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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재의 와인 이야기] 우리는 5달러짜리 와인으로도 행복할 수 있다와인 선택 실전 사례
유영재 (와인 사이언스 박사) | 승인 2020.03.26 13:51

호주에서 식사가 곁들인 모임에는 대부분 와인이 나온다. 한인들의 모임도 예외는 아니다. 하지만 음식과 와인의 궁합을 맞추기가 쉽지 않다. 궁합을 맞추는 기본적인 가이드라인은 있지만 음식이란 것이 다양하고 같은 음식이라도 만드는 사람에 따라 스타일이 달라지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가이드라인에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붉은 고기에는 레드와인, 생선에는 화이트와인이 어울린다는 것이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상식이다. 하지만 붉은 고기인 쇠고기, 돼지고기, 양고기의 경우도 어떻게 요리하느냐에 따라 레드와인이 어울릴 수도 있고 화이트와인이 어울릴 수도 있다. 쇠고기의 경우 양념을 하지 않은 스테이크의 경우 레드와인이 잘 어울린다. 레드와인이라도 사람의 특성에 따라 묵직하고 텁텁한 와인을 선호하는 사람은 타닌이 많고 진하게 만들어진 와인을 선호할 것이고 이런 맛을 싫어하는 사람은 비교적 가볍고 맛도 자극적이지 않은 미디움이나 라이트 바디 와인을 선택할 것이다. 이 정도의 와인도 거부감이 있다면 아주 가볍고 마시기 부드러운 로제와인을 선택하는 것도 대안이다. 

생선에 화이트와인이 어울리는 것은 맞다. 하지만 생선도 어떻게 요리하느냐에 따라 와인 선택은 달라져야 한다. 생선회 같은 경우에는 양념 없이 담백한 맛을 느낄 수 있어야 하므로 혀에 자극이 없는 화이트와인이 어울린다. 생선의 비린내를 잡아주는 산도가 있고 청량감이 있는 와인이 더 어울린다. 얼큰한 동태찌개에는 어떤 와인이 어울릴까. 매우면 찬물을 마시듯 매운맛을 줄이기 위해서는 차게 마시는 화이트 와인이 어울리지만 매운맛을 부드럽게 해 주는 당도가 있는 화이트 와인이 더 잘 어울린다. 호주 토종 생선인 바라만디 같이 개흙 맛이 나는 생선에는 화이트 와인도 좋지만 개흙 맛을 덮어버릴 수 있는 라이트바디 레드와인이나 텁텁한 맛이 있지만 가볍게 마실 수 있는 로제 와인도 잘 어울린다. 황새치나 참치같이 무거운 생선일 경우는 약간 무거운 미디움, 라이트 바디 레드와인 또는 로제와인도 잘 어울리고 산도가 있는 화이트 와인도 괜찮다. 

20~30명쯤 모이는 파티에 와인을 담당하게 되었다. 우선 구성 인원을 파악해 보았다. 여성이 대부분이었다. 와인에 익숙지 않은 한국 여성들은 달콤하고 부드러운 와인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 달콤한 화이트와인을 선택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음식에 따라 와인이 달라지므로 메뉴를 검토해 보았다. 고기라고 표기되어 있었지만 양념 닭고기 이외에는 어떤 고기인지는 설명이 없었다. 바비큐 파티에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고기는 불고기, 삼겹살 정도가 대부분이니 이런 고기에는 레드와인이 잘 어울린다. 날씨도 와인 선택에 영향을 미친다. 모이는 날이 40도까지 올라간다는 한여름이다. 더운 날씨에 떫고 텁텁한 풀바디 레드 와인은 어울리지 않는다. 하지만 레드와인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을 것 같아 레드와인 중에서도 가볍고 부드럽게 마실 수 있는 와인을 선택하기로 마음먹었다.

여성들이 좋아할 만한 화이트와인 선택에 나섰다. 달콤한 와인을 좋아한다고 하지만 개중에는 달지 않은 드라이한 와인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을 것 같아 단 와인과 그렇지 않은 와인을 섞어서 구매하기로 했다. 우선 드라이 화이트 와인으로 향이 좋고 상큼한 쇼비뇽 블랑을 선택하기로 했다. 많은 종류의 쇼비뇽 블랑이 있었다. 세계적으로 쇼비뇽 블랑이 유명한 나라는 뉴질랜드다. 프랑스의 루아르 벨리(Loire Valley)와 보르도 지역에 많이 심어지는 품종으로 보르도 지역에서는 세미욘과 블렌딩 되어 드라이 화이트(Dry White) 와인을 만드는 데 사용된다. 2001년 최고의 화이트 와인을 뽑는 샌프란시스코 국제 와인 품평회에서 뉴질랜드 말보르(Marlborough) 와인 산지에 있는 지센 에스테이트(Giesen Estate)의 쇼비뇽 블랑이 고가의 세계적인 화이트 와인을 물리치고 우승을 함으로써 파란을 일으킨 포도 품종이다. 선선한 기후에서 잘 자라는 품종이라 기온이 높은 호주에서는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2019년 샌프란시스코 국제 와인 품평회에서 최고의 쇼비뇽 블랑 와인에 소매가 13달러에 팔리는 뉴질랜드 말보르(Marlborough) 와인 산지의 2018년산 머드 하우스 쇼비뇽 블랑(Mud House Sauvignon Blanc)이 선정되었다. 달콤한 와인은 모스카토(Moscato) 와인을 구매하기로 했다. 이 와인은 머스켓 오브 알랙산드리아(Muscat of Alexandria)라는 포도 품종으로 만들어진 와인인데 호주에서는 모스카토와 함께 혼용해서 사용한다. 여러 종류의 모스카토 와인 중에서 스위트한 와인을 선택했다. 

