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괴적 상황으로 내모는 정부 바꾸자”구호도 등장

시위에 참석한 영국인 코츠가 스콧 모리슨 총리는 전 세계의 조롱거리가 되었다고 말했다

재앙적 산불 위기에도 불구하고 기후 변화에 대한 호주 정부의 무대응 및 무대책에 항의하고 기후변화에 대한 보다 더 강력한 조치를 호주 정부에 요구하는 시위가 유럽 전역에서 열렸다. 

유럽의 환경운동그룹 ‘멸종 저항(Extinction Rebellion, 이하 ER)이 주도한 시위로 런던에서는 교통이 한 때 마비되었고 베를린, 마드리드, 코펜하겐, 스톡홀름에서 열린 집회에 모인 시위대들은 화재 희생자와 이재민들에 대한 애도를 표했다.

‘ER’ 환경운동 단체는 런던의 스트랜드(Strand)구역에 있는 호주 외교사절고등위원회(High Commission of Australia) 건물 ‘오스트레일리안  하우스(Australia House)’ 밖에서 수백 명의 사람들과 함께 “호주 정부는 기후 변화에 더 강력한 조치를 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집회에 참석하기 위해 런던 북부 쉐필드(Sheffield)에서 왔다는 앤 코츠는 “매일 매일 더 나빠지는 산불화재 상황을 목격한다는 것은 너무나 괴로웠다”라며 가족 친지와 집을 잃은 사람들에 대하여 언급하다가 울음을 터뜨렸다.

유럽 각지에서 열린 시위대의 모습.

코츠는 "TV를 통해 보는 호주의 산불은 지옥 같았다. 그것을 보는 것 만으로도 가슴이 무너진다. 스콧 모리슨 총리가 전 세계적으로 웃음거리가 되고 있다"면서 "우리는 그에게 심한 분노를 느끼고 있다. 호주 정부는 사람들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위대의 많은 사람들이 NSW, 빅토리아 및 남호주에서 불에 타죽은 대규모 야생 동물의 죽음을 표시하기 위해 코알라 모자를 썼다.

'석탄이 아닌 코알라(koalas not coal)를!'이라고 쓰인 팻말을 들고 시위에 참석한 사람도 있었고 “호주인 당신들은 호주에만 존재하는 소중한 동.식물의 관리인이다. 호주를 파괴적 상황으로 내모는 정부를 바꾸자”라는 정치적 슬로건도 있었다.

시위자 중에는 런던에 살고 있는 수만 명의 호주인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시위에 참석한 멜번 출신의 할리 맥도날드 에커설은 “지금 호주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공포 속에서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유럽 각지에서 열린 시위대의 모습.

또 다른 호주인 딜런 버티어는 “호주의 치명적인 재난 상황이 세상 사람들에게 환경문제를 각성시키는 모닝콜이 될 것으로 믿는다’면서 “이 정도 화재 규모는 세계적인 위기다. 세계 각국 지도자들은 앞으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호주 정부에 새로운 정책을 제정하고 집행을 요구할 책임이 있다"라고 말했다.

독일 베를린에 있는 호주 대사관 밖에서도 시위자들은 산불 희생자와 이재민들에 대한 애도를 표하는 구호를 외쳤다.

작년 12월 산불이 한창 확산되고 있을 때 모리슨 총리가 하와이로 여행간 것을 비난하는 "베를린에서 알로하(Aloha from Berlin)"라고 쓰인 팻말도 보였다. 

영국의 차기 야당 지도자로 부상하고 있는 에밀리 손베리 의원은 "인간과 동물에게 가혹한 결과를 가져 온 호주의 산불은 모리슨 정부의 기후 변화에 대한 고의적인 무대응 원칙에서 비롯되었다. 호주 산불이 기후 변화에 대한 전 세계에 경고가 되기를 바란다. 기후 변화와 지구 온난화는 현실이며 그 불행한 현실이 호주에서 벌어졌다"라고 말했다.

런던에서의 시위에 참석한 호주인 베티어(사진 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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