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1월 초부터 NSW 북부와 퀸즐랜드 동남부 접경 지역부터 타오르기 시작한 산불은 2개월도 안돼 시드니 인근(블루마운틴)을 비롯해 남부 해안지역(South Coast)까지 번지고 있다. 

1월 8일 현재 NSW 산불은 약 140곳이 타고 있고 60여개는 통제 불능 상태에 있다. 약 490만 헥타르(남한 면적의 약 48%)의 임야가 불에 탔다. 인명 피해는 사망 20명, 가옥 소실 1400여채에 이른다. 

앞으로 비가 오지 않을 경우, 적어도 2월 말까지 산불의 기세는 계속될 것 같다. NSW는 지난 주부터 1월 9일(목)까지 더위가 극심한 기간에 산불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그간 조용했던 빅토리아주도 연말부터 산불로 고통을 당하고 있다. 현재 20여개 산불이 번지고 있는데 3개 산불이 매우 위험해 집중적으로 확산을 막고 있다.  

빅토리아는 큰 산불로 지난 2009년 무려 179명이 사망한 악몽을 갖고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강력한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스콧 모리슨 총리는 최근 전국산불피해복구청을 발족했고 예비군   3천명에게 동원령을 하달해 산불 피해 복구를 돕고 있다. 

이번 산불은 국민들의 휴가철과 겹쳐 더욱 피해가 컸다. 지난 1월초 시드니를 떠나 해안과 숲을 향한 피서 인원이 약 12만명으로 추산됐다. 이에 빅토리아주 10만여명을 추가하면 약 22만명이 긴급 대피하는 소동을 겪었다. 멜본에서는 동쪽으로 120km 떨어진 깁스랜드 (Gippsland)로 휴가를 많이 간다. 경상도와 전라도를 합친 면적 보다 조금 큰 지역인데 아름다운 산과 동쪽으로는 해안이 있어 중산층들이 홀리데이 하우스를 가지고 있거나 세를 주고 이곳에 와서 휴가를 즐긴다. 이곳으로 큰 산불이 번지자 많은 사람들이 돌아가야 할 처지에 놓였다. 산불 스모그로 제대로 숨도 쉬기 어려운 상황에서 정전, 도로 혼잡. 주유소 장사진 등으로 큰 혼란을 겪었다. 일부는 인근의 조그마한 해안가 마을인 마라쿠타(Mallacoota)에 모여 대피를 기다렸다. 

이 소식을 들은 다니엘 앤드류스(Daniel Andrews) 빅토리아 주총리는 연방 정부와 의논해서 해군 함정을 이곳에 파견해 모든 사람을 무사히 대피시켰다. 

NSW도 사정은 비슷했다. 시드니 남쪽을 관통하는 프린세스 하이웨이가 산불로 곳곳이 차단돼 시드니로 돌아오는 차가 250km나 밀렸다고 한다. 켄버라 잉대 거주자들은 이것에서 가장 가까운 바닷가인 베이트만스베이(Batsmans Bay) 지역으로 여름 휴가를 가는 경우가 많다. 이곳역시 산불로 큰 타격을 받았다. 빅토리아처럼 해군 함정 지원을 부탁했지만 연방 정부가 거절했다는 루머가 나왔다. 어디까지가 사실인지 확인이 안됐다. 

이번 산불 기간 중 하와이로 연말 가족휴가를 갔던 스콧 모리슨 총리도 큰 비반을 받았다. 호주인들은 휴가에 무척 관용적이다. 그러나 국가 재난 상황에서 총리가 비공개로 해외 휴가를 간 것에 대해서 많은 국민들이 분노했다. 

시드니가 베이징보다 더 심한 산불 연기로 시민들이 고생을 하고 있고 수백채 가옥이 불에 탄 상황에 총리가 비공개로 해외 휴가를 간 것은 총리로서 자격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 호주는 수년간 극심한 가뭄에 최악의 산불이 겹쳐 많은 국민들이 고생을 하고 있다. 과거 기후변화 정책에 반대한 사람들도 엄연한 자연재해에 직면해 기후변화의 여파를 수용하고 있다. 비록 기후변화 정책에 대해 미온적인 자유당이라도 이 시점에서는 어려움을 국민과 더불어 생각해야 한다. 

기후변화 회의론자로 분류되는 토니 애보트 전 총리는 최근에도 이스라엘 방송과 인터뷰에서 기후변화를 신봉하는 집단(climate change cults)라는 표현을 동원해 비난했다. 그는 자원봉사 소방대원으로 수고하는 반면 여전히 이같은 입장을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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