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나의 사랑 캥거루 섬이 타버렸다 

꿈에 그리던 그 곳을 찾아간 것은 작년이었다. 바람이 하도 불어 배가 뜨질 못해 하루를 기다렸다. 애들레이드 공항에서 빌려온 차를 배에 싣고 섬에 내려, 굽이치는 물결과 같은 도로를 따라 온 섬을 누볐다. 앞뒤 좌우에 가득한 원시림, 그리고 그 안에 보금자리를 마련한 캥거루와 물개와 펭귄들. 이번에 그 절반이 다 타버렸다. 그 맑았던 하늘의 지평선, 그 푸르던 땅의 지평선 모두가 검은 재로 덥혀져 버렸다. 섬 중앙 남쪽 해변에는 최고급 리조트가 있다. 하루 숙박료가 2천불이 넘는다. 부러워하며 사진으로만 보며 지나쳤는데, 이번에 완전히 잿더미가 됐다. 허망하다. 인간은 열심히 만들고, 세우고, 즐겨 보려는데, 속절없는 화마는 그 모든 것을 단숨에 삼켜버리고 재만 뱉어 놓는다. 

작년 11월 시드니의 먼 북쪽 타리(Taree)에서 산불소식이 전해 졌을 때만해도 그런 가 보다 했다. 우리 지역이 아니었으니까. 그러다가 불루마운틴이 타기 시작했다. 세자매봉 건너편 산이 타오르고, 일년이면 두 세번 가는 식물원, 단풍마을, 밤 사과 농장들이 다 타버렸다. 그러면서 바람 타고 그 죽음의 재가 우리 집에까지 날라 오기 시작했다. 태양은 가리워지고, 하루에 담배 100가치를 피워 대는 것 같은 독가스가 내 폐속으로 들어왔다. 불은 더욱 번지면서 남쪽으로 내려갔다. 캥거루밸리를 태우고 알라달라와 배트맨즈베이 그리고 에덴까지 불태웠다. 그 마을 해변 앞에는 군함 ‘애들레이드’호가 서 있다. 여차하면 주민과 관광객들을 구조하기 위함이다. 호주가 전세계에 자랑하는 가장 깨끗한 수도 캔베라는, 세계에서 가장 공기 오염도가 심한 곳이 되었다. 빅토리아 주 경계에 있는 말라쿠타 해변에는 죽은 새들이 수도 없이 널브러져 있다. 

2. 나를 절망케 하는 것.

그것은 이런 재앙이 계속 반복되어질 것이라는 예측이다. 여름이 지나면서 산불은 잦아들고, 단풍의 가을이 오겠지만, 여름은 또 다시 온다는 사실이다. 이번 같은 산불이 계속될 수 있고, 결국은 치명적인 환경적 어려움이 올 수 있다는 매우 가능성 있는 불안이다. 

이전에는 세상이 아주 서서히 변해왔다. 호주 대륙이 처음 남극 땅에서 떨어져 나올 때는 열대우림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러나 호주 땅이 적도 쪽으로 밀려나고, 비가 드물게 오는 사막기후로 변해가자, 숲의 75%는 유칼립투스 나무로 채워졌다. 열대우림은 현재 3% 밖에 안 남았다. 물론 이렇게 변화되기까지는 셀 수도 없이 수많은 세월이 필요했다. 그러나 시드니 하버를 보면 이야기가 많이 달라진다. 해수면이 18,000년 전보다 135미터 높아졌다. 숲의 계곡이었던 곳이, 지금은 바닷물로 가득 채워졌다. 여기까지는 참 좋다. 값비싼 하버 전경의 저택들이 등장하여 부러움을 자아내게 되었다. 문제는 이제 부터다. 지난 140년 동안 해수면은 계속 상승하여 20cm가 높아졌다. 그리고 현재의 환경적 상황을 가장 급진적으로 예측할 때, 2100년이 되면 해수면이 1.8미터 높아진다. 그러면 하버 전망과는 전혀 상관없던 현재의 우리 집이 바로 워터 프론트가 된다. 아래 골목의 집들은 인어공주의 집이 되어 버린다.

