의 선택에서 지도자(여야 대표)의 인기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유권자들은 경제관리와 개인적 리더십에 대한 우려 때문에 쇼튼을 외면하고 모리슨 지지로 결집됐다. 쇼튼의 리더십이 노동당 득표율 4% 하락을 유도했을 것으로 추산했다. 유권자의 2/3가 정책을 보고 투표했다고 밝혔다.
다른 저자인 ANU의 질 쉐파드(Jill Sheppard) 박사는 “유권자들이 경제, 세금, 리더십에서 연립을 지지했다. 반면 환경에서는 노동당이 우세했다. 유권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이슈는 경제라는 점에서 연립이 유리해졌다. 반면 노동당은 열망이 큰 유권자(aspirational voter)를 이해하는데 실패했다”고 설명했다.
공화국(republic)으로 헌정 체제 변경은 지지가 1996년 66%에서 2019년 49%로 줄었다,
2019년 유권자들의 76%는 대기업이, 42%는 노조가 너무 큰 권력을 보유한다면서 노조보다 대기업에 우려를 나타냈다. 1990년에는 62%가 대기업과 노조 모두 너무 큰 권력을 보유한다고 지적했다.
지구 온난화에 대한 우려는 2010년 55%에서 2019년 68%로 커졌다. 중국이 호주에 안보 위협일 것이란 질문에 2004년 8%만 동의했다. 반면 2019년 32%는 매우 그럴 것(very likely), 43%는 그럴 것 같다fairly likely)고 답변했다.
호주인의 미국 신뢰도가 하락했다. 미국이 호주를 방어하기 위해 올 것이라고 믿는다는 의견이 2016년 80%, 2019년 69%로 줄었다. 미국 동맹에 대한 지지율은 85%로 유지됐다.
고직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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