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 : 안녕하세요? 지난주에는 두부에 관련된 역사에 대해서 살펴보았습니다. 오늘도 음식에 관련된 공부를 시작해보겠습니다. 이 음식이 무엇인지 한 번 맞춰 주세요. 이 음식은 돼지 내장으로 만들고, 안에 당면을 넣어서 찐 것입니다. 
H : 순대예요. 아유, 그런데 호주에서 먹는 순대는 찔 때 잘 터져요. 아무래도 냉동으로 와서 그런지...
P : 맞아요. 여기에서 말랑말랑한 순대를 먹어보지는 못한 거 같아요. 한국에서는 겨울이 되면 포장마차나 길거리에서 오뎅 국물이랑 먹으면 그렇게 맛있었던 거 같은데. 
A : 아니, 그런데 순대 속에도 역사적인 사연이 있어요? 
T : 네, 맞습니다. 우리가 생활에서 먹고 마시는 많은 음식들이 특이한 역사들을 포함하고 있어요. 특히 순대나 설렁탕은 지금의 몽골이 중국을 다스리던 때 유목민족들의 음식이었어요.
L : 그럼 우리나라는 고려시대 즈음 되겠네요. 고려시대에 중국이 원나라였잖아요. 그리고 그 누구더라...공녀로 끌려간 고려 여인이 왕후가 되었던 거 같은데..드라마도 했었어요. 
T : 맞아요. 그 공녀로 끌려갔던 여인이 나중에 원나라의 제 일 왕후인 기황후예요. 아마 배우 하지원씨가 주연을 맡았던 드라마도 있었고요. 그런데 원나라 사람들은 농민들이 아니라, 떠돌아다니면서 가축을 기르는 유목민이었어요. 고려왕조가 힘을 잃었을 때, 원나라가 우리나라를 지배했었어요. 특히 원나라의 간섭이 심해졌을 때는 심지어 고려 왕자가 볼모로 잡혀갔다가 왕위에 등극할 때 즈음 고려로 돌아올 수 있었어요. 그리고 왕의 이름에도 원나라의 왕실에 ‘충성하다’라는 의미를 담아서 ‘충’자를 붙이게 했어요. 그래서 고려 왕들 중에 충렬왕, 충숙왕 등이 있었던 거예요. 그런데 몽골인들이 제주도 지역에 와서 그들의 말들을 풀어놓고 키웠어요. 그 당시에 제주도는 ‘탐라’라고 불렸죠. 탐라는 기후도 따듯하고, 사방이 초원으로 둘러싸여 있어서 말을 기르기에 아주 적합한 장소였어요.

L : 지난번에 귤나무랑 전복 배울 때 탐라 이야기 조금 나왔던 거 같네요. 
P : 그럼 몽고 사람들이 탐라에 와 있는 동안 먹었던 음식들이 우리나라에 영향을 준 거겠네요.
T : 네, 맞습니다. 탐라 말목장에서 말을 기르던 몽고인들이 즐겨 먹던 음식이 바로 순대와 설렁탕이었어요.
A : 그런데 설렁탕은 잘 익은 깍두기랑 먹어야 제 맛인데, 그 때도 그렇게 먹었을까요?
T : 그런 것 같지는 않아요. 왜냐하면 우리나라에 붉은 고추가 들어온 건 한참 후였거든요. 조선시대 초기까지 우리나라의 김치는 백김치였어요. 그리고 김치라는 이름도 그 당시에는 ‘딤채’라고 했었구요. 
H : 어머! 그거 김치냉장고 이름이잖아요.
T : 맞아요.^^ 딤채라는 옛 김치의 이름을 따서 지은 거죠. 그리고 몽골의 가장 오래된 농업기술서인 <제민요술>이라는 기록에 따르면, 그 당시에 순대의 이름도 ‘관장’이라고 불렸어요. 왜냐하면 순대를 만들 때 먼저 창자를 씻어야 했기 때문에, 한자로 씻을 (관), 창자 (장)을 써서 관장이라고 했던 거예요. 그리고 설렁탕은 몽골족이 전쟁터에서 먹던 음식 중 하나에요.
P : 전쟁 음식이라면...대체로 말린 게 많지 않나요? 먼 거리를 걸어야 되는 군사들이 무기도 들고, 음식도 들고 가려면 행장이 가벼워야 될 것 같은데...설렁탕을 끓이려면 큰 가마솥도 필요하고, 장작도 필요할 텐데..
A : 그러게요. 생각해보면 우리나라 군인들 음식도 건빵이 있잖아요. 바짝 통밀 종류를 말려서 과자처럼 만들었지만, 사실 비상시에는 물을 부어서 죽처럼 먹는다고 하던데..
L : 그러고 보니, 호주도 안작 데이에 안작 쿠키를 만들어 먹긴 하네요.
T : 네, 맞습니다. 먼 거리를 수월하게 움직이기 위해서 대체로 말린 음식들, 특히 몽골족은 육포를 들고 다녔어요. 그리고 군사들의 영양을 보충하기 위해 말이나 가축들, 그리고 커다란 가마솥을 들고 다녔어요. 즉석에서 가마솥을 걸고 설렁탕을 끓였던 거죠.^^

H : 아니, 전쟁터에 가마솥까지 들고 다녔다고 하니까 너무 웃기네요. 그 사람들 생긴 것도 무시 무시 하잖아요. 먹겠다는 열정이 대단하네.
모두들 : 하하하!
T : 그런데 문화사적으로 볼 때, 두 나라의 교류가 이루어질 때는 한 나라에서만 일방적으로 영향을 받는 건 아니에요. 고려도 중국 원나라에 영향을 끼쳤어요. 어떤 게 있을까요?
A : 아무래도 우리나라 한복이나 장신구가 아니었을까요? 유목민들은 옷이 그렇게 화려했을 것 같지는 않아요.
T : 맞습니다. 아까 말씀하셨던 기황후 기억하시죠? 기황후가 중국에서도 고려의 옷을 자주 입자, 원나라 궁에서 많은 여인들이 그 유행을 따라서 입었다는 기록이 남아있어요. 
P : 그야말로 옛날의 한류인거네요.
T : 앞으로 설렁탕이나 순대를 드실 때, 가족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한 번 즈음 들려주셔도 좋을 것 같아요. 오늘도 고생하셨습니다.^^

천영미
고교 및 대학 강사(한국) 
전 한국연구재단 소속 개인연구원
현 시드니 시니어 한인 대상 역사/인문학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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