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운 음식.. 시원한 화이트 와인이 제격 

음식과 와인 궁합에는 원칙은 없지만 기본적인 방법은 있다. 
* 깊은 맛이 있는 음식에는 무거운 와인(바디감이 높은 와인)
* 맛이 가벼운 음식에는 가벼운 와인
* 기름기 많은 음식에는 탄닌이 많은 와인
* 산도가 높은 음식에는 산도가 높은 와인
* 달콤한 디저트에는 달콤한 와인
* 흰 살코기에는 화이트와인
* 붉은 살코기에는 레드와인

상기에 나열한 방법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가이드라인에 불과하다. 창의적인 방법으로 얼마든지 와인 음식 궁합을 만들어낼 수 있다. 

서양 식탁에서 와인은 음식 맛을 돋우는 양념과 같은 존재이다. 양념을 강하게 하지 않는 서양 음식 특성상 와인과의 궁합은 중요하다. 와인은 서양에서 발달한 주류이기 때문에 대부분 음식 궁합은 서양 음식에 맞게 발달하였다. 동양에서 와인 인기가 높아감에 따라 동양 음식과 와인 궁합에 대한 관심이 높아가고 있지만 아직까지 많은 연구와 경험이 축적되지 않아 혼란이 이는 경우도 있다. 서양 사람들도 동양 음식에 대해 깊은 이해가 없기 때문에 와인 라벨에 매운 음식에 잘 어울린다는 식의 아주 기본적인 제안만 한다. 또한 동양 음식의 주류가 매운 것만도 아니다. 중국 음식에 매운 음식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음식도 많다. 동남아 음식도 마찬가지다. 태국 음식은 단맛이 나는 음식이 많고 중국 음식은 튀긴 음식이 많다. 동양 음식은 서양 음식보다 국물이 있는 음식이 많다. 한국 음식의 경우 국, 탕, 찌개, 전골 등 국물 요리가 많다. 하지만 국물 요리와 와인 궁합에 대한 정보는 그리 많지 않다. 여러 재료를 넣어 만드는 국물 요리는 재료를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맛과 풍미가 달라지기 때문에 특정 스타일의 와인을 고집하기에도 무리가 있다. 

와인과 음식 궁합에 중요한 것은 음식 맛을 돋보이게 하는 방법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상기의 가이드라인에서 맛이 깊은 음식에는 무거운 와인으로 가야 하는 이유가 있다. 기름기가 많고 걸쭉한 음식에는 기름기를 씻어낼 수 있는 바디감이 높은 와인이 제격이다. 특히 탄닌이 많은 레드와인은 기름기가 많은 음식과 어우러져야 느끼함을 줄일 수 있다. 산도가 있는 와인은 비린내를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불고기는 어디에 해당할까? 내 생각에 불고기는 가볍거나 중간 정도의 음식으로 보면 될 것 같다. 맵거나 짜지 않고 고기를 숙성시킬 때 설탕이나 배 등 당분이 있는 양념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이런 음식에는 중간 정도 바디감이 있는 와인이 어울린다. 가볍게 만든 레드와인을 선택하면 될듯하다. 레드와인 중에서 포도 껍질이 두껍지 않아 탄닌이 많이 우러나지 않는 피노 누아(Pinot Noire) 와인이 어울릴 수 있다. 화이트와인으로 가자면 달지 않은 바디감이 있는 와인이 어울릴 듯하다. 화이트와인에서 너무 바디감이 없으면 향과 풍미가 없어 맹물같은 맛이 날 수 있어 불고기 맛과 어울리지 않을듯하다. 레드와인에서 고를 수 없다면 바디감이 있는 로제와인(Rose wine)으로 가는 것도 좋다. 로제와인은 탄닌 양도 적당하여 불고기 특유의 맛을 해치지도 않을 것이다. 

돌솥비빔밥의 경우 어떤 와인이 어울릴까? 돌솥비빔밥도 고추장을 많이 넣어 맵게 먹는 사람과 고추장을 적게 넣어 싱겁게 먹는 사람의 경우 와인 선택도 달라져야 한다. 매운 음식에는 매운맛을 식혀줄 수 있는 와인이 어울린다. 매운 맛을 식혀줄 수 있는 와인은 차게 마시는 화이트 와인이 제격이다. 화이트와인 중에서 약간 단맛이 있어 매운 맛을 줄여주는 와인이면 제격이다. 약간 단 Riesling, Traminer ( Gewürztraminer), Moscato 와인이 어울릴듯하다. 

