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세계적으로 독자가 오백만이나 되는 뉴욕타임지는 한국의 한 사이비교회가 코로나바이러스 집단감염지라고 보도했다. 1970년대에 짐 존스의 사이비교가 미국에서 있었던 뒤로 선진국에서는 없는데, 한국에서는 동란 후 지금까지 박태선 천부교, 김기순 아가동산, 문선명 통일교, 유병언 구원파교, 이만희 신천지교 등 굵직굵직한 사이비 교회가 생겨 커다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사이비교의 특징은 교주가 구세주(messiah)라는 것과 불치병을 고쳐주는 등의 신과같은 전능함이 있고, 사회의 모든 관례를 사탄의 짓에 불과하다고 힐책하고 자기만 믿으면 하느님께 간다고 주장하는 점이다. 속세를 저버리게 되니 자연 재산을 교회에 헌납하라는 것을 강조하게 되고 갖가지 수단을 동원하여 사이비 교회들이 많은 재산을 축적하고, 부패하고 부도덕하거나 불법을 저지르게 되어 그 종말을 가져온다.

고도로 발달된 과학과 이성이 지배하는 21세기에 살고 있으면서 더욱이 교육수준이 선진국에 못지않게 높은 한국에서 왜 사이비 교가 횡행할까? 그 원인은 한국 문화에 깊숙이 자리잡고 있는 것 같다. 오랫동안 유교문화가 지배한 사회라서 위계적인 대인관계를 중시하고 권위를 존중하도록 양육을 받고 자란다. 
우선 가정에서는 어릴 때부터 부모가 시키는 대로 따르는 것을 미덕으로 여겨, 일상생활에서 먹고 입는 것은 물론이고 학원에 가는 것, 대학, 전공 등 교육과정도 본인의 의사나 선택보다 부모가 정한 것을 따르게 한다. 또한 군사부일체를 중시하는 문화이다 보니 아이들이 학교에 갈 때 ‘오늘 선생님 말씀 잘 들어라”하고 타이르고, 선생님의 권위를 존중하게 되니 학교 교육은 자연 주입식이 된다. 대학에서도 주로 교수중심으로 강의를 듣다 보니 학생의 이성적이고 비판적인 의사결정이나 선택의 기회가 별로 없다. 

사회에 나가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전직이 쉽지 않은 문화에서 기업이든 정부기관이든 명령체계가 엄격하게 정해져 있어 상사의 지시대로 따를 수밖에 없다. 정치체계도 가부장적인 유교문화의 영향으로 다른 민주국가에 비하여 권력이 대통령에게 많이 집중되어 있다. 사회와 정치지도자들 간의 가교 역할을 하는 정당들이 정치강령에 따라 형성되지 않고 정당 대표에 따라 창당되고 소멸한다. 따라서 정당 대표의 권력이 강하고 당원은 정당 대표의 추종자에 불과하게 된다.

이런 교육과정과 사회적 배경뿐 아니라 종교풍토가 사이비 종교나 교회가 쉽게 싹트게 되어 있다. 그 동안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부패한 기성 종교가 많다. 또한 복잡한 길거리에서 확성기로 전도활동을 하면서 그 소음이 다른 사람이나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 종교만 천당에 간다는 편협한 신앙심을 가진 교인들이 유독 한국에는 많다. 한국의 이런 종교적 풍토와 교육 및 문화적 배경에서 야심을 가진 교주는 자기가 구세주로서 신의 전능함이 있어 불치병도 치료하니 병원에 갈 필요가 없다 하고, 자신은 법이나 사회질서 위에 있음을 포교하고, 이를 비판적으로 듣지 않고 맹목적으로 믿게 되는 데서 사이비 종교 집단이 번성하는 것 같다.  

사이비종교는 사회갈등을 조장하는 한 요소이다. 지금 인도에서 일어나고 있는 종교 간의 갈등에서 보듯이, 편협하고 광신적인 종교가 교파간 종교간 갈등을 부추기는 예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허다하다. 유병언의 구원파 교회가 저지른 부도덕하고 불법적인 처사가 사회윤리와 준법정신에 해를 끼친 일은 세월호 참사를 통하여 세상에 알려졌다. 사회갈등과 윤리 및 준법정신의 저하는 사회신뢰를 저하시키고 나아가서 국민의 행복수준을 낮추게 된다. 이번 신천지 교파가 보여주듯이 속세를 초월한 교주의 교리와 전능함을 믿으면 병으로부터 하나님이 보호해준다고 하는 설교만 믿고 병원에 가는 것을 회피하고 당국에 협조를 거부하는 데서 코로나 확산의 진원지가 되고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것 같다.

사이비종교는 경제에도 나쁜 영향을 준다. 사이비종교를 통한 사회갈등이나 부정부패는 경제적 불확실성을 높이고, 사회신뢰의 하락은 거래비용을 높여 경제성장의 큰 장애요인이 된다. 사이비종교가 가져오는 부정적인 사건은 해당국의 국가이미지 및 국가브랜드를 깊이 훼손시켜 경제발전을 저해한다. 세계화시대에 각국은 수출증대와 더불어 타국의 관광객, 학생, 자본, 창의적인 두뇌를 유치하기 위해 경쟁한다. 이 모든 것이 국가이미지나 국가브랜드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최근에는 국가브랜드가 그 나라의 중요한 자산의 하나로 부상하게 되었다. 

사이비종교의 문화적인 요인들은 쉽게 개선되지 않는다. 또 사이비종교가 일으킨 불미스러운 사건은 사회와 국가이미지에 깊이 각인되어 그 효과가 오랫동안 지속된다. 무엇보다 불법을 저지른 사이비종교단체를 일벌백계주의로 중벌로 다스려야 한다. 가정 교육에 있어서 자녀들에게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며 선택하게 하는 의사결정의 기회를 주고 그 역량을 기르려는 고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교육면에 있어서도 세계화, 지식정보화 시대에 필요한 창의력을 키우기 위하여 주입식 교육에서 개발교육으로 중점을 돌려야 된다. 이를 위하여 정책적인 홍보와 증진이 필요하다. 기업경영에 있어서도 기업이나 국가경제발전의 관건이 되는 창의력을 개발하기 위하여 재래의 상명하복의 구태의연한 기업경영전략을 탈피하고 해당 사원들에게 자율권을 높여주는 풍토 개선이 시급하다. 

권오율(캐나다 사이몬 프레이저 대학교 겸임교수)*

*권오율 교수: 호주 그리피스대학(퀸즐랜드) 석좌 교수(경제학자) 및 한국한연구소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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