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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단상] 이별해도 괜찮게
곽승룡 신부(시드니대교구 한인 천주교회 주임 신부) | 승인 2020.01.23 11:16

남녀가 일생동안 만나고 이별하는 짝의 경험을 얼마나 가지고 있을까? 글을 시작하면서 결론같은 말은 먼저 하면, 인생은 ‘만남’이고 ‘헤어짐’이기에 사람들이 참으로 행복하려면, ‘만남의 시작’과 똑같이 ‘이별도 그렇게’ 해야 한다.

한 여성이 말했다. “아! 우리가 일 년 정도 만나니까 별로 할 말이 없다.” 그러자 남성은 “왜?” 여성은 지혜롭게 “아 그냥 그렀다고....” 그러자 남성도 발 빠르게 “오빠가 보니까 보통 요러면 헤어진데... 오빠가 더 잘할 게, 내가 뭐 실수한 게 있지?” 여성은 이어서 “그냥! 그렇다고... 헤어지자는 것은 아니니까!” 이 짝들은 그래도 대화를 무난히 이어나간다.

하지만 현실은 어떨까? “안녕! 오늘 이별이야...”하고 문자를 보내는 경우, 또는 소위 잠수를 타는 경우가 있단다. 사람들은 왜 얼굴을 보고 이별을 할 수 없을까? 왜 그럴까? 아마 만남과 이별의 건강한 경험이 없기 때문은 아닐까? 사람들에게 만나고 헤어지는 순간이 매우 중요하다. 쉽지 않고 혹시 경험한 적이 없을 수 있지만, 처음처럼, 마무리도 그래야 한다. 갑작스럽게 해고하듯 통보는 아니다. 

그러면 어떤 방법이 있을까? 심리학자들은 일기예보처럼 해야 한다고 말한다. 스마트폰을 열면 일기예보를 주중 날씨, 주말 날씨 등 최소한 10일 정도 오전 오후 등 자세히 나눠서 시간대별로 예보를 한다. 짝들도 일기예보처럼 만날 때와 똑같이 헤어질 때도 친절하고 세밀하게 썸을 타듯 이별하는 용기를 가져야 한단다. 

그래서일까 첫눈에 반하거나 호감이 가 썸을 타듯 이별도 동일한 과정이 필요하단다. 우리는 가끔은 일기예보의 날씨가 헷갈리는 순간을 경험한다. 이 글 앞머리의 남녀 대화처럼, 남녀관계에서 핵심갈등을 알아차리기 위해서 상대 혹은 누구라도 먼저 헷갈리게 하는 이야기나 깜찍한 행동이 대화를 만들어 서로에게 마음을 알아차리고 나누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면 그들이 왜 그냥 그렇게 되었는지, 살펴볼 수 있는 여지를 마련할 수 있다. 일방적인 통보가 아니라 헤어지고 싶다는 마음을 전하면서 이별 준비의 시간을 가질 수 있으면 이별할 수 있는 용기가 나지 않을까? 그 과정에서 ‘왜 이렇게 그냥 되었나’, ‘대화를 끌어낼 수 있고’, ‘불필요한 이별도 방지할 수 있으며’, ‘핵심갈등을 끌어내 대화로 관계가 원만해질 수 있고,’ ‘헤어지더라도 좀 더 안전한 이별’을 할 수는 없을까. 아무튼 일방적이 아니라, 헤어지고 싶어 하고 대화와 소통을 하면서 만남처럼 헤어짐도 인격적으로 해결될 수 있다면 어떨까.

매우 어렵지만 이별하는 이유를 서로 공유해야 한다. 제일 안타까운 것은 헤어졌는데, 그 이유를 “몰라요”하는 것이다. 이별할 때는 너와 내가 무엇에 소홀했고, 어떤 합의에 무관심했으며, 무엇을 조율하는데 실패했는지, 이것들에 대해 공유해줘야 한다. 그래야 아픈 이별을 하더라도 다음 사랑을 시작하고 만날 때, 서로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렇지 않고 괜히 알 수 없는 이유로 발목잡지 않고 서로를 위해 다음 단계를 밟을 수 있으면 얼마나 이별해도 괜찮게 될까? 합의 이별이 필요한 듯하다. 

곽승룡 신부(시드니대교구 한인 천주교회 주임 신부)  info@hanho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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