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밀리카 대명사 ‘코모도어’ 41년 전통 종료  

홀덴의 인기 패밀리카 모델이었던 킹스우드 스테이션 웨건

“호주인들은 홀덴과의 사랑이 시들해졌다. 홀덴의 호주 소비자들과의 사랑이 (먼저) 식었기 때문이다.”

“풋볼, 소고기 파이(meat pies), 캥거루, 홀덴차.. ” 
호주인을 상징하는 단어에 홀덴이 항상 포함된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요즘 호주 자동차 시장에서 다수의 소비자들은 일본산 유트나 토요타, 현대, 마즈다의 소형차나 SUV를 선호한지 오래됐다. 2019년 호주 신차 판매 순위에서 홀덴은 10위로 톱10에 겨우 턱걸이했다. 2020년 1월 2641대 판매로 시장 점유율이 3.7%에 그쳤다.     

17일  홀덴의 미국 모기업인 GM(제너럴 모터스)은 ‘올 연말 홀덴 브랜드 퇴출’을 공식 발표했다. GM은 2014년 호주 정부(토니 애봇 총리 시절)가 국고 보조금을 전면 중단하자 3년 후(2017년 10월) 호주 생산을 중단했다. 남호주 엘리자베스(Elizabeth) 공장을 폐업했다. 호주 생산 중단 3년 후(2020년) 홀덴 브랜드 폐기마저 결정했다.  

호주 생산 중단 후 유지해온 디자인과 엔지니어링 파트를 종료한다고 결정함에따라 현재 약 7-800명의 직원 중 6백여명이 6월말 이전 일자리를 잃게 된다. 홀덴 브랜드 폐기 이후 GM은 외국산 세단을 호주에서 판매할 계획이 없다. 돈이 안되는 시장이라는 판단에서 스페셜티 승용차(speciality vehicles) 판매로 호주 영업을 사실상 크게 제한할 예정이다. 

홀덴이 어쩌다 이 지경까지 왔을까? 시장 퇴출에는 여러 요인들이 있다. GM은 오른쪽 핸들 차량 시장(right-hand-drive markets)의 협소함을 주요인으로 꼽았다. 호주와 뉴질랜드 시장만을 상대로 한 홀덴 브랜드는 전세계 판매의 1%도 안 된다는 점에서 시장의 협소함은 분명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다.  

그러나 홀덴은 15년 전까지 호주 시장에서 위세를 떨쳤다.  2002년(시장 점유율 21.4%)부터 2005년까지 연간 17만대씩  신차를 판매했다. 그 후 계속 내리막길이었다. 2019년 4만3천여대(10위)로 줄었다. 신차는 모두 외국산 차량이다. 지난해 11월 판매량은 2,668대로 전년 동기 5,125대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이같은 퇴보에는 GM의 형편없는 브랜드 관리(poor brand management)도 한 몫 했다. 호주 브랜드로서 선호할만한 강점이 홀덴 차량에 없다는 것이다. 호주를 상징하는 정체성이 없으면 가격 또는 품질 경쟁력이 강해야 하지만 그 점에서도 홀덴은 취약했다.    
 
브랜드는 유무형 요소의 결합(combination of tangible and intangible elements)이다. ‘사자와 돌(Lion and Stone)’ 모양인 홀덴 로고, 칼라, 이미지 등 디자인 특징 외 유형 요소는 거의 모든 메이커들이 비슷비슷하다. 그 브랜드만의 무형의 탁월성(intangible qualities)을 개발 유지하는 것이 어려운 과제다. 이에는 소비자 경험(서비스 등)과 명성, 개성, 가치 등 브랜드에 끌리는 감성이 포함된다.  

과거 홀덴 브랜드는 호주인의 일상에 스며들었다. 한 예로 70년대를 지나온 호주인들에게는 가족들이 패밀리카인 킹스우드 스테이션 웨건(Kingswood station wagon)을 타고 해변이나 극장에 자주 놀러간 경험을 상기한다. 이런 호주적인 것이 홀덴 정체성의 핵심이었지만 그런 모델은 모두 사라졌다.  

GM은 2017년 10월 홀덴의 최장수 모델인 코모도어의 호주 생산을 중단하고 독일산(오펠 생산) 수입 코모도어로 대체했다. 과거 패밀리카의 대명사였던 코모도어의 판매가 격감하자 2019년 생산마저 중단해 41년의 명맥이 사라졌다. 이와 더불어 홀덴의 존재 이유의 근원인 코모도어 브랜드에 남은 가치도 증발했다. 홀덴이 호주 시장에 존재할 명분을 GM 스스로 폐기한 것이다.  

2019년부터 생산이 중단된 홀덴 코모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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