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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호일보 신년 인터뷰] ‘젊은’ 영화 감독 이현 (Hyun Lee)
양다영 기자 | 승인 2020.01.09 12:38

산불로 호주 전역이 고통받고 있다. 관련 사진을 검색하던 중 한 사진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한 소녀가 불길 속에서 쌓여 마치 스스로의 삶을 정리하는 것 같아 보였고 그 모습은 마치 환경을 파괴하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과도 같이 느껴진다. 

사진은 시나리오 작가, 감독 겸 사진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이현(Hyun Lee)의 작품이다. 

사실 그의 이름을 처음 본건 2018년에 열린 시드니 영화제였다. ‘Asian Girl’이란 단편영화로 상영작 리스트에서였다. 배우가 모두 중국계 호주인이라 감독이 한인이라는 생각을 못했다. 하지만 호러 장르의 트레일러의 강한 사운드와 영상은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후 스님의 모습을 연상케 하는 불에 휩싸인 소녀의 작품 ‘Girl on Fire’를 비롯해 한국 모델출신 무속인 사진 등 한인일 것으로 짐작했고 연락을 취해 그를 만났다. 강렬한 영화와 사진과는 달리 너무나도 앳되고 예쁜 여감독이 마주섰다. 

여성, 그 호기심 
2018년 시드니영화제 단편영화 경쟁작에 이름을 올렸던 ‘Asian Girl’은 미국, 호주, 영국 등 다양한 행사에 초청을 받았다. 특히 SXSW의 상영으로 호주 언론사에서도 신예 여성 감독으로 주목을 받았다. 

사우스 바이 사우스웨스트(South by Southwest, SXSW)는 미국의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매년 봄(보통 3월)에 개최되는 영화, 인터랙티브, 음악 페스티벌, 컨퍼런스이다. 1987년 시작된  SXSW는 매년 규모가 커져왔으며 평균 50여 개국 2만여 명의 음악관계자들과 2천여 팀의 뮤지션이 참여하는 행사로 이 감독은 호주 정부 지원을 받아 단편영화 상영작 감독으로 참석했다. 
이 감독은 ‘French Girl’ 과 ‘Asian Girl’ 2개의 단편영화를 만들었다 

‘French Girl’은 친구 2-3명을 모아 사비로 제작했다. 제목과는 달리 프랑스와 실제 어떠한 연관도 없는 모델에 대한 이야기다. 

겉은 화려하고 아름답게 치장되지만 사진을 찍는 찰나의 움직임을 제외하고는 모델이 하는 일은 그저 가만히 있는 것이다. 옷을 입혀주고 꾸며주는 것도 남의 손에 의해 진행될뿐더러 번쩍이는 셔터 세례를 받으며 촬영을 하는 것도 찰나일 뿐, 사실상 대부분의 시간은 기다림의 연속이다. 

마치 인형인 듯한 모델의 일상을 다루며 세상의 화려한 시선 속의 비뚤어진 미(美)를 다뤘다. 

‘Asian Girl’은 반대로 일하는 여성의 삶에 대한 이야기다. 검색창에 ‘Asian Girl’을 입력하면 대체로 성적인 표현들과 연관된 웹사이트들이 즐비히다. 성적인 의미로 검색해 영상을 찾아봤는데 무서운 호러를 보게 되면 어떨까? 하는 생각으로 제목을 결정한 측면도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영화 속 주인공 ‘CHAN’은 중국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다. 쳇바퀴 도는 일상 속에서 쉬지않고 돌아가는 기계처럼 열심히 일하는 그녀는 매일밤 악몽에 시달린다. 아파트 복도에서 부딪치면 ㅁ목인사하는 정도로 아무런 공통점이 없어 보이는 이웃집 일본인 여성 ‘YAMADA’가 매일밤 꿈에서 CHAN’을 괴롭힌다. 매일밤 같은 사람이 등장하는 똑같은 악몽의 정체에 대해 영화는 찾아 나선다.  

여성의 이야기에 집중하는 것에 그냥 ‘자신이 여성이라 그런가?’라며 그저 자연스럽게 서서히 조금씩 이야기는 발전되어 간다고 이 감독은 말한다.

어떠한 이미지가 떠오르고 조금씩 살을 덧붙이다 보니 사진 작품이 그리고 나아가 뮤직비디오가 영화가 되어 갔다

언제부터 어떤 계기로 시작하게 되었냐고 라고 거듭 불어보는 기자의 물음에 항상 늘 자연스럽게 우연히 다가왔다고 답했다.

영화, 그 호기심
어렸을 적부터 마냥 그림이 좋았고 3시간 넘게 그림만 그리는 등 즐거움이었다. 의사가 되길 바라는 부모의 기대에 사실 ‘이상적인 자녀’는 아니었고 지금도 아니다. 미대에 입학하고 나서 2년간 부모와 대화를 안했을 정도.

