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석연료 시대’ 종말 대비
정부 주도로 노동자 해고없이 이직, 퇴직 전환
재생 에너지현재 4% →10년 후 65% 급증 추진
호주, 신규 석탄광 승인 및 수출 확대 
“산불 재난 불구 시대흐름 역행” 국내외 비난 쇄도

2018년 보트로프 광산에서 끌어올린 마지막 석탄 덩어리 중 하나에 한 광부가 입맞춤하고 있다.

작년 10월부터 시작된 ‘호주의 재앙적 산불 위기’를 계기로 기후 변화에 대한 호주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대응이 촉구되고 있다. 호주는 세계 석탄 수출 1위국이다. 그런 호주에서도 석탄의 소멸이 결국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폭넓게 합의되고 있다. 하지만 석탄 산업을 줄곧  지지해 온 스콧 모리슨 총리의 자유-국민 연립 정부는 호 주 경제에서 비중이 큰 석탄 산업을 포기하기 어려울 것임이 분명하다. 

경제 강국 독일 정부가 총 400억유로(약 52조원)를 투입해 2038년까지 국내 석탄화력발전을 전면 폐쇄하는 담대한 기후변화 대응 프로그램을 내놓으면서 석탄 산업 전체를 단계적으로 영구 폐쇄하는 수순에 돌입했다. 

한 때 유럽의 경제 부흥을 주도했던 독일의 화력 발전소

반면 호주는 인도계 광산기업 아다니의 퀸즐랜드 카마이클 (Carmichael) 석탄광 프로젝트처럼 신규 광산 개발과 석탄 수출 확대를 시도하고 있어 시대흐름과 역행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오히려 호주 정부는 광산지역에 수백억 달러를 제공하면서 새로운 일자리와 산업을 창출하고 있다.. 

독일의 석탄 산업은 60-70년대 유럽의 경제부흥에서 한 축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경 공해(배출 가스)의 주범이란 이유 때문에 독일은 과감하게  석탄 산업의 전면 폐기를 선택했다. 이같은 독일의 사례는 호주에도 시시하는 점이 크다. ABC기사를 정리해 소개한다.

"이 지역에서 일하던 수천명의 광부들처럼 우리 할아버지도 석탄을 캐기위해 이렇게 암반을 뚫었다." 
독일의 오래된 탄광도시 루르 계곡(the Ruhr valley)의 지하 깊은 검은 땅 속으로 드릴을 하강시키면서 우배 째거는 외신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1875년 첫 갱도를 구축한 에센(Essen)의 석탄광산은 한때 독일을 유럽의 경제대국으로 만든 화력발전소와 불가분의 관계였다.

하지만 독일은 2018년 마지막 남은 석탄광산을 영구 폐쇄했다, 

이제 째거가 보여주는 광산은 더 이상 가동되는 광산이 아니라 독일 서부 산업 중심지였던 광산촌의 삶을 관광객들에게 보여주는 박물관으로 탈바꿈됐다.  

현재 독일 석탄광산기업 락(RAG) 빌딩 로비에는 무겁고 검은 석탄 덩어리가 자랑스럽게 전시되어 있다. 

크리스토프 베이크 락 대변인은 “이것은 2018년 12월 루르 계곡의 보트로프(Bottrop) 광산에서 끌어올린 마지막 석탄 덩어리 중 하나(one of the last hunks of black coal)다(사진 1). 무너진 베를린 장벽처럼 석탄 산업 또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1970년대까지 독일에 남아있던 석탄 광산은 매장량이 줄어들면서 더욱 땅속 깊이 파고 들어가야 했고 수익성은 줄어들었다. 독일의 석탄 산업폐쇄는 결국 정부 보조금과 락과 같은 대형 석탄 회사의 협력으로 가능하게 되었지만 처음에는 사실 기후 변화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었다.

금도 독일 곳곳에서는 기후변화에 대한 환경운동가들과 시민들의 시위가 지속적으로 벌어진다.

독일 입장에서는 호주와 콜롬비아처럼 생산비가 낮은 나라에서 석탄을 수입하는 것이 더 저렴했다. 그러다 2007년 정부와 석탄 회사, 노동 조합이 합의를 이뤄 석탄 탄광을 영원히 폐쇄하는 역사적인 거래(a historic deal)를 성사시켰다.

수백년동안 지속되면서 독일 경제부흥을 이끌었던 중심 산업인 광산촌의 삶의 방식은 이렇게 갑자기 끝났고 광부들에게는 새로운 일자리나 조기 퇴직이 권유됐다.

석탄으로 산업을 일으키고 부를 쌓은 나라지만 독일은 이미 오래 전 화석연료(fossil fuel)의 종말이 얼마남지 않았다면서 앞날을 준비해 왔다.

석탄 광산을 폐쇄한 독일은 2038년까지 더 많은 탄소를 배출하는 값싼 저질 화석 연료 갈탄 탄광(a cheaper, dirtier fossil fuel)과 모든 탄소배출 화력 발전소를 폐쇄하는 시간표를 발표했다.

크리스토프 대변인은 "당시 정부는 광부를 포함한 석탄광산 노동자들을 새로운 노동시장에서 흡수하면서 문제없이 광산을 폐쇄하는데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한지를 타진했다. 또 노동자들에게는 직업 전환에 필요한 충분한 시간과 돈이 주어졌다"면서 "석탄 산업 폐쇄로 단 한 사람도 부당하게 실직하는 사람이 없었다"라고 설명했다.

폐쇄된 락 광산의 오래된 석탄가스 증류 공장은 정부의 도움으로 지붕에 태양 전지판을 가진 세계 문화 유산으로 변신했고 현재 역사의 일부로 관광객들을 위해 보존되고 있다.

환경운동가 다니엘 호핑거 환경운동가는 독일이 기후변화의 개선을 위한 지도적 역할을 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독일에서 석탄광산(black coal)이 경제적인 이유로 폐쇄되었다면 현재 진행되는 갈탄광산(brown coal)의 단계적 폐쇄는 온전히 환경문제 때문이다.

독일은  현재 재생 에너지(renewables)가 전체 에너지 생산의 4 %를 차지하는데 10년 후  65%로 대폭 늘려 파리 기후협약 목표를 달성할 계획이다.

호주에서 노조와 에너지 회사, 환경 단체, 정부 등 이해가 상충되는 서로 다른 집단이 석탄 산업이 사라져야 한다는데 모두 동의한다는 것은 쉽지않은 일이다. 

지금도 독일의 광산촌 스프렘베르크와 독일 동부의 산업 지역인 루사티아에서는 독일 전역에서 모인 수천 명의 환경  운동가들이 기후변화 관련 시위를 벌이고 있다. 

저작권자 © 한호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