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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충우돌 꼬마철학자들 이야기] 왁자지껄 할매들의 수다소나무 이야기
천영미 | 승인 2020.02.20 11:10

T : 안녕하세요? 오늘부터 어르신들과 함께 수업을 하게 된 천영미 입니다. 앞으로 진행될 강의는 대체로 인문학과 역사 관련 내용으로 구성될 것입니다. 첫 번째 강의로 무엇을 준비할까 많이 고민했는데요...오늘은 한국 사람들이 아주 오래전부터 사랑했던 ‘나무’이야기로 시작해볼까 합니다. 이 나무가 무엇인지 한 번 생각해 보세요. 우리나라 사람들이 사시사철 볼 수 있는 나무이고, 나뭇잎은 뾰족한 바늘처럼 생겼어요. 그리고 애국가에도 등장하는 나무입니다. 

H : 소나무요. “남산 위에 저 소나무 철갑을 두르고--”그런 가사 아닌가요?
T : 네. 맞습니다.^^ 그럼 왜 우리 선조들은 옛부터 소나무를 사랑했을까요?
A : 사시사철 푸르니까, 변하지 않는 마음을 말하는 게 아닐까요.
T :  그럼 이제 조선시대 임금의 옥좌 뒤에 있는 병풍 사진을 보시고, 어떤 그림들이 그려져 있는지 살펴보세요.

 P : 우선 해랑 달이랑 산봉우리가 보이는 병풍이네요.
L : 폭포도 보이고, 어머 진짜 소나무도 있네요.
T : 네. 잘 보셨어요. 이 병풍의 이름은 일월오악도입니다. 해, 달, 산, 소나무 등이 그려져 있어요. 그런데 병풍에 왜 소나무를 그려 넣었을까요?
H : 변하지 않는 마음으로 충성하라는 거 아닐까요?
T : 맞아요. 왕과 나라에 대한 신하들의 충성을 상징하는 나무가 바로 소나무였어요. 그럼 소나무는 선조들의 실생활에 어떻게 쓰였을까요?
L : 추석에 송편을 찔 때, 솔잎을 깔고 찌면 향이 좋죠.
P : 우리 어렸을 적에는 집안 어른들이 솔향이 나는 술도 잡수셨던 거 같아요.
A : 아기가 태어났을 때 금줄을 걸잖아요. 그 때 솔잎을 달았던 거 같아요. 남자아이는 솔잎에 고추를 달고, 여자아이는 솔잎에 숯을 달았던 거 같아요.
T : 그럼 금줄은 왜 달았을까요? 그리고 왜 하필 많은 나무들 중에서 솔잎을 금줄에 달았을까요?
H : 금줄을 달아야 다른 사람들에게 아기가 태어났다는 소식을 알릴 수 있지요.
A : 금줄을 거는 이유는 나쁜 액운이나 병이 못 들어오게 막는 거니까, 사람들이 소나무에게 그런 힘이 있다고 믿었던 거 같아요.
T : 와우! 아주 잘 설명해 주셨어요. 옛 사람들은 소나무를 자신들을 지켜주는 신목이라고 생각했어요. 이밖에도 소나무는 단단하고 곧아서 목재로도 많이 사용이 되었습니다. 한옥이나 궁궐의 대부분은 소나무로 만들어졌어요. 그런데 솔방울도 생활에 아주 유용한 물건이었습니다. 어떻게 사용 되었을까요?
H : 어렸을 때 산에 떨어져있는 솔방울 주워서 애들이랑 던지면서 놀았던 기억이 나요. 아이들이 모았다가 장난감으로 사용했을 것 같아요.
L : 그런데 솔방울은 냄새는 좋아도 만지고 나면 끈적거려서 잘 지워지지가 않잖아요. 지난번에 시티에 있는 보태닉 가든에 나갔다가 이뻐서 하나 주웠는데, 손에 잔뜩 묻어서 지우느라 혼났어요.
T : 맞아요.^^ 그런데 솔방울의 그 끈적거리는 성분 때문에 선조들은 불을 붙일 때 조개탄처럼 솔방울을 사용했어요. 이제 다음 사진의 솔방울은 어떻게 모양이 다른지 생각해주세요.

P : 하나는 익고, 다른 하나는 안 익은 거 같아요. 모든 열매들은 익으면 입을 쫙 벌리잖아요.

T : 힌트를 하나 드리자면...옛 사람들은 이 솔방울로 방안의 습기를 잴 수 있었어요.
A : 어머나! 그럼 물이 촉촉하면 입을 다물고, 건조하면 입을 쫙 벌린 채 마르는 거 같네요. 소소한 일상에서 선조들의 지혜가 보이네요.
T : 재미있는 사실이 하나 더 있습니다. 소나무 중에는 벼슬을 지닌 소나무도 있었어요.
H : 사람도 아닌 소나무가 벼슬이 있었으면, 대단히 훌륭한 일을 했나봐요.
T : 세종대왕의 아들 문종이 짧은 기간 재위하고 병으로 일찍 죽자, 나이 어린 단종이 임금이 되지요.
L : 맞아요. 영월에 단종능이 있지요. 작은아버지가 조카를 죽이고 왕위에 오르잖아요. 권력은 부자지간에도 나눌 수 없는 거 같아요. 영조가 아들을 뒤주에 가둬 죽인 일도 있구요.
T : 그 왕이 바로 세조에요. 세조는 어린 조카를 죽이고 왕위에 오른 일 때문에 백성들에게 원성을 들었지요. 세조는 오래도록 민심을 잃은 일로 노심초사하는 세월을 보냈습니다. 어느 날 세조가 한 마을로 행차를 하는데, 왕의 가마가 지나가는 길목에 커다란 소나무가 드리워져 있는 거예요. 자칫하면 가마의 지붕이 나뭇가지에 걸리게 생긴 거죠. 그때 소나무가 놀라운 일을 하게 됩니다. 그게 뭘까요?^^
P : 왜 옛날에 우리 애들 어려서 전설의 고향이라는 드라마가 있었거든요.  그런 드라마에 보면 믿지 못할 이야기들이 많잖아요. 그것처럼 소나무가 초능력을 발휘해서 가지를 들어 올려준 거 아닐까? 
모두들 : 깔깔깔 웃는다. 
T : 모두들 너무 재미있게 웃으시는데요...사실 맞습니다.^^ 세조의 가마가 무사히 지나갈 수 있도록 소나무가 나뭇가지를 살짝 들어 올려 준 이야기는 아주 유명한 고사로 남아있어요.
L : 그게 진짜라구요?
T : 네. 그래서 그 소나무가 행한 기적을 본 백성들이 ‘와! 우리 임금은 하늘이 내려준 왕이구나. 그러니까 소나무도 저렇게 왕을 존중하지.’라고 믿었다는 거예요. 모처럼 백성들이 자신을 왕으로 생각해주는 게 기뻐서, 세조는 이 소나무에 정 2품이라는 높은 벼슬을 내렸어요. 그리고 이 나무의 이름이 ‘정이품송’이 되었어요. 사진을 한 번 보실까요?


A : 어머! 정말 한쪽 나뭇가지가 길게 땅으로 드리워져 있네요. 그런 이야기가 나올 법도 하네요,^^
T : 오늘 어르신들과 함께 소나무에 대한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나눠봤습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다음에도 재미난 주제로 만나 뵐게요.

천영미
고교 및 대학 강사(한국) 
전 한국연구재단 소속 개인연구원
현 시드니 시니어 한인 대상 역사/인문학 강

천영미  info@hanho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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