그렇게 간절히 바랬던 미대였지만 2년만에 그만뒀다. 너무나도 실망했기 때문. 사실 창작이 필요한 작품은 대학에서 이론으로 배우기엔 한계가 있다.

과감히 나의 길을 갔다.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틈틈이 작품 활동을 했다. 모델과 함께 사비를 들여 포트폴리오를 만들고 나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가다 보니 아주 적은 보수를 받고 패션 촬영을 시작하게 됐고, 작가로서 첫 사진 촬영으로부터 9년여 시간이 흘렀다. 

사진의 시작도 정확히 언제라고 할 수 없다. 중고교 시절부터 카메라에 관심이 많아 찾아서 공부했고 출사를 나가기 위해 학교수업을 빼먹기도 했다. 

2천 달러를 모아 친구들끼리 첫 단편영화를 만들고 여기저기 지원금 신청을 했고, 3만불의 정부지원금(NSW Generator: Emerging Filmmakers Fund)을 받아 ‘Asian Girl’을 제작할 수 있었다. 

호주에도 영화 제작 관련해 배울 수 있는 단기 코스 등이 있지만 부딪히고 시도하고 다시 경험하며 습득해 나갔다. 카메라에 담기는 나의 시선이 좋아 밖으로 나가 셔터를 눌렀고, 좀 더 많은 걸 표현하고 싶어 영화가 됐다. 

시나리오도 직접 쓰고 있다. 역시 관련 수업을 듣고 배운 것이 아니라 쓰고 또 수정하기를 반복한다. 현재 사진 작업을 하면서 단편영화인 ‘French Girl’과 ‘Asian Girl’을 장편 영화화하는 시나리오를 쓰고 있다.  

한국, 그 호기심 
한인 지인들이 많이 없다 보니 호주에 사는 ‘아시아인’이라는 정체성이 있는 것 같다. 자연스레 아시아 전역의 문화에 관심이 갔고 한국에 관해서도 알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이제 막 한국어도 다시 공부하기 시작했다

영화 ‘Asian Girl’의 장편에는 무당이 등장할 예정이라 관련 취재 및 촬영이 가능한 무당을 찾은 적이 있다. 모델출신 무당과 연락이 닿아 몇년 전 이메일을 주고 받았는데 당시 바쁜 일정으로 연락이 끊겼다. 지난해는 부산영화제에 참석차 한국에 방문했고 절에서 묵은 적이 있는데, 옆방 미국인이 무당을 찾아 간다기에 따라갔는데 우연히 수년전 연락이 끊겼던 그 무당을 다시 만났다.

모델 출신으로 촬영은 순조롭게 진행돼 한국의 무속신앙 속의 의미와 한국의 전통적 아름다움을 잘 담을 수 있었다. 

이렇듯 예상치 못한 우연한 만남 속에 그의 이야기는 계속 이어져 간다. 

세상, 그 호기심 
불길 속 소녀의 사진은 약 3달전부터 본격적으로 준비되어 왔다. 공교롭게도 산불로 호주가 아픔을 겪는 시기에 사진이 공개돼 많은 사람들에게 더 울림이 되는 작품이 됐다. 

사실 이 작품은 소녀의 투쟁이 대한 이야기다. 어른들의 시선과 관념, 세상의 잣대로부터 벗어나고자 함을 보여주고 있다. 

어떤 시기에 어떤 계기로 작품을 기획하게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어렸을 적부터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겪은 경험들과 생각들이 쌓여서 하나씩 발전해 나가고 있다.

‘Girl on Fire’는 불 효과를 넣는 작업에 대한 고민 때문에 한참을 망설이고 미뤄왔던 거라 언제부터 기획이 시작됐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환경에 대한 관심도 많기 때문에 이번 산불에 관해서 의미로 확장해 ‘Girl on Fire’ 역시 단편 영화로 제작할 예정이다. 

젊은 여성 감독을 만난 기자의 궁금증은 계속 어떻게 시작했고 무엇을 준비했고 얼마나 노력했는지 였다. 그의 대답은 단순했다. 호기심이 생겼고 그것을 따라가다보니 모든 것이 다가왔고 이야기가 펼쳐져 나갔다. 미래에 대한 걱정 재정적인 어려움 등에 대한 것도 그에게는 고민은 아니다. 호주안에서 영화를 하고 싶은 학생들에게 알려줄 수 있는 팁은…’just do it’이었다. 
새해가 찾아왔다. 매년 지난 것에 대한 후회와 미래에 대한 두려움으로 오늘을 살지 못하며 또 다시 후회로 지나는 한해가 아닌 2020년 오늘 지금 ‘just do it 하는 것은 어떨까...?

양다영 기자  yang@hanho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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