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의 10대 수출품은 석탄, 철광석, 천연가스(LNG), 교육(유학), 관광, 금, 알루미늄 원석, 육류, 원유, 구리 등이다. 광물 자원이 톱 10 중 7개를 점유할 정도로 압도적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호주는  OECD 회원국 중 8위로 잘 사는 나라다.  

원자재 수출에만 의존하다 망한 나라들도 많다. 호주 옆에 작은 섬 나라인 나우루(Naru)는 모든 섬이 무기화합물인 인산(phosphate)으로 만들어져 한 때 부자가 됐지만 인산이 불필요해지면서 가난한 나라로 변했다. 

호주의 단일 품목 1위 수출 아이템인 석탄도 기후변화 정책에 밀려 앞으로 수출 길이 제한될 것으로 예상된다. 원자재에 첨단 기술을 부가해 고가 물건을 만드는 제조업이 발전해야 희망이 있다. 

호주는 일찍부터 제조업을 주업으로 하기 위해 자동차 산업을 발전시켰던 나라였다. 영국 이민자 에드몬드 홀덴(Edmond Holden)이 남호주에 마차 회사를 경영하다가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과 합작으로 1856년 남호주에 첫 GM-홀덴 공장을 창업했다. 무려 164년이란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첫 홀덴 공장은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등에서 디자인 한 엔진과  부품을 조립해왔다. 그러다가 1950년대 벤 치를리(Ben Chiefly) 총리(노동당) 시절 많은 훈련 자금을 투자해 호주 기술자를 세계 수준으로 양성해서 ‘호주인들만의 디자인’과 대부분의 자동차 제조 기술을 인수했다. 홀덴 자동차는 그 당시 호주인들에게 ‘부의 상징’이었다. 1936년 멜본 공장, 1939년  NSW 시드니 동부 페이지우드( Pagewood)에도 공장을 세워서 대량 생산을 했고 유럽, 아시아로 수출했다.  

홀덴 자동차는 2000년대 초반까지 매년 17만대가 팔렸지만 일본차에 이어 한국차에 밀려 근래는 호주와 뉴질랜드 외에는 전혀 다른 고객이 없다. 2019년 신차 판매 실적이 4만3천여대로 전년도보다 약 29%나 폭락하며 톱 10에 겨우 턱걸이를 했다. 

호주 정부가 10여년 동안 거액의 보조금을 지원했지만 경쟁력을 회복하지 못한채 적자가 누적돼 2017년 남호주(엘리자베스) 공장이 문을 닫았다. 최근 2020년말까지 브랜드를 정리하고 2021년부터 호주와 뉴질랜드 시장에서 철수할 계획을 발표해 실망을 더했다.   

오랜 역사와 인연이 있는 홀덴 브랜드의 시장 퇴출을 보면서 호주인들은 착잡한 심정을 갖고 있다. 한 때 호주인들은 풋볼(Football), 미트파이(Meat pie), 캥거루(Kangaroo), 홀덴차(Holden) 4개를 가장 좋아하는 것으로 자부심을 가졌었다. 

홀덴차는 164년동안 호주인들의 기술과 과학이 깃들여 있는 큰 유산이다. 자유-국민 연립정부가 미래의 전기자동차 분야에서 호주가  선두 주자가 되겠다고 주장하면서 홀덴의 폐업을 그대로 지켜보는 것은 생각해 볼 문제라고 전문가들은 폐쇄를 반대하고 있다. 

수백억 달러의 막대한 예산을 들여 잠수함 제조를 위해 최선을 다 하면서 호주의 정신이 깃든 홀덴 브랜드의 퇴출에 반대하는 것이다.  

그러나 회사측은 인건비가 크게 올랐지만 국제 경쟁력은 반대로 크게 저하됐고 호주와 뉴질랜드 시장은 규모가 너무 협소해 경쟁력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모기업 GM에 따르면 기능공의 인건비가  1992년 주급 $462.60에서 근래는 $1,194.50으로 258%(2.6배) 상승했지만 판매는 크게 저조하기 때문에 도저히 지속이 어렵다는 것이다. 

세계는 4차 산업으로 이전하여 직원들의 능력이 더욱 요구되고 있다. 호주는 지난 PISA(OECD 37개국 경쟁) 평가에서 수학 점수가  2003년 10위에서 29위로, 과학은 6위에서 19위로 크게 하락했다.  

한 예로 한 미국 회사가 지방에 농기구회사를 만들기 위해 보일러메이커(Boiler Maker) 견습생을 모집하면서 “1만 미터가 몇 Km 인가를 질문하자 제대로 답변한 자원자가 별로 없어 할 수 없이 필리핀 출신의 워킹홀리데이 워커를 채용했다는 일화가 있다. 

근래  NSW 주정부는 수학을 다시 필수과목에 포함시키고 수학교사가 모자라는 농촌에 가는 교사들에게는 급여를 인상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호주 학생들의 수학능력이 크게 떨어진 것은 1970년대 계산기가 나오면서부터 수학에 관심을 갖지 않게 된 것이 원인이다. 은행에서 간단한 돈 계산도 계산기에 의존한다. 수학은 머리를 쓰는 과목인데 두뇌 사용을 싫어하기 때문이다. 

또 호주 교사들의 자질 문제도 있다. 동양에서는 기술직(기능인)보다 머리를 사용해야 하는 교사나 사무직을 선호한다. 돈을 많이 내고 다니는 사립학교  학생들 중에서도 대학 교육에 큰 관심이 없고 자기 집안 사업을 이어 받거나 대부분 기술직을 지원하기도 한다.

호주 교실 분위기도 문제다. 호주 학생들은 수업 중 무척 산만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체벌은 물론 훈육도 쉽지 않다. 교사는 기능직처럼 돈도 많이 못 벌고 힘든 직종이다. 그래서인지 교육대학의 점수가 낮다. 교사들의 자질을 높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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