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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단상] 선착장의 빈 배
최정복 (엠마오대학 기독상담학과 교수) | 승인 2020.03.19 15:07

센트럴 코스트에는 선착장(wharf)들이 많이 있다. 이들을 보수하고 신축하는데  큰 예산이 필요하다. 금년 3월부터 시작되는 워이워이(Woy Woy) 선착장 재개발공사를 위해 532만 달러가 투자된다. 집 건너편에 보이는 고스포드 선착장에는 정박된 빈 배들이 많다. 그 모습은 아름답고 평화스럽다. 선착장은 빈배들의 정박을 위한 것처럼 생각 할 수 있다. 그것은 맞는 말이다.  자동차의 주차장처럼, 운행하지 않는 빈 배들이 정박하는 곳이다. 때로는 폭풍우가 올 때 배들을 안전하게 피신시키기 위해 선착장은 반드시 필요하다. 이런 사실에 대해 다른 의견을 말할 수 없다.

그러나  또 다른 관점에서 볼 수도 있겠다. 선착장의  크고 작은 빈배들을 가까이서 지켜 본적이 있는가? 안전을 위해 다른 배들과 적당한 거리를 두고 정박한다.  닻을 내린 배 안은 썰렁하고 적막하다. 그저 물결치는 대로 흔들리고 있을 뿐이다. 멀리서 볼 때와는 달리, 그 빈배들은 무기력하고 을씨년스럽다. 모든 배는 선착장을 떠나 파도를 가르며 움직일 때 훨씬 더 활기차고 아름답다. 그것이 배가 만들어진 목적이다. 그 배들을 만들고, 운행하는 사람은 배보다 더  귀하다. 선착장은 배들의 다음 운행을 위해 기다리며 준비하는 임시 정박의 장소이다. 선착장은 근본적으로  배의 소유자 혹은 사용자들을 위한 장소이다. 이 또한 분명한 사실이다. 

‘코로나-19 사태’는 짧은 기간안에 지구촌의 문제가 되었다. 나라마다 출입국을 봉쇄 혹은 제한하고 있다. 사람 뿐만이 아니다. 각종 수출입 물류도 마찬 가지다. 엄청난 경제적 손실과 사회비용이 지출되고 있다.  인간의 일상과 여러 국가의 계획들이 작은 바이러스에 쓰나미처럼 한꺼번에  무너져가는 것을 본다. 

한국 뉴스를 보니, 교회며 성당, 사찰의 정기 모임들이 잠정적으로 폐지되었다. 학교 개학이 4월로 미뤄지고 각종 행사들이 취소되었다.  

그 모든 필요성을 수긍하면서도 당혹감을 느낀다. 이전에 한번도 경험치 못했던 일들이기 때문인 것 같다. 붐비던 시장과 거리들이 한산하다. 마스크를 사기 위해, 긴 줄을 서 기다려야 한다는 그런 현실이 안타깝다. 여의도 순복음교회, 명동 성당, 조계사 등의  썰렁하게 빈 공간들을 보며 무기력한 적막감을 느꼈다. 마치 선착장의 빈배들을 가까이서 바라볼 때처럼 말이다. 그러나  침착한 가운데 사재기 현상이 없다고 한다. 오히려 감염 위험이 높은 곳으로 자원 봉사를 가는 사람들도 있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한 크고 작은 나눔과 배려의 소식들이 들려 흐뭇하다. 성숙한 시민의식의 품격인 줄 안다. 아니 그것이 원래 인간성의 용기며 아름다움이 아닐까?

호주의 코로나 확진자는 17일 기준 449명으로, 아직 한국에 비해 그렇게 심각한 상황은 아닌 것 같다. 그러나 스콧 모리슨 총리는 100년만의 전염병으로 최악의 경우 5만 이상 15만명까지도 사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번 주부터 500명 이상이 모이는 모든 스포츠, 문화 행사며  부활절 쇼등이 취소됐다. 다시 100명으로 대상이 낮춰졌다.  악수 금지와 개인간 1.5m이상 거리를 유지하라는 지침도 나왔다. 이런  뉴스들의 영향 때문인지,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과민 반응으로  스트레스와 두려움을 느끼는 것 같다. 어떤 사람들은 패닉 상태에 빠진 듯 싶다. 그런 심리적인 불안감에서 생필품 사재기를  하는 사람도 많아지고 있다. 화장지를 사기 위해 몸싸움을 하는 민망한 모습을 드러내기도 한다.  작은 물결에도 흔들리는 선착장의 빈배처럼, 우리 인간도 그렇게 예민하게 흔들리는 연약한 존재인 것일까? 

코로나에 감염되어 병원에 가도, 병실은 우선적으로4-50대에 주기로 정해져 있어 나이 든 사람은 입원이 힘들 것이라는 말도 들린다.노년의 한사람으로  씁쓰레한 기분이다. 먼저 나 자신을 위해  적극적으로 코로나 감염을 예방키 원한다. 사람이 많은 곳을 피하고, 손을 자주 씻고, 햇빛을 쐬며 걷는 시간을 가지려고 한다. 그러나 모든 사람들과 사회적 거리두기, 떨어져 앉기 등을 해야 한다는 지침에는 거부감을 느낀다. 그런 것들에 신경쓰고  반응하는 것 자체가 불편하다.  오히려 스트레스가 되어 내 안의 면역력을 떨어지게 할 것 같다. 옥시토닌이라는 신경 호르몬은 각종 스트레스와 두려움을 덜어주고 편안함과 행복감을 준다. 지금의 모두에게 절실하게 필요한 처방 약이다. 그런데 이 호르몬은 신뢰하는 친구나 이웃과 만나서 가까이 함께 할 때, 특히 친밀한 사람들과의 악수나 포옹, 키스 등 신체접촉을 할 때 분비된다. 건강한 삶을 위한 이 호르몬의 가치는 값을 매길 수 없을만큼 중요하다.  코로나라는 폭풍우를 피한다며 스스로 선착장의  빈배처럼 격리되어, 우리 안에 주어진 필요한 호르몬까지 위축시키는 건 아닐까?

‘카푸네’는 브라질식 포르투갈어로 다른 사람의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부드럽게 쓸어 올리는 행동이라는 뜻이다. 이는 사랑하는 연인이든, 부모나 자식이든, 친구나 이웃이든 그 대상에  상관없이 물리적인 거리감 없이 안전하고 따스한 친밀한 관계를 의미하는 말이다.  코로나 이차 감염을 막기 위해  사람들을 피하라는 것과는 정반대의 말이다. 어수선한 이런 때일수록 역설적으로  건강한 친구들과의 ‘카푸네’는 더욱 유익하지 않겠는가? 선착장의 빈 배가 안전하지만, 선착장을 떠나 항해하는 배가 더 중요하다. 우리의 삶에는 안전과 경계가 필요하지만, 만나야 할 건강한 사람들도 있고, 함께 해야 할 일들도 많다. 어떤 가치나 목표를 위해, 때로는 벼랑 끝에 서는 용기도 필요하다.

 사순절 셋째 주일이다. 십자가를 향해 가시는 주님, 또한 우리를 친구로 불러 주신 그분과  ‘카푸네’하는 시간으로 초대하고 싶다. 너무 길었던 산불과 가뭄이 끝난 것 처럼, 이 코로나 위협도 결국 끝이 올 줄 안다.  주님의 긍휼하심으로 그날이 속히 앞당겨 지기를,  일상의 상태로 회복시켜 주시기를 기도한다.  

최정복 (엠마오대학 기독상담학과 교수)  jason.choi4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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