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과 참선 모티브.. 악세서리도 제작

NSW 정부에서 운영하는 웹사이트 ‘City of Sydney(https://whatson.cityofsydney.nsw.gov.au/events)’에 한인 이현미 작가 전시회가 소개됐다.

웹사이트 안에 ‘왓스 온(What’s On)’ 페이지에서는 현재 시드니에서 진행되고 있는 다양한 전시 및 행사가 소개되는데 한인과 관련된 정보는 주로 문화원 행사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개인전이 단독으로 소개되는 경우는 드문 일이다. 

Craft NSW 전시장에서 이현미 작가를 만났다. 

참선하는 풍경
이현미 작가는 미묘한 선과 색의 대비를 통해 자연의 아름다움을 소개하면서 동서양의 경계를 넘나들며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지는 작품을 선보인다. 

2018년부터는 화폭을 넘어 그의 작품세계를 고스란히 담은 악세서리를 제작하고 있으며 이번 시드니 전시회는 악세서리 작품을 처음 소개하는 자리였다. 

그의 작품에는 자연이 늘 함께한다. 풍경과 참선을 모티브로 2005년부터 시작해 프로젝트를 계속 진행하고 있다. 수직선과 수평선으로 이뤄진 배경과 더불어 나무와 꽃의 곡선이 어우러진 그의 작품은 세상에 대한 포용을 담고 있다. 

“자연을 마주하면 힐링이 되며 마치 그 속에서 참선을 하는 듯 하고, 그림을 그리는 행위 역시 참선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그림을 마주하는 사람들도 참선을 하는 행위와도 같게 되길 바란다”고 그는 설명했다. 

그의 작품은 색감과 수평과 수직의 교차됨이 마치 보자기를 닮아 ‘한국적’인 작품으로 동양적 세계관을 담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인의 풍경
의도하지 않았지만 한인이라는 정체성이 자연스럽게 화폭에 옮겨 담긴 것 같다. 전시회를 많이 하지만 매번 갤러리를 찾아온 분들 앞에 벌거벗은 느낌이 든다. 그만큼 그림은 내 자신이기 때문에 자연스레 한국의 색채가 담겼다.

초창기 ‘참선하는 자연’의 작품은 호주 시드니에서 바라본 자연의 느낌에 따라 어두운 색채가 사용됐고, 독일에서 작품활동을 할 때는 형형색색의 건물에 영감을 받아 조금씩 색상이 밝고 다채로워 지는 등 나의 발자취가 고스란히 작품에 반영된다. 

화폭에 그림을 작품을 선보이다 2018년부터는 실용적이면서도 대중화 및 생활화를 위해 악세서리를 제작하기 시작했다. 시행착오도 많았다. 금속공예부터 유리공예까지 찾아다녀봤지만 어려움에 봉착했다. 고민 끝에 찾은 재료가 바로 ‘종이’다. 종이찰흙으로 모양을 잡고 그 위에 그림을 그린 뒤 후반작업을 통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아트를 담은 악세서리가 나온다. 
악세서리를 선보이는 첫 개인 전시회를 역사가 깊은 의미 있는 Craft NSW 전시장에서 하게 되어 감사하다. 

Craft NSW는 1906년 NSW내 6명의 작가로부터 시작한 협회로 114년의 역사가 깊은 단체로 시티(12 Argyle Place, Millers Point, Sydney)에 위치한 전시장을 운영하고 있다. 
리즈 겜멜(Liz Gemmell) Craft NSW 대표는 “해당 전시장에서는 이현미 작가와 첫 한인 전시회를 함께 하게 되어 기쁘다”며 “다양한 한인 작가들을 소개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사실 이번 전시회는 직접 전시회를 하고 싶다고 이 작가가 포트폴리오 등을 Craft NSW에 제출해 진행됐다. 

이현미 작가는 현재 독일에서 화랑을 운영하고 있으며 크고 작은 개인 전시회를 호주와 독일에서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잠시 호주에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기 위해 여행을 온 시점에 맞춰 전시장을 알아보고 7일부터 12일까지 전시 진행을 직접 지원한 것. 

작가의 풍경 
호주에 온건 고등학교 졸업 이후였다. 선화예고를 다니며 유럽으로 입시를 준비하던 중 갑작스럽게 아버지가 세상을 떠났다. 한국 대학 시험조차 보지 않았기 때문에 재수를 고민을 하던 중 어머니 지인의 추천으로 호주 유학길에 나섰다. 

시드니대학에 지원서를 넣고 면접을 봤는데 실력은 충분하지만 영어가 부족해서 Tafe을 1년 다니고 오는게 어떻겠냐는 답변을 들었다. 울릉공에서 Tafe을 마치고 다시 도전해 들어간 시드니대 미대에서는 아시아인이 딱 3명이었다. 굉장히 우울하고 또 외로웠지만 영어로 수업을 따라가기에 급급해 빠르게 시간은 지나갔다.

학교 근처에 오래된 경찰서와 감옥을 개조한 건물을 지나다니며 늘 마음에 와 닿았고 무작정 그곳에서 전시회를 하고 싶다고 신청했다. 홍보도 스스로 하기 시작했다. 초대장을 만들고 개인전 관련 보도자료를 만들어 모든 신문사 아트 담당 기자를 찾아 이메일을 보냈다. 그렇게 전시회 소식이 시드니모닝헤럴드 등에 ‘이번주 공연 및 전시 소식’란에 담겼고 그렇게 조금씩 작가로서의 삶의 시작됐다.

호주에서 화랑도 하고 다양한 전시에 참여도 하면서 활동을 이어가던 중 독일인 남편을 만나 독일로 거처를 옮겼고 현재는 독일에서 ‘Cascade 갤러리’를 운영하면서 호주를 오가며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올해는 멜번의 작가 한 명을 독일로 초청해 전시를 기획하고 있다. 

이런 바쁜 가운데 잠시 호주에 여행 온 이 시기에도 맞춰 직접 전시를 요청한 것. 인터뷰 당일에도 리즈 겜멜(Liz Gemmell) Craft NSW 대표를 직접 섭외해 협회와 전시장을 잠시 소개할 수 있게 자리를 마련했다. 한인사회에 좋은 전시장과 정보를 알려 주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이 전시장에 1층은 Craft NSW 협회에 소속된 회원들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고 2층은 다양한 작가들을 소개할 수 있게 개방되어 있다. 전시 요청 시 디스플레이 및 오프닝 등 기획이 가능하다. 
웹사이트(https://www.artsandcraftsnsw.com.au)를 통해 신청이 가능하며, 작가들의 작품 판매 및 워크숍 정보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이현미 작가는 예술분야 역시 끊임없이 발전해 나가며 대중과 소통해 나가기 위해 애써야 하는 것이 작가로서의 삶의 풍경이라 말한다. “아마추어에서 프로의 경계 역시 자신의 적극적 노력으로 넘어가야 한다. 한인으로 Craftnsw에서 첫 전시가 된 사실이 감사하면서도 아쉽다. 앞으로 많은 한인 작가들이 호주 현지에서 소개되고 소통하고 또 함께 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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