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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왁자지껄 할매들의 수다] 두부 이야기
천영미 | 승인 2020.03.26 13:42

T : 안녕하세요? 일주일 동안 건강하셨지요?^^ 오늘은 어르신들께서 좋아하시는 음식이 무엇인지 편하게 말씀 나누시면서 강의를 시작해 보겠습니다.
H : 저는 장아찌 종류를 좋아해서, 늘 오이나 고추로 장아찌를 만들어요. 봄 되면 매실액이랑 매실장아찌도 담그고요.
L : 저는 더위를 많이 타서 냉면을 아주 좋아해요. 여름에 직접 육수를 만들어서 냉동실에 넣어놓고, 먹을 때마다 열무김치 조금씩 넣으면 아주 시원하고 맛있어요. 
A : 저는 그냥 김이나 멸치, 젓갈 같은 마른반찬이 좋아요. 밥만 있어도 뚝딱 한 그릇 먹을 수가 있잖아요. 이제는 음식 하는 것도 너무 귀찮아요.
P : 나는 바닷가 출신이라 생선구이 좋아해요. 바싹 구워먹기도 하고, 간장이랑 고춧가루 양념에 무 넣어서 만든 조림도 맛있어요. 오늘 선생님이 반찬 이야기 하시는 거 보니까 수업내용이 반찬 재료인가보네요?
모두들 : 호호호
T : 네 맞습니다.^^ 우리가 편하고 쉽게 먹을 수 있는 반찬 중에 이것이 무엇인지 맞춰보세요. 이 음식은 조선시대 양반들 사이에서 다섯 가지 덕을 갖춘 음식으로 여겨졌어요. 
① 맛이 부드럽고 좋아요.
② 은은한 향이 있어요.
③ 색과 광택이 아름다워요.
④ 모양이 반듯해요.
⑤ 먹기에 편해요.
⑥ 뼈 없는 고기라고 불리고, 콩에서 나온 우유라고도 불려요.
P : 두부 같아요. 5번까지 들었을 때는 몰랐는데, 마지막 힌트에서 알겠어요.

T : 맞습니다. 두부는 오덕(五德)을 갖춘 음식으로, 아주 귀하게 여겨졌어요.   
A : 오덕은 알겠는데, 왜 귀하게 여겨졌나요?
T : 두부는 원래 누가 많이 먹던 음식인가요?
H : 절에서 스님들이 많이 드시지요. 고기를 드시지 못하니까, 단백질을 섭취하려면 콩으로 만든 음식을 드셔야하니까요.
T : 네, 맞습니다. 그런데 두부는 삼국시대부터 사찰에서 부처님께 공양하는 귀한 음식이었어요. 그 후 두부는 고려시대부터 주로 절에서 만들어졌고, 제조기술 또한 사찰이 으뜸이었죠. 지난주에 배우셨듯이, 옛날에는 지금처럼 세금을 돈으로 내지 않았잖아요. 제주도에서는 귤이나 전복, 미역 등의 특산물로 세금을 냈던 것  기억하세요?
L : 아아! 그럼 사찰에서 혹시 세금을 두부로 냈던 건가요?
T : 역시 어르신들께는 한 마디만 설명 드려도 벌써 10개를 아시는 것 같아요.^^ 조선시대 왕실에서는 종묘제사에 올릴 두부를 만들 전담 사찰을 지정하곤 했는데, 이를 조포사라고 해요. 
A : 그럼 조선시대에는 종묘제사를 지낼 때 왕실에서만 두부를 먹을 수 있었던 건가요? 왕은 건강을 위해서 자주 두부를 먹었을 거 같은데요.
P : 그러게요. 왕은 12첩 반상을 차려 먹었잖아요. 각종 진귀한 음식들이 날마다 상에 올랐을 것 같은데.
T : 아주 좋은 질문이세요. 왕실에서는 자주 두부를 쉽게 먹기 위해서, 궁녀들을 사찰로 보내 두부 제조기술을 배워오도록 했어요.
H : 그럼 왕실 사람들 빼고는 모두 두부를 먹지 못했던 건가요? 요즘은 4불 정도면 쉽게 먹는 게 두부고, 우리식구는 된장찌개를 일주일에 네 번은 먹는데...
T : 사실 왕족들 외에도 양반들도 두부를 먹긴 했습니다. 하지만 두부의 제조과정이 워낙 까다롭고 공급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아주 비쌌죠. 그래서 양반들 사이에서 주고받는 선물 중에서 가장 환영받았던 게 바로 두부였어요.
A : 너무 재미있네요. 요즘 같아선 누구네 집에 갈 때 두부 들고 가지는 않잖아요.
H : 요즘은 애들이 선물 주는 것도 싫어요. 용돈이 최고지.
모두들 : 호호호
T : 그런데 이렇게 귀한 두부를 만들면서 사찰의 스님들이 너무 많이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 발생했어요. 그게 무엇일까요?
L : 양반들이 서로 청탁을 하거나 선물을 하려고 스님들을 막 부려먹은 거 아닐까요? 
H : 부처님께 공양드리러 오는 게 아니고, 두부 부탁하러 왔을 거 같아요. 왜 옛말에 제사보다 잿밥에 관심이 있다는 말도 있잖아요.
T : 정확하게 잘 맞추셨어요.^^ 원래 조선이라는 나라는 유교 국가였기 때문에 불교를 많이 억압했죠. 하지만 양반들 사이에 ‘어느 어느 사찰 두부가 맛나더라.’라는 소문이 퍼지면, 종을 시켜서 낮에 닭을 잡고, 밤에 몰래 사찰에 와서 두부탕을 끓여먹는 양반들이 있었어요.
P : 세상에나!! 그거 먹자고 양반들이 체통을 잃은 거네!!
A : 하기야! 그 시대에는 먹을 게 풍족하지 않았으니까, 두부 정도면 최고 음식이었을 것 같기는 해요.
 
H : 세상에! 그럼 공양은커녕 사찰은 밤마다 두부탕 끓이는 냄새에 사람들이 북적거렸겠네요.
T : 심지어 스님들은 양반들의 잔치를 준비하고, 시중을 드느라 등이 휘었어요. 그래서 이런 짓 더 이상 못하겠다고 사찰을 떠나는 스님들이 아주 많아졌죠. 왕실과 양반들에게는 아주 귀한 음식이었던 두부는 한국 전쟁을 거치고, 1970년대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서민음식으로 자리 잡게 되었어요.
L : 자주 먹는 음식이면서도 한 번도 이런 역사이야기가 숨어 있는 줄은 몰랐어요.
P : 그러게요. 지난번에 배웠던 귤이랑 두부는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아요.
T : 오늘도 고생 많으셨습니다.^^ 다음에도 재미있는 음식 이야기로 찾아뵐게요.

천영미  info@hanho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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