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부시파이어

윤희경

미친 까마귀들이 초여름부터 날아다녔다 
부랴부랴 그 날의 다이어리를 들춰보지 않아도
폭양으로 달군 핏줄 선 눈동자 
 
백만 홍위병도 아니면서
어리고 새파란 것들로부터 품어져 나오는 걷잡을 수 없는 세찬 숨소리

정월에 시위를 떠나 섣달에 도착한 긴 화살
탁! 하고 정수리에 꽂혀 금이 쭉쭉 간 오세아니아
겁나게 쏟아지는 골수며 뇌간이며 전두엽의 해체

ㅡ누가 제발 이 화살을 뽑아주세요
ㅡ단 하루 분 소나기라도

화마가 휩쓴 수백의 마을
거금을 삼키고 뒤도 안보고 달아나버린 빚쟁이들

우리는 몽땅 털렸다
하버브릿지 그믐 불꽃놀이는 싹 접기로 했다

2015 미네르바 시 등단. ‘시와 표현’, ‘미네르바’, 
‘한국동서문학’ ‘재외동포신문’ 등 다수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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