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도의 색깔은 청포도, 붉은 포도 크게 두 가지로 나눈다. 청포도로 만들면 화이트 와인이 되고 붉은 포도로 만들면 레드 와인이 된다. 로제 와인은 붉은 포도를 발효할 때 껍질에서 색이 적당히 우러났을 때 포도알과 껍질을 제거하고 발효 숙성시킨 와인이다.

Focus OIV 2017 자료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포도 종류는 약 1만 개 정도이고 이 중에서 13개 포도 품종이 전 세계 포도의 약 30%를 차지하고 33개 포도 품종이 약 50%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 포도품종 목록에는 21,045개의 포도 이름이 등록되어 있지만 이 중에서 와인을 만드는 포도로 잘 알려진 유라시아 포도 품종인 V. vinifera는 12,250개에 달한다. 그러나 같은 포도품종이지만 각 나라에서 다른 이름으로 등록된 사례가 많아 실제적으로는 약 6천 가지 정도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호주에서 재배되는 포도 품종엔 어떤 것이 있을까? Focus OIV 2017 자료에 의하면 호주에는 약 130여 종의 와인을 만드는 포도 품종이 재배되고 있는데 그중에서 가장 많이 재배되는 ‘톱 10 포도 품종’ 순위는 다음과 같다. Shiraz(붉은 포도, 26.8%), Cabernet Sauvignon(붉은 포도, 16.8%), Chardonnay(청포도, 14.1%), Merlot(붉은 포도, 5.4%), Sauvignon Blanc(청포도, 4%), Pinot Noir(붉은 포도, 3.4%),  Sémillon(청포도, 3.4%), Pinot Gris (청포도, 2.7%), Riesling(청포도, 2%),  Muscat of Alexandria(청포도, 1.3%) 순이고 그 이외의 포도 품종이 20.1%를 차지한다. 상기의 포도 품종 중에서 Muscat of Alexandria를 빼고는 주류 소매점에서 많이 보는 낯익은 품종들이다. 호주의 포도 재배 트렌드는 기존의 포도 품종은 줄어드는 반면 잘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품종은 늘어나고 있다. ‘호주 톱 10 포도 품종’과 ‘다른 나라 톱 10 품종’을 비교해 보면  프랑스 6가지, 미국 6가지, 이탈리아 3가지가 같은 포도 품종이다. 10위 밖에 있는 포도 품종을 포함 시키면 더 많은 포도 품종이 각 나라에서 공통으로 재배된다. 그러므로 20-30가지 정도의 포도 맛과 향의 특징을 이해하면 와인을 선택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호주에서 많이 재배되는 포도 맛과 향의 특성을 알아보자.

Shiraz

시라즈(Shiraz)

이 포도는 프랑스가 원산지이며 특성은 한마디로 탄닌이 많아 떫은 맛이 많이 나고 톡쏘는 후추 맛이 강한 포도이다. 서양인들은 후추 맛이라고 하지만 동양인들에겐 톡쏘는 쓴 맛으로 느껴진다. 주조과정, 재배 지역에 따라 맛과 향이 달라지지만, 기본적으로 Shiraz는 톡 쏘는 후추같은 쓴맛이 강한 와인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면 좋다.

Cabernet Sauvignon

카버넷 쇼비뇽(Cabernet Sauvignon)

이 포도는 Shiraz 포도만큼 탄닌이 많이 우러나는 포도이다. 시라즈보다는 덜하지만 쓴맛도 난다. 이 또한 어떻게 만드느냐에 따라, 어느 곳에서 재배되었느냐에 따라 맛과 향이 달라질 수 있다. 이 포도의 특징은 붉은 포도 품종에서 나올 수 없는 풀잎이나 캡시컴 맛이 나기도 하는데 이는 포도 품종의 탄생에 비밀이 있다. 이 포도는 청포도 품종인 Sauvignon Blanc과 붉은 포도 품종인 Cabernet Franc의 후손이기 때문에 완전히 익지 않았을 때는 부모 중의 하나인 청포도 품종인 쇼비뇽 블랑의 성질을 발현하기 때문이다. 이 포도로 만들어진 와인 또한 대체로 무겁고 탄닌이 많아 떫은맛이 나는 와인으로 시라즈의 약한 버전으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

샤도네(Chardonnay)

Chardonnay
프랑스 버건디가 원산지이며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청포도 품종이다. 화이트 와인은 기본적으로 산도와 청량감이 있어야 하므로 선선한 지역에서 재배된 포도로 만든 와인이 레몬 계통의 과일 맛이 나고 더운 지역의 와인은 열대 과일 맛이 난다. 샤도네는 화이트 와인임에도 불구하고 오크통에서 숙성을 시키기도 하는데 오크통에서 숙성시켰을 경우 바닐라 맛이 스며들어 청량감이나 상큼한 맛과 향이 떨어진다.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샤도네는 그리 상큼하지도 않고 향이 감미롭지도 않다.

