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혼 기념일에
공수진
첫날 밤 부산 해운대 호텔
방까지 가방을 들어준 보이에게
팁 한 푼도 안 준 걸 본 그 때
알아봤어야 했습니다
그 힘으로 여기까지 버텼는지도 모르지만요
입덧해서 하루 종일 토하고 있는데
여태 밥 안 먹고 뭐했냐고 물었을 때
알아봤습니다
그 또한 천연기념물급 아니겠어요?
한 마디 말이 달려 마을을 돌고 돌아
집을 들쑤시어 놨을 때
당신은 바위라는 시를 정말 좋아했구나
알아버렸습니다
저는 단지 바위에 붙은 이끼인 줄 이제 알았지만요
당신은 아내가 나중에
시나 쓰는 여자가 될 걸
미리 알았던 모양입니다
그러니 여태 무사했지요
한호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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