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카 작품•감독•각본•국제영화상 4개 석권  
작년 시드니영화제 이어 칸 영화제 대상 수상

한국의 감성이 전 세계를 사로잡았다. 봉준호 감독이 영화 '기생충'으로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감독상'과 ‘작품상’ 등 무려 4개를 거머쥐며 세계 영화계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기생충'은 10일(호주 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열린 올해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고 권위인 작품상을 필두로 감독상과 각본상, 국제영화상까지 4관왕을 차지했다. 이로써 올해 아카데미에서 가장 많은 상을 받은 영화가 됐다.

세계 상업영화의 심장인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최고 권위의 영화상인 오스카는 백인 중심, 할리우드 중심의 축제라는 비판은 받아왔다. 흑인을 비롯한 유색인종 후보의 수상은 화제가 될 정도로 드물었고 2015년과 이듬해 남녀 주연상과 조연상 후보 전원이 백인들로 구성되면서 보이콧 조짐까지 일었다. 

‘기생충’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과연 높디높은 오스카의 보수적인 틀을 깰 수 있을 것인지 모든 영화인들의 시선이 아카데미를 향했다. 

특히 기생충은 자본주의 계급 문제를 다룬 비영어권 스릴러 영화라는 점에서 전통적인 아카데미 취향과는 거리가 멀어 작품상은 받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하지만 예상을 훨씬 뛰어넘어 4관왕을 차지하면서 영화사의 새로운 위업을 달성했다. 아카데미 역사상 아시아계 감독이 감독상을 수상하기는 '브로크백 마운틴(2006)'과 '라이프 오브 파이(2013)'으로 수상한 대만 출신 리안 감독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더구나 리안 감독의 작품 두편은 모두 영어로 제작됐다.

호주의 언론사들도 앞다투어 전세계를 홀린 봉 감독의 마력에 대해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호주 영화평론가들 역시 비(非)영어권 영화의 한계로 가장 큰 걸림돌인 자막의 벽을 뛰어넘지 못할 것으로 점쳤다. 

지난달 봉준호는 이에 대해 “1인치 높이의 자막을 넘어 서면 놀라운 영화의 세계를 만나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호주의 문화비평가는 이번 수상을 오스카의 승리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10억명 이상이 시청한다고 홍보하지만 사실상 그보다 현저하게 낮은 억대 이하 시청률을 기록하는 등 점차 대중의 시선에서도 멀어졌다. 명성을 차츰 잃어가던 오스카가 기생충 수상으로 인해 다시 우뚝 섰다는 것.
오스카 이전부터 호주 영화계의 기생충에 대한 관심은 높았다. 

지난해 열린 66회 시드니영화제 역시 ‘봉준호’에게 온 시선이 쏠렸다. 주말 공식 상영은 일찌감치 매진됐고 앞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늘어선 관람객들의 긴 행렬은 역대 시드니영화제에서 드문 광경이었다.

폐막식 당일 수상을 전혀 예상치 못한 봉준호 감독은 통역없이 부인과 편하게 참석했고 레드카펫 행사도 참여하지 않았다. 봉 감독 당사자는 기대감이 없었으나 대부분의 영화 평론가는 기생충의 대상을 점쳤다. 당시 통역사와 같이 오질 않았다며 “나의 엉터리 영어를 즐겨달라(Enjoy my broken English)“라고 위트있는 말로 수상소감을 이어나갔다. 그는 당시 대상 수상으로 상당히 벅차했고 많은 관심을 보여준 한인 동포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한호일보를 통해 전했다. 

흥행면에서도 성공 가도를 달렸다. 장장 36주동안 스크린에 걸렸고 지금도 일부 영화관에서 상영중이다. 단일 영화관(멜벤 시네마 노바 (Melbourne 's Cinema Nova)에서 약 280 만 달러 이상의 수익을 냈다. 

기생충은 전원 백수로 사는 송강호의 가족과 글로벌 IT기업 CEO인 이선균의 가족의 대립 구도를 토대로 계층 간, 계층 내 갈등을 소재로 한 블랙 코미디다.

지극히 한국적인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빈부격차를 날카롭게 꼬집으며 세계가 마주한 ‘극단적 사회 양극화 심화’란 문제에 직격탄을 날려 전 세계의 마음을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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