Merlot

멀롯(Merlot)

붉은 포도 품종인데 시라즈나 카버넷 쇼비뇽 포도와 대비되는 포도이다. 이 포도로 만든 와인은 톡 쏘는 쓴맛도 없고 탄닌이 많지 않아 떫은맛도 많이 나지 않고 부드러운 잘 익은 자두 맛이 난다. 한마디로 부드럽고 순한 와인으로 생각하면 된다. 그래서 와인과 친숙하지 않은 여성들이 이 와인을 많이 선택한다.

Sauvignon Blanc
청포도이며 이 포도로 만든 와인은 청량감이 뛰어나고 향이 좋기로 유명하다. 마치 꽃동산에 온 것 같은 향기가 난다. 이 품종은 선선한 지역에서 잘 자라는 포도나무라서 뉴질랜드의 대표적인 품종이다. 현재 화이트 와인 중에서 가장 핫한 와인이다.

Pinot Noir

피노 누아(Pinot Noire)

붉은 포도이지만 껍질이 얇아 탄닌이 많이 우러나지 않는 포도이다. 이 포도로 만든 와인은 시라즈나 카버넷 쇼비뇽 같이 강렬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멀롯 같이 부드럽지도 않은 어중간한 와인이다. 선선한 지역에서 잘 자라는 나무로써 타스마니아산 와인이 두각을 나타낸다. 잘 만들어진 와인은 환상적이지만 대부분은 밋밋한 와인으로 인식된다.

Sémillon

세미욘(Semillon)

청포도로써 부귀병에 감염된 포도로 만든 달콤한 보트라이티스(Botrytis) 와인을 만드는 포도로 유명하다. 달지 않은 와인도 있지만 단 와인의 명성이 높다. 단 와인은 370mL 작은 병으로 팔리는데 호주에서는 끈적인다는 뜻의 sticky wine으로 불린다. 디저트 와인으로 애용된다.

Pinot Gris
청포도로써 이 포도로 만든 와인은 과일 향이 있고 청량감이 있는 와인이다. 가볍고 상큼하며 향도 좋다. 쇼비뇽 블랑의 순한 버전으로 이해하면 된다.

Riesling
청포도로써 이 포도로 만든 와인은 독일산 단 와인이 유명하다. 선선한 지역에서 자라는 포도나무이기 때문에 독일과 같은 추운 지방에서도 잘 자란다. 호주에서는 흔한 와인은 아니지만, 향이 있고 청량함과 달콤한 맛이 일품인 와인이다.

Muscat of Alexandria
청포도 품종이며 이 포도로 달콤한 와인을 많이 만든다. Lillypilly 와이너리의 2018년 산 와인을 마셔보았다. 달콤한 향이 난다. 서양식으로 표현하면 Floral 향이 많이 난다. 맛 또한 달콤하다. 뒷맛이 화이트 와인에서 나지 않는 쌉쌀한 맛이 남는다. 2016년산은 더 달콤하지만 향이 많이 무뎌졌다. 머스켓 포도 특유의 사향 향은 나지 않았다.    
위에서 언급한 포도 이외에 호주에서 잘 알려진 레드 와인용 포도로 Durif, Ruby Cabernet, Grenache, Petit Verdot, Cabernet Franc, Sangiovese, Malbec, Mataro 화이트 와인용으로 Verdelho, Chenin Blanc, Traminer, 등이 있다. 부티크 와이너리에서는 Tannat, Chambourcin과 같은 익숙지 않은 품종으로 와인 애호가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도 한다. 언급한 포도의 특성을 이해하고 와인에 접근하면 훨씬 와인 선택이 수월해진다. 가장 좋은 방법은 포도 품종별 와인을 마셔보고 특성을 기억해 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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