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본란(3월 13일자)에서 대중매체의 의제설정 기능 이론을 설명하면서 덧붙이고 싶어도 못한 게 몇 가지 있었다. 그 하나가 한국에서 거의 정치 패션이 되다시피 한 정권과 지도자에 대한 지지도(Approval rating)와 여론조사다.

매체의 의제설정 이론에 따르면 특정 정치 이슈나 사항에 대한 국민의 인식은 대중 매체의 보도 패턴에 따라 결정된다. 그 전제가 받아진다면 비싼 돈 드리지 않고 매체의 보도 내용만을 추적해도 여론의 향방을 알 수 있다는 판단이 선다. 그 결과 언론 보도가 불공정하면 지지도와 여론 조사의 결과도 불공정하다.  

거기다가 여론조사마저도 공정치 못하다면 그 결과는 더 말할 나위가 없다. 거기서 나오는 수치 발표는 휴지만도 못하다.

정당과 선거와 맞먹게 현대 정치과정의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게 된 지지도 및 여론 조사의 세계적 대명사는 갤럽이다. 그래서 갤럽 조사(Gallup poll)다. 왜 그런가? 아이오와(Iowa)주와 언론학자 출신의 미국인 George Gallup(1901~1984)이 1935년 컬럼비아대학 교수직을 마지막으로 미국여론조사소(The American Institute of Public Opinion)를 개설 이 분야의 개척자가 되었기 때문이다.  

내가 갤럽이란 이름과 기능을 처음 알게 된 것은 대학 시절 정치학을 공부하면서 강의가 아니라 미국의 정치학 원서를 읽어서였다. 그만큼 그때까지는 한국에서는 이 제도에 대하여서 잘 알려지지 않았다. 1970대 초 뉴욕에서 저널리즘 공부를 할 때 학교가 초빙한 TV시청률과 브랜드 인기도 조사 등을 전문으로 하는 니엘슨(Nielsen)과 다른 회사 대표들의 강의를 듣고 관심을 더 갖게 되었었다.

대도급 정치 세력

과문인지 모르겠다. 이게 한국에 처음 도입된 때는 내가 서울에 다시 나가 일하던 1998~1991년 중이었다. 그 때 한국에서 처음 문을 연 여론조사소를 한번 찾아가 대표자(그의 이름을 지금은 정확히 기억 못한다)를 만났었다. 그는 자기 방에서만 대화를 했고 내가 바라던 작업실 안내는 사양했었다. 

지금 한국에도 갤럽과 제휴한 여론조사 기관이 있고, 그 외 새로 생겨난 리서치란 말이 붙는 동종의 여러 기관들이 갤럽의 조사. 분석의 관행과 공법을 그대로 쓰고 있다고 생각한다. .  
알다시피 한국에서는 정치와 관련, 민심이 천심이다라는 말이 국민 간에 오래 희자 되어왔다. 그렇다면 오늘의 매체의 정치 보도와 여론조사는 민심이 천심을 잘 반영하게 본연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일까? 언론의 비공정 보도에 대한 논란은 일상이 되었으니 여기에서 더 쓰지 않겠다. 여론조사 기관은 신뢰할만한가? 어느 정권 아래에서였던가. 언론인 출신 청와대 실세가 한 유력한 여론조사 기관의 회장직을 맡고 있었다.

대부분 여론조사 기관과 정부에서 일거리를 받는 민간 단체들이 정부에 몸담았다가 나온 사람들을 회장이나 기타 주요한 자리에 영입한 사례가 많다.    ,
 
전근대적 왕정 시절은 민심은 어느 정도 그대로 천심이었다. 고도로 산업화가 된 오늘은 어떨까? 아니다. 대도(大盜)급 정치 세력과 재벌 그룹도 돈과 권력으로   고도로 발달된 대중매체나 여론조사를 조작하여 애국자 노릇을 할 수 있다. 일주일이 멀다 하고 뭐 널 뛰듯 하는 그런 여론조사 결과를 듣고 바라보는 게 우리가 아닌가 싶다. 

칼은 쓰기에 따라 유용하거나 위험한 연장이다. 아무리 좋은 제도도 사람이 올바르지 못하면 마찬가지다. 

 나는 왜 고국에 대한 이런 비판적인 글을 자주 쓰는가?  누구 말대로 해외에서 못살고 어려워서 그런 건가?  한반도의 반쪽인 북한은 세계 2등가라면 서운해 할 독재와 비리와 인권유린 국가다.  또 다른 반쪽인 한국은 잘 살게 되었다지만 갈수록 더 해가는 정치의 난맥상을 보면 후진국이다. 각자 나름대로의 이유로 고국을 떠난 해외 한인들은 어떤가? 본인도 모르는 정체성의 혼미 속에서 살아간다. 모두 민족이 함께 고민해야 할 크나 큰 숙제다. 뭐가 문제냐며 따진다면 양심이 없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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