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음대 재학생과 졸업생 및 음악 전공자들로 구성된 ‘보체스 체일레스티움(Voces Caelestium. ‘천상의 목소리’라는 라틴어)’이 특별한 의미의 7번째 자선 콘서트를 열었다. 

2일(월) 오후 7시, 채스우드 콩코스(콘서트홀)에서 열린 이 콘서트는 산불로 피해를 당한 자연 생태계의 회복, 야생동물 구제를 목표를 하는 호주야생기금(WWF-AUSTRALIA)을 돕기 위한 행사였다. 이날 수익금 전액은 이 단체에 기부된다.  

바흐의 ‘키보드 협주곡 1번’으로 공연이 시작됐다. 바흐의 많은 곡들 가운데 특히 바로크 시기 협주 곡으로는 이례적으로 규모가 크고 구성도 견고하여 고전시대 하이든이나 모차르트의 협주곡 양식의 모델이 되기도 한곡이다. 명확한 리듬과 많은 선율의 기복, 다양한 기교와 완벽한 형식을 갖추고 있는 이 곡의 피아노 솔리스트로는 보체스 체일레스티움 창립부터 함께하고 현재 단체의 상임 작곡가로 활동중인 파블레 사이직 (Pavle Cajic)가 맡아 수준 높은 연주를 선보였다. 

이어 1부의 마지막 곡으로는 ‘레퀴엠’(진혼곡)이 이어졌다. (사진 왼쪽부터) 김선영 (Sun Young Kim) 소프라노, 알토 마가렛 트루비아노 (Margaret Trubiano), 테너 손지완 (Caleb Son), 베이스 하오티엔 치 (Haotian Qi)가 함께 했다. 

레퀴엠은 죽은자의 넋을 기리고 이별의 아픔을 간직한 채 남아있는 자들을 위로하며 세상의 평화를 염원하는 음악이다. 
호주 산불로 인해 생명을 잃은 많은 야생동물과 생태계 그리고 희생당한 많은 사람들을 추모하는 데에 의미가 깊었고 그 외에도 3.1절 다음날에 열려 한인 커뮤니티에게는 또 다른 그 의미를 더했다. 합창단의 완벽한 하모니와 함께 오케스트라의 협연이 더해져 장엄하고 아름다운 연주가 펼쳐졌다.

약 20분 간의 인터미션 후 펼쳐진 오페라 갈라 공연은 각기 다른 오페라의 곡들이 이어지며 한편의 드라마를 연출했다

오페라 삼손과 델릴라(Samson & Delilah) 중에서 제3막에 나오는 ‘바카날 춤(bacchanale Dance)’이 2부 첫 곡으로 연주됐다. 

바카날(Bacchanale)이란 바쿠스(Bacchus)라는 술의 신의 이름에서 따온 이름으로, 마시고 노래하는 축제소동이나 분방한 쾌락을 표현하는 발레를 의미한다. 이 바카날은 3막 2장에서 등장하는 삼손을 처형하기 전 다곤 신전에서 연주되는 곡으로, 경쾌하게 2막의 문이 열렸다. 

세빌리아의 이발사(ll Barbiere di Siviglia)의 ‘나는 거리의 만물박사 (largo Al Factotum)’는 17세기 스페인 세빌리아를 배경으로 벌어지는 두 남녀의 사랑과 음모, 모략을 재간둥이 피가로와 함께 유쾌하게 풀어나가는 오페라 부파(희극적 오페라)로 하오티엔 치 바리톤이 무대 뒤편에선 깜짝 등장하며 시작해 경쾌하고 활기차게 곡을 이끌어 갔다. 

다음으로 남편이 돌아온다던 어느 맑게 개인 날을 기다리는 나비부인의 희망이 담긴 아리아 ‘어느 맑게 개인 날(Un bel di vedremo)’을 제인 이드( Jane Ede) 소프라노가  남편을 기다리며 홀로 미동도 없이 밤을 지새는 나비부인의 애련함을 보여줬다.

아를르(L’arlesiana)의 여인 중의 아리아 페데리코의 탄식(Lamento di Federico)은 페데리코가 끝없는 사랑을 고백하는 장면에 흐른다. 김창환(사이몬 김) 테너가 느리고 장중한 현악 반주에 실린 페데리코의 고백을 당신아니면 죽음밖에 없다는 듯한 그 비장함을 선보였다. 

이탈리아의 시칠리아 섬을 무대로 한 오페라 ‘Cavalleria Rusticana(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는 ‘시골식 기사도’란 뜻이다. 이탈리아의 에밀 졸라라고 할 수 있는 시칠리아 출신 작가 조반니 베르가(1840∼1922년)의 원작이 바탕이다. 당시 유행하던 대표적 베리스모(Verismo•사실주의) 오페라다. 베리스모 오페라는 동화 속 이야기나 귀족들의 러브스토리에서 벗어나 서민의 일상생활을 노래한다. 여기에 불륜과 살인 같은 어두운 면을 조명한다. 그중 누구나 사랑하는 ‘간주곡(Intermezzo)’의 연주가 이어졌다.  

이어 제인 이드 소프라노가 라보엠 (La Boheme)  ‘무제타의 왈츠(uando m'en vo)’ 곡으로 도도하고 발랄한 무제타의 매력을 선보였다. 
투란도트(Turandot )는 고대 중국 베이징의 냉혹한 공주 투란도트와 그녀의 사랑을 얻기 위해 세 가지 수수께끼에 도전하는 칼라프 왕자의 이야기로, 오페라 역사상 가장 유명한 아리아 중 하나인 '넬슨 도르마'는 김창환 테너가 함께했다. 

마지막은 오페라 카르멘(Carmen)의 대표적인 3곡이 이어졌다. 
조르주 비제의 걸작 오페라  카르멘은 스페인 남부를 배경으로 치명적인 매력의 집시 여인 카르멘과 하사관 돈 호세의 탐욕적인 사랑과 비극을 그린 작품으로, 한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오페라로 늘 꼽혀 왔다.

마가렛 트루비아노 메조 소프라노는 술집에서 탬버린을 흔들며 춤을 추는 집시 여인들에 섞인 카르멘이 부르는 ‘집시의 노래 (Gypsy Song)’ 노래를 정열적으로 표현했다. 

‘투우사의 노래(Toreador Song)’는 투우사인 에스카미요가 등장하는 장면에서 투우사가 투우장으로 나가기 전의 씩씩한 모습과 소와 싸우는 용맹스런 광경을 노래한 것으로 얼마나 용감한지를 자랑하듯 부르는 곡을 하오티엔 치 바리톤이 열창했다. 아주 야성적이고 열정적인 노래로 행진곡으로도 많이 쓰고 있어 가장 익숙한 곡 중에 하나이다. 원래는 “여러분의 건배에 삼가 잔을 돌려 드리겠소”(Votre toast, je peux vous le rendre...Toreador, en grade!)라는 긴제목이지만 ‘투우사의 노래’로 널리 알려져 있다.

마지막 곡은 카르멘의 4막에서 호세는 달아나려는 카르멘을 붙잡아 단도로 찔러 죽이고 시신 앞에서 울부짖는 파국의 장면을 김창환테너와 마가렛 트루비아노 메조 소프라노가 열연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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