삼겹살에는 어떤 와인이 어울릴까? 삼겹살은 비교적 기름기가 많은 음식이다. 기름기가 많은 음식은 탄닌이 많은 레드와인으로 가는 것이 어울린다. 하지만 삼겹살은 조리 과정에서 기름기가 빠짐으로 너무 진한 와인은 삼겹살의 고소한 맛을 덮어버릴 수 있다. 레드와인일 경우 미디움 바디 아니면 탄닌이 너무 많지 않은 Pinot Noire도 고려해볼 와인이다. 화이트와인으로 갈 경우 산도가 있는 드라이 와인이 어울릴 것 같다. 산도가 돼지고기의 누린내와 느끼함을 잡아주기 때문이다.  

매운탕이나 찌개 종류에는 어떤 와인이 어울릴까? 맵고 뜨거운 음식에는 차고 달콤한 화이트 와인이 어울린다. 매운맛도 잡아주고 뜨거운 것도 식혀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달콤한 Moscato, Riesling, Semillon 와인이 어울릴 것 같다. 청량감을 주고 달콤한 스파클링 와인인 프로세코(Prosecco)와인도 좋을 듯싶다. 맵지 않은 설렁탕 등 기름기가 있는 탕 종류에는 탄닌이 있는 레드와인이 어울릴 것이다. 탄닌이 너무 많은 풀바디 와인은 탕 종류의 고유 맛을 훼손할 수 있어 미디움 바디 정도의 레드와인이 어울릴 듯하다. 탄닌이 기름기를 씻어주어 깔끔한 느낌을 줄 수 있다. 더운 날에는 차게 마실 수 있는 로제와인도 잘 어울릴듯하다.    

생선회, 일식 요리에는 어떤 와인이 어울릴까? 당연히 담백한 해산물의 맛을 훼손하지 않고 생선의 비린 맛을 잡아줄 수 있는 산도가 있는 화이트와인이 제격이다. 향이 좋고 산도가 있는 쇼비농 블랑(Sauvignon Blanc), 스파클링 와인으로는 달콤하면서도 향이 좋은 프로세코(Prosecco) 와인도 어울릴듯하다.  

단 음식에는 스위트 와인, 신 음식에는 산도가 있는 와인이 어울린다. 한국 음식에는 달거나 신 음식이 많지 않다. 서양 음식 중에 샐러드는 산도가 있는 드레싱이 많이 사용되므로 이때는 산도가 있는 와인이 어울린다. 산도가 있는 음식에 산도가 없는 와인을 곁들이면 와인 맛이 밋밋하게 느껴질 수 있다. 음식만큼 산도가 있는 와인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단 음식의 경우 서양 음식에는 디저트로 단 음식이 주류를 이루는데 이때 와인은 디저트만큼 단 와인이 어울린다. 와인이 달지 않으면 디저트의 달콤한 맛을 상쇄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너무 단 디저트일 경우 약간 당도가 낮고 산도가 있는 화이트와인도 어울린다. 음식의 단맛과 와인의 산도가 어울려 새콤달콤한 맛을 만들어낼 수 있다. 

양념이 되지 않은 쇠고기 스테이크나 기름기가 있는 돼지 요리의 경우 레드와인이 어울린다. 레드와인의 탄닌이 기름기와 냄새도 잡아주기 때문이다. 치즈와 크림이 많이 들어간 파스타의 경우 가벼운 바디의 레드와인이나 로제와인으로 가는 것도 좋다. 탄닌이 느끼함을 씻어내 주기 때문이다. 같은 파스타라도 느끼함이 없는 담백한 맛의 스파게티 파스타의 경우 고유의 맛을 살리기 위해 산도가 있는 상큼한 화이트와인으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산도가 있는 피노 그리지오(Pinot Grigio), 향과 청량감이 좋은 쇼비뇽 블랑, 가벼운 로제와인도 어울릴 것이다. 

음식이 나오는 교민 행사에는 대부분 와인이 곁들여지는데 많은 경우 레드와인이 나오고 때에 따라서는 화이트 와인과 같이 나오는 경우도 있다. 뷔페식의 행사 음식에는 한국 음식 특성상 탄닌이 많은 풀바디 레드와인 보다는 음식의 맛을 살리면서도 목넘김이 부드러운 미디움 아니면 라이트 바디(Light body) 레드와인이 더 어울릴듯하다. 화이트와인의 경우 산도와 당도가 어우러진 청량감이 있는 와인이 좋을 듯하다. 와인의 맛, 산도, 당도, 바디감을 이해하면 음식에 따른 와인을 선택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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