물론 그 동안 과학은 발전할 것이고, 살 방법을 강구할 것이다. 그래도 역부족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이 많다. 영화 ‘인터스텔라’처럼 지구를 버리고 대체 항성을 찾아야 할 때가 올 수도 있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는 뭘 할 수 있을까? 온 세계 사람들이 하나되어 정신 바짝 차리고, 탄소배출 감축에 성공할 수 있을까? 그러면 2100년 해수면 상승을 30cm 정도로 막아낼 수는 있다. 그런데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지금의 대통령들과 정치인들과 관리들이 그렇게 하려고 할까? 

지금 넷플릭스에서 10부작으로 방영하고 있는 드라마 ‘메시야’가 있다. 그는 물 위를 걷는다. 미국 대통령은 그를 만나 대화를 한다. 세계 문제를 선하게 풀려고 한다. 그러나 백악관의 강경파는 대통령에게 알리지 않고 메시아를 죽인다. 예수 그리스도가 이 시대에 다시 오셔도, 또 다시 권력자들에게 죽임 당할 것이라는 설정이다. 드라마로 뭘 못하겠는가 마는, 사실 인간 역사가 그렇다. 세상은 선한 쪽으로 발전하지 않는다. 한정된 지구 땅에, 사람 수를 한껏 늘려가며, 제한된 자원을 악착같이 채취해서, 경쟁적으로 태우다가, 결국 종말을 맞이할 것이다. 

지구촌 시대의 사람들은, 모두가 공동운명체다. 드론 날리고, 불 폭탄 던지고, 독가스를 살포하는 것으로 인류의 문제를 풀 수 없다. 자기 나라만 잘 산다고 잘 살아지지 않는다. 10미터 높이의 국경 담을 쌓아 올린다고, 그 안이 에덴동산이 될 수는 없다. 저 앞에 있는 산이 불타고, 죽음의 재가 날아오면 다 죽는다. 지금 자연이 일으키는 산불과 독가스의 유출은 경고일 뿐이다. 그 자연들은 그러다가 다시 살아난다. 문제는 우리들 인간이다. 유구한 자연이 던지는 경고를, 유한한 인간이 겸허하게 받아야 한다. 물론 종말은 그리 쉽사리 오지 않는다. 그렇다고 종말이 없다고 말하는 것은 어리석은 오만이다. 미지근한 물에 삶아지는 개구리가 된다. 이제 우리가 제대로 고민하며 생각해야 할 것은 이 우주가 만들어진 목적과 과정의 핵심 근거다. 그것을 제대로 알면 모든 문제가 풀린다.

3. 나의 사랑 2020년

그것은 ‘사랑’이다. 우주 만물의 시작은 하나님의 사랑이었다. 이제 우리가 다시 회복해야 할 것도 사랑이다. 난 지금 청포도를 먹고 있다. 어제 콜스에서 사왔다. 계산기에 7불이 넘어가는 것을 보고 좀 놀랐지만, 지금 먹어보니 정말 달다. 잘 샀다. 세상의 모든 단 맛이 이 포도 한 송이에 다 들어가 있다. 이 경험을 적용한다. 먼저 가슴 떨리는 대가를 지불하라. 그러면 좋은 것을 즐기며 살 수 있다. 2019년까지 당신은 정말 열심히 살아왔다. 이제 당신 앞에 있는 그것의 열매를 즐기라. 그리고 미워해야 할 사람 미워하기를 그치라. 그런 일에 소중한 시간을 낭비할 수 없다. 왜 다른 사람 때문에 당신이 불행하게 사는가? 오히려 사랑의 기도를 해 주라. 사랑만이 우리를 구원한다. 그 사랑으로 2020년을 시작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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