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칼럼 자동차 칼럼
[자동차 칼럼] 생각보다 가까워진 ‘전기차 시대’
김진호 (자동차 전문 프리랜서) | 승인 2020.02.13 11:59
호주 시장에 출시한 현대 전기차 코나(Kona) EV

전례 없는 사상 최악의 호주 산불은 몇 달간 큰 피해를 주었다. 인명과 생태계에도 피해가 컸지만 연소로 인해 발생한 대량의 이산화탄소도 적잖이 문제였다. 이번 산불로 인해 배출된 이산화탄소는 총 4억여 톤으로 호주 1년 평균 배출량의 2/3에 달하는 양이었다. 산불로 인해 숲의 면적(약 1천만 헥타르)이 줄어들어 2차 피해도 우려된다. 이산화탄소 흡수량이 줄어들고 산소 발생량도 감소할 테니 피해는 아직 끝나지 않은 것이다.
 
환경 오염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또 한 가지가 있으니 바로 자동차다. 자동차는 발명 이후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우리 삶을 편리하게 해줬지만 동시에 지구를 아프게 한 것도 사실이다. 화석 연료를 연소하여 움직이는 오늘날의 자동차는 질소산화물이나 일산화탄소 등이 배출되며 엔진이나 변속기 등에 들어가는 각종 오일류도 무시할 수 없다. 최근 국제사회에서 전기차가 논의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전기차와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들의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 '동력 전달 수단'이다. 전기차엔 엔진과 변속기가 없다. 엔진은 전기 모터로, 변속기는 모터의 회전수를 올리는 것으로 대체된다. 소모되는 오일을 교환할 일도 없어지며 화석 연료를 태우지 않아도 되니 배출가스도 없다. 후면에 배기구가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또한 오직 전기 모터와 전력 공급을 위한 배터리로만 움직이니 부품의 수도 현저하게 줄어든다. 공장 가동 시간의 축소와 신속한 대량생산에도 이점이다.
 
장점이 가득함에도 불구하고 '충전'이라는 두 글자가 많은 이들의 발목을 잡는다. 물론 자택에 충전기를 구비하고 출퇴근이나 가까운 거리만 주행한다면 문제가 될 일은 없다. 하지만 장거리 주행이 잦은 운전자라면 어떨까. 목적지까지 경로를 계획할 때 충전소 위치를 미리 파악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충전소없는 외딴 지역에 간다면 도중에 견인차를 불러야 할지도 모른다. 충전에 걸리는 시간도 무시할 수 없다. 실제 전기차 운전자들에게서 '약속 시각보다 일찍 출발하는 습관이 생겼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과거에 비해 충전 시간이 많이 줄어들긴 했지만 여전히 주유소보다 많은 시간을 써야 하는 건 사실이니 말이다.
 

기아자동차의 전기차 ‘쏘울 EV’

전기차의 주행거리는 기후에도 영향을 받는다. 차 안에 내장된 리튬 이온 배터리 때문이다. 배터리 내부의 전해질 활동이 둔해지면서 배터리의 효율이 떨어지는데, 가끔 스마트폰 배터리가 겨울만 되면 금세 줄어드는 거랑 동일한 원리다. 상온(25℃)과 비교해 저온(-7℃)에서 복합 주행거리가 20~30% 줄었다는 실험 결과도 있다. 추위를 이겨내고자 히터까지 가동한다면 움직일 수 있는 거리는 더욱 짧아질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나라에서 전기차를 권장하고 있다. 코스타리카는 내년부터 내연기관 자동차의 판매가 금지된다. 덴마크와 스웨덴, 핀란드는 고위도의 추운 기후임에도 2030년부터, 프랑스와 스페인은 2040년부터 새로 출시되는 내연기관 자동차를 판매할 수 없다. 아직까진 유럽을 중심으로 이와 같은 정책들이 활발히 발표되고 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다른 나라들까지도 확대될 전망이다.
 
완성차 업체들도 마찬가지다. 스웨덴의 자동차 회사 볼보는 이미 작년부터 전기차만 신차로 출시하고 있다. 2025년까지 전체 판매량의 50%를 순수 전기차로 채우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그 밖에 일본의 토요타는 2025년, 독일의 폭스바겐은 2026년, 메르세데스-벤츠는 2039년부터 내연기관 자동차의 생산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환경 오염 문제가 대두되고, 배출가스 규제가 강화되니 업계에서도 변화의 발걸음이 시작된 것이다.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전기차의 시대는 가까워지고 있다.
 
다시 호주로 돌아와 보자. 작년 노동당은 2030년까지 전기차 점유율을 50%까지 올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같은 해 정부도 2035년까지 판매되는 모든 신차의 절반이 전기차가 될 거라고 분석했다. 머지않아 주유소만큼 충전소가 많아지고, 도로 위에서 엔진음보다 모터 소리를 많이 듣게 될지도 모르겠다. 아직 인프라에서, 기술적인 부분에서 넘어야 할 산은 많지만 인류는 전기차라는 높은 곳을 향해 묵묵히 걸어가고 있다. 미국의 시인 매티 스테파넥의 유명한 말로 글을 마치려 한다. “미래가 멀리 있어 보이겠지만, 지금 이 시점부터 미래가 시작되고 있다.”

 

김진호 (자동차 전문 프리랜서)  info@hanhodaily.com

<저작권자 © 한호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진호 (자동차 전문 프리랜서)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Suite 2, L1, 570 Blaxland Rd. Eastwood NSW 2122 Australia  |  Tel : 02-8876-1870  |   Fax : 02-8876-1877
Copyright © 2020 HANHO KOREAN DAILY. All rights reserved. mailto : info@hanhodaily.com  |  청소년보호책임자 : 윤경환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