여름에 시원하게 마실 수 있는 로제와인(Rose wine)을 선택하기로 했다. 로제와인은 색깔이 아주 연한 장밋빛이 있는가 하면 짙은 장밋빛 와인도 있다. 여러 종류의 로제와인 중에서 달지 않은 드라이한 것과 약간 단 와인 두 가지를 선택했다. 로제와인에서 단 와인일 경우 떫은맛이 있는 상태에서 당도가 들어가게 되면 단맛이 나긴 나지만 상큼하지도 않은 천박한 단 와인 맛이 날 수도 있어 주의해야 한다. 고기가 있음으로 레드와인이 빠질 수 없어 쓰지 않고 톡 쏘지도 않는 멀롯(Merlot) 와인을 선택하기로 했다. 멀롯은 순하고 부드러워 와인에 익숙지 않은 여성이 좋아하는 와인이다. 여러 종류의 멀롯 중에서 후추 맛이 없는 것으로 선택했다. 같은 멀롯 와인이라도 와이너리에 따라 후추 맛이 나게 만든 것도 있었다. 후추 맛은 톡 쏘면서 쓴맛이 나는 것이 특징이다. 

가격은 저렴한 것으로 정했다. 세일로 반값에 파는 와인이 있는데 그런 와인도 선택했다. 10달러짜리 모스카토 와인을 5달러에 구매했다. 여러 와인을 접하다 보면 역시 비싼 와인이 품질이 좋을 것 이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어떤 때는 비싼 와인과 저렴한 와인의 품질 차이를 느끼지 못할 때도 있다. 와인 오스트레일리아(Wine Australia)의 2017년 와인 소비 연구 보고서에 의하면 호주인들은 $10-$19.99 사이의 와인을 가장 많이 구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원 바비큐 파티장에서 와인을 시음해 보았다. 쇼비뇽 블랑 와인은 생각했던 것과 같이 향도 좋고 산도도 균형 있게 잡혀있어 쇼비뇽 블랑 와인의 특성이 잘 나타났다. 모스카토 와인도 가격이 저렴하고 세일로 반값에 구매했지만 향도 괜찮고 당도도 산도와 균형이 맞아 청량하고 새콤달콤했다. 로제와인은 역시 단 와인으로 호감도가 떨어졌다. 상큼하지 않은 단맛은 어딘가 싼 와인 맛이 났다. 달지 않은 드라이한 로제 와인은 떫은맛도 있고 부드럽고 가벼워 마시기에 편했다. 멀롯 레드와인은 쓴맛이 없어 부드럽고 마시기에 편했다. 

예상했던 대로 대부분의 여성이 달콤한 모스카토 화이트와인을 선호했다. 로제와인도 의외로 달콤한 맛이 있는 것을 더 좋아했다. 남자는 달콤한 와인과 드라이한 와인의 선호도가 분명하게 갈렸다. 와인은 구매 전 맛을 볼 수 없기 때문에 선택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다. 나도 실패한 경험이 있다. 일식집에서 마실 쇼비뇽 블랑을 구매하기로 했다. 쇼비뇽 블랑은 세계적으로 뉴질랜드산이 유명하고 맛과 향이 좋아 항상 구매했으나 새로운 스타일의 와인을 마셔보고 싶었다. 프랑스 루아르 벨리(Loire Valley) 2018년 산 쇼비뇽 블랑에 눈이 갔다. 가격도 괜찮고 뒤 라벨에 루아르 벨리가 최고의 쇼비뇽 블랑 와인을 생산하는 산지라는 것과 맛과 향에 대한 설명도 있었다. 2018년도 루아르 벨리 포도 작황도 확인했다. 그 해 덥긴 했지만 질 좋은 포도가 생산되었다. 기대를 많이 하고 마셔본 와인은 실망이었다. “이건 사기다“라는 말이 튀어나왔다. 향도 향긋하지 않고 맛도 바닐라 향이 약간 들어있어 상큼함이 많이 떨어졌다. 경험상 유럽 와인은 싼 것을 택하면 실패할 확률이 높았다. 루아르 벨리산 쇼비뇽 블랑 와인이 모두 이렇지는 않을 것이다. 제조사에 따라 맛과 향이 많이 다를 것이다. 여성분들이 오늘 와인 맛있었다며 모두 엄지손가락을 치켜든다. 어떤 여성분은 전에 마셔 보았던 90달러짜리 와인 맛과 비슷했다며 좋아했다. 와인을 알면 단돈 5달러짜리 와인으로도 얼마든지 행복할 수 있다. 

유영재 (와인 사이언스 박사)  yungyoo@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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