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드니 낚시일기

1. 단속

알람소리
한밤을 짚고 일어나
주섬주섬 챙겨 든 낚시도구
집 나선지 삼백 미터쯤
경찰이 차를 세운다
ㅡ뭔 일이래!
골목길
새벽별도 떠나기 이른 시각
음주측정기가 숫자를 검문한다
고요 속에서
ㅡ텐 나인 에잇 세븐 식스
눈곱 뗀 하품 밖으로
ㅡ오케이

졸음
말똥하다


2. 손맛

바다에 도착하여
파도와 너울의 몸짓을 새기고
잠잠한 갯바위 주변
서두른 하루를 채비에 묶는다

미끼 떨구는 낚시대 반동
급강하하며 손목을 낚아챈 찌
팽팽한 협상에 들어간다
바다의 저항을 감아올리는 릴의 긴장
조직적 움직임 일사불란하다
아슬아슬 줄 타는 짜릿함
"크다"를 외치는 순간
ㅡ뭔 일이래!
순식간에 풀리는 아치의 전율

바닷바람에 올라오는
끊어진 손맛 흐물거린다


3. 열외

좀처럼 나오질 않는다
손질하려고 가둬 두었던 물웅덩이
두어 마리가 보이지 않는다
ㅡ뭔 일이래!
안 쪽 깊숙한 좁은 돌 틈
시드니를 처박는 위협에도 꿈적하지 않는
드러머*를 남겨두고
나머지는 집합이다

뻐끔거리는 조리개 앞
상륙 신고를 위해 도열한 물고기 패기만만하다
금일 조행결과 보고
ㅡ좌로 번호
하나 둘 셋 넷 다섯 번호 끝
총 일곱
현재 다섯
열외 둘 열외내용 잔류 둘
이상 보고 끝
찰 칵
'찰칵'

*드러머DRUMMER는 위기 상황에서 강한 힘으로 바위틈에 숨어들어 모면하려는 습성이 있고 한국의 벵어돔과 같은 과의 어종.

송운석 : 시인
2017년 ≪한국동서문학≫ 신인작품상
2016년 제18회 재외동포문학상 시부문 입상
< poetwoon@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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