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내연기관 자동차 ‘페이턴트 모터바겐(Benz Patent-Motorwagen)’. 직역하면 특허받은 자동차라는 뜻이다. 사진/메르세데스-벤츠

‘자동차의 나라’를 한 곳 뽑는다면 어디일까? 컨베이어 벨트가 처음 도입된 미국, 한 땀 한 땀 장인정신이 스며든 영국, 고성능 스포츠카들이 태어난 이탈리아. 자동차는 수많은 곳에서 제작됐지만 그중 하나만 꼽으라면 다들 독일을 고른다. 문득 궁금해진다. 왜 우리는 독일 하면 자연스레 자동차를 떠올리고, 독일차를 세계 최고로 여기는 걸까?

인류 최초의 자동차는 태엽으로, 이후 증기기관으로 움직였다. 자동차가 지금처럼 기름을 태우며 달린 건 독일에서부터였다. 1885년 발명가 ‘칼 벤츠(Karl F. Benz)’의 세계 최초 4행정 내연기관 자동차가 도로로 첫발을 내디뎠다. 이름이 친숙한 이유는 오늘날 ‘메르세데스-벤츠’가 여기서 시작됐기 때문이다. 벤츠의 첫차가 만들어지기까지 많은 독일인이 힘을 모았다. 흡입–압축–폭발–배기 순서의 4행정 엔진은 ‘니콜라스 오토(Nikolaus A. Otto)’ 박사가 발명했고, 엔지니어였던 ‘고트립 다임러(Gottlieb W. Daimler)’와 ‘빌헬름 마이바흐(Wilhelm Maybach)’가 이를 자동차에 실었다. 네 사람 모두 독일인이었으니 ‘자동차 = 독일’이라는 공식은 이때부터였다. 벤츠의 차는 다음 해인 1886년 특허로 등록되며 본격적으로 자동차 역사의 막을 올렸다. 얼마 못 가 세계 곳곳에서 자동차가 발명되었지만 그 시작이 독일이었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독일차 브랜드들은 각 박물관에서 과거, 현재, 미래를 전시한다. 사진/포르쉐

여담이지만 최초의 자동차가 탄생하면서 최초의 주유소도 독일에서 생겼다. 당시 리그로인(ligroin)이라는 석유 에테르를 연료로 썼는데 주행 중 바닥이 나버렸다. 벤츠의 아내 ‘베르타 벤츠(Bertha Benz)’는 근처 약국(Stadt-Apotheke Wiesloch)에서 급하게 연료를 구했고, 이 약국이 세계 첫 주유소가 된 셈이다. 이곳은 아직 운영되며 전 세계 자동차 마니아들의 발걸음을 이끌고 있다.

독일에서 시작된 자동차는 전쟁을 통해 발전할 수 있었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 동안 나치는 전차와 장갑차로 이뤄진 기계화부대를 조직했다. 다임러-벤츠, 폭스바겐, 아우디 등 독일 자동차 회사들에 자본이 투입됐고, 이들은 군용차를 만들며 기술력을 키웠다. 독일의 유명한 고속도로 ‘아우토반(Autobahn)’이 만들어진 것도 이 시기다. 아우토반은 실업률을 낮추기 위한 나치의 대규모 국책사업 중 하나였다. 속도 제한이 없는 것으로 유명한 아우토반의 콘크리트는 약 27~35인치(69~89cm) 두께로, 약 11인치(28cm)인 미국의 것에 비해 두껍고 수명도 길었다. 유사시 활주로 사용을 염두에 둔 설계였다. 기나긴 전쟁은 결국 끝났다. 독일엔 튼튼하고 기동력 높은 군용차 제작 노하우와 속도 제한 없는 아우토반이 남았다. 그 덕에 독일차는 고장이 적고 힘이 좋았으며, 고속 주행에도 가뿐하게 만들어졌다. 고속 주행을 염두에 두니 덩달아 안전 연구도 발전했다. 차량용 도어록, 충격 흡수식 차체, 잠김 방지 브레이크 시스템(ABS) 등 많은 안전 기술이 독일에서 특허로 등록되거나 상용화됐다.

긴 시간 동안 많은 차가 만들어졌다. 그 유산을 허투루 한다면 독일인이 아니다. 각 자동차 회사는 본사에 박물관을 두고 자사의 차들을 관리한다. 단종돼 사라진 차, 우승했던 레이스카 모두 새 차 상태로 보존 중이다. 박물관인 동시에 거대한 홍보 수단인 셈이다. 신차를 일부러 박물관에서 출고하는 사람들도 있다. 앞으로 타게 될 차의 역사를 보고, 전문가에게 설명도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같이 온 어린이들을 위한 안전교육 프로그램도 있어 온 가족이 자동차에 흠뻑 빠지게 된다. 자동차 역사가 깊고, 차에 대한 국민의 관심도 높아진 독일. 이제 자동차는 자연스레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세계 최초의 차를 만들었고 지금까지 최고의 차를 만들어 온 이 나라가 자동차로 유명한 건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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