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시드니를 포함한 NSW 대부분 지역에 정말 많은 비가 내렸다. 3-4일 평균 강우량이 거의 400mm였다고 한다. 집중 호우로 곳곳에 침수 피해가 났다. 나무가 쓰러졌고 시드니와 센트럴 코스트는 4만여 가구가 지금도 정전으로 불편을 겪고 있다. 오늘(13일)도 많은 양의 비가 내릴 듯 하다.  

극심한 가뭄과 폭염에 이어 최악의 산불, 10-20년래 가장 많은 폭우.. 호주 날씨가 물과 불로 극단(extreme)으로 치닫고 있다. 침수 피해가 있지만 그래도 이번 비로 극심한 가뭄이 어느 정도 완화됐다는 점에서는 다행이다. 시드니 주요 상수원인 와라감바댐의 수위도 42%에서 73%(13일 현재)로 급등했다. 

이런 집중 호우에도 산불이 계속되는 나라가 호주다. 코로완 산불은 74일동안 탔다가 이번 주 진압됐다. 12일을 기준으로  NSW에서 25개 산불이 진행 중이다. 이중 4개는 통제가 안 된 상태다. 사상 최악의 산불 중 하나인 올 여름 산불로 호주 전역에서 탄 면적이 남한 전체(약 1천만 헥타르)를 능가한다. NSW와 빅토리아의 피해가 컸다. 

NSW 북부 포트 맥쿼리(Port Macquarie) 인근의 린드필드 파크 로드 산불(Lindfield Park Road fire)은 무려 210일만에 진화됐다. 지난해 7월 18일 발화돼 거의 7개월동안 꺼지지 않고 계속 탔다. 이처럼 산불이 오래 간 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불에 탄 858헥타르 중 약 400헥타르가 포트 맥쿼리 남서부의 습지대(wetlands) 땅 밑에서 불이 계속된 것이다. 썩은 유기질이 ‘토탄 연료(peat fuel)’가 돼 오래된 마른 습지대의 땅 밑에서 연료 역할을 하면서 7달 동안 불이 지속됐다.  
이런 토탄 화재(peat fire)는 몇 달동안 드물지만 몇 년씩 지하에서 계속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다가 갑자기 지상으로 수십에서 수백미터, 수 Km까지 불이 번질 수 있다. 
       
일반적으로 접하는 산불은 땅 위의 나뭇잎, 부러진 가지, 나무 등을 태운다. 그러나 오래된 마른 습지대의 토탄 화재는 전통적인 진화 방법으로는 불을 끌 수 없다. 지하의 토탄 화재는 들불(grass-fires)이나 산불(bushfires)처럼 육안으로는 잘 보이지 않지만 계속된다는 점에서 대기 오염 문제를 초래한다. 또 언제나 지상으로 크게 번질 위험도 상존한다.  
 
호주 당국은 각국의 여러 과학자들에게 자문을 받았다. 결국  습지대(wetlands)에 물을 부어 재수화(rehydrate)하는 방법으로 토탄 화재 진압에 나서 210일만에 진압에 성공했다. 인근에서 65메가리터의 물을 펌프로 끌어올려 습지대에 퍼부었다. 또 지난 주 약 260mm의 많은 비가 내렸다. 그 결과 2월 12일 완전 진화가 공식 발표됐다. 

이 산불 진화에 산불방재청(Rural Fire Service), 소방구조대(Fire & Rescue NSW), 1차 산업 및 환경부(Department of Primary Industries and Environment), 포트 맥쿼리-헤이스팅스 카운슬(Port Macquarie-Hastings Council), 보건부(Department of Health) 등 여러 기관들이 공동 작업으로 힘을 보탰다.  
  
이번 주말에도 상당한 비가 예보됐다. 그 덕분에 NSW에 남은 20여개 산불이 모두 진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아마 6개월만에  NSW와 ACT 준주에서 ‘산불 없는(bushfire-free) 날’이 올 것 같다. 가뭄과 산불은 일단 해결됐지만.. 이제 코로나-19 사태가 남았다. 폭우와 더불어 말끔히 쓸려갔으면 좋겠다는 어리석은 희망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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