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칼럼 김삼오 칼럼
[독자의 편지] 호주 기자의 ‘헬조선’ 기사를 읽고
김삼오 (커뮤니케이션학 박사, 전 호주국립한국학연구 | 승인 2020.02.13 11:53

지난 2월 7일(금)자 한호일보에 실린 ‘헬조선 그리고 그 속의 희망’이란 제목의 번역 기사(홍수정 기자)를 주의 깊게 읽었습니다. 글에서 호주 ABC 방송이 한국 사회 특집 보도를 정리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방영된 내용과 장면을 직접 듣고 보지 못했지만 내용을 우리말로 아주 유창하고도 세련되게 잘 옮겼다고 봐 그 노고에 찬사를 보냅니다.
 
한국은 저 멀리 떨어져 있지만 우리의 고국입니다. 그리고 그 사회의 참상은 거기에 사는 한국인, 즉 우리의 부모와 형제자매들만이 알면 되고 그들만의 노력으로 달라질  일이 아닙니다. 그건 한민족의 행태적 고질이어서 민족이라는 큰 틀 안에서 이해되고 논의되어야 할 국가적 과제입니다. 
 
더욱 모두가 목전의 이해에 파묻혀 눈이 멀기 쉬운 고국의  혼란상을 생각할 때, 밖에서 사는 동포들의 참신한 시각과 모범으로 기여가 필요한 때입니다.
 
그러한 의미에서 이 기회에 길게는 못하고 한 두 가지를 적어볼까 합니다. 모든 사회 현상에는 그 원인이 꼭 있기 마련입니다. 그 원인을 찾아야 단기적이든 장기적이든 해결책이 나옵니다. ‘시간이 해결하겠지요’라고 말하는 건 대안이 아닙니다. 그게 사회과학의 존재 이유입니다.
 
‘헬조선’ 신드롬에 대하여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도 한국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공갈에 떨고 안보와 경제 논리에 밀려  북한 전문가와 경제학자들의 목소리만 들리지, 사회를 좀 먹는 악재들을 깊이 연구하고 널리 알리는 사회과학자는 전혀 없어 보입니다. 
 
앞에서 행태란 말을 이미 썼지만, 그 악재는 바로 사람에게 있습니다. 저는 최근 <선진화를 하겠다면 선진 매너와 에티켓부터 배워야지>라는 이름의 책을 출판하려고 합니다.  사회 평론이 아니고 평생의 반을 해외에서 보낸 한 원로의 현장 수기입니다. 왜 뜬금없이 자기 책 홍보를 하나 오해 받을 수 있습니다. 그게 아닙니다. 실은 ‘한국은 잘 살게 되었다는데 왜 사회가 그렇게 시끄러운가’라는 제목을 붙인 이 책의 후기에 담긴 내용이 ‘헬조선’ 대안 연구에 한 가지 단서를 줄 수 있다고 생각해서 입니다.
 
후기는 오래 전 돌아가신 어머니에 대한 추모사로서 혹독한 가난 속에서 어머니의 뼈를 깎는 회생으로 대학을 마쳤고 그런 분의 기대에 맞게 높은 자리를 못 한 불효자(?)이며 무능한 사람의 이야기와 그간의 우리 사회의 잘 못 된 실상을 적었습니다.
 
1950-60년대의 한국은 ‘보릿고개’라는 대명사로 불리듯 지독하게 가난했습니다.  그런데 어감이 안 좋아 덜 쓰지만 그 때의 빈곤을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다른 한 가지는 미군 기지촌에 구름과 같이 모여든 매춘부들입니다. 어디 기지촌뿐인가요. 전국 요소마다 널려 있었습니다. 대학 1년 때인 1954년에는 안암동 대학교 정문 바로 앞 양가집에도 그런 여성들을 들여 놓아 주말 미군 트럭이 군인들을 싣고 들어 닥치면 이불을 옮기느라 들고 여기 저기 뛰어 다니는 가정부들이 많았습니다. 
 
1967년 보건사회부를 출입하면서 자주 만났던 주정일 부녀아동국장의 1차 관심이 이것이었는데, 당시 공식 숫자는 적어도 1백만 명이라고 말했었습니다.
 
왜 기억하기도 싫은 과거를 들추는가고요? 이들도 모두 가정의 귀여운 딸이고, 누나며, 손녀입니다. 얼마나 살기가 어려웠으면 이들이 가출하여 이런 지옥에 가도록 내버려 두었을까요? 그보다 더 중요한 의문은 이렇게 처참한 세대를 살았던 사람들이 지금은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입니다. 두 가지 예측이 가능합니다. 하나는 쓰라린 과거를 거울삼아 올바르게 살려고 노력하는 경우고, 다른 하나는 그 지독했던 가난과 불행의 원수를 갚겠다며 얼마고 더  갖고, 얼마고 개인의 이익과 안위를 누리겠다는 악덕한 사람으로 변절하는  경우입니다.  후자가 지금의 현실이고 그래서 우리가 ‘헬조선’을 자초한 것이 아닌가 하는 가설입니다.
 
핵심은 우리 민족의 유달리 강한 과욕입니다. 생계조차 꾸리지 못하는 가장은 논외입니다. 그만하면 성공한 대기업이 무너 발 식으로 사업을 무리하게 늘리고, 그만하면 잘 사는 특권층들이 더 갖겠다며 부동산 투기 현장으로 모여드는 과욕을 내버려 둔다면  ‘헬조선’은 영원히 갈 것입니다. 기자의 말대로 그 속에서 희망의 싹이 트일까요? ‘시간이  해결할 겁니다’와 같은 안일한 생각입니다.

 

김삼오 (커뮤니케이션학 박사, 전 호주국립한국학연구  skim1935@gmail.com

<저작권자 © 한호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Suite 2, L1, 570 Blaxland Rd. Eastwood NSW 2122 Australia  |  Tel : 02-8876-1870  |   Fax : 02-8876-1877
Copyright © 2020 HANHO KOREAN DAILY. All rights reserved. mailto : info@hanhodaily.com  |  청소년보호책임자 : 윤경환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