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희경
 
순식간에 일어난 일을 고발한다
 
시드니에서 남미까지 날아가는 시간 동안
간을 졸이며 침을 삼키며
코로나19를 무서워하던 그  
대구 부산 서울 뉴질랜드며
미국 이탈리아 언젠가는 가보리라 벼르던 네팔까지 세계 구석구석

바이러스는 당신의 침방울
내게 키스하던 한 입 가득 머금은 그 달콤함이
내게 독극물이라고

대문 걸어 잠가도 적과의 동침
어제 다녀간 아들녀석 반찬그릇마다 새 젓가락 올린다
에미 애비 집마저 바이러스로 두려운 정보의 홍수

울타리는 점점 높고 제 발 제가 묶어
공포가 던지는 공포감에 모두 항복을 했다

일 년 후에는 잊지 말아야 하는데
30초 동안 손을 씻고 마스크를 상비하고
뻔질나게 그리워하는 사람을 발로 막았던 일을
일 년 후에는 제발 잊지 말아야 하는데
외면했던 식당이며 문 닫는 가게며 오늘 공격한 아픈 이름들을

터지기 직전인 별들의 전쟁에 포획된 우리
어제 떠난 이가 그리워할 1초, 
바로 지금